삶의 빛이라고 할까.

구름 사이로 무수한 빛 줄기가 떨어지듯이,
내 삶에서도 그러한 것이 존재했다.

누군가는 한 줄기의 빛을 보고 대지에 꽂힌 검을.
누군가는 한 줄기의 빛을 보고 하늘이 내려주신 동아줄이라
여길 것이다.

나는 항상 전자에 속한 까닭인지, 상처가 많았다.

***

유년시절에는 행복이라는 것을 몰랐다.

모름지기 해가 뜨면 그림자가 지고, 삶이 있기에 죽음이 있다.

어릴 적 나는 불행하다는 것을 몰랐기에, 행복도 몰랐다.

지금에서야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라 추억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저 마음가는대로 살았다.

하지만 사회의 축소판에 첫 발을 내닫고 깨달았다.

신이라는 작자는 아직 연약한 소년에게 무수한 칼줄기를
쏟아냈고, 그에 따라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년은 무수한 칼들을 받아낼 용기가 없었고,
소년은 무수한 빛의 줄기를 타고 올라갈 여력도 없었다.

결국 남은 것은 체념과 병든 몸.

나는 그때 한 번 죽었다.

많은 상처들은 곧 표식이 된다.

마음속 썩은 표식들은 사그러들 낌새가 없으니
하루하루를 좀먹으며 살아간다.

나를 망친 신과 환경을 저주하고, 현실에서 도피해 무위도식하고 있자니 나라에서 나를 불렀다.

훈련소에 오라고.

이것이 칼인지, 동아줄인지 알고 있음에도
헛된 희망을 걸어보는 것은 어쩌면 내 천성일까.
아니면 그 정도로 몰려버린 내 정신상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