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가기로 한 두산팬 친구가 늦게 도착해서 1회초 거르고 말부터 보기 시작했다.

두산 응원석 바로 옆에 앉아서 주변 눈치도 보이고 너무 롯데 좋아하는 티만 내면 민폐인건 예비 대졸빡대가리인 나도 알기에 롯데 공격땐 롯데 응원하고 두산 공격 땐 아예 매 이닝 일어나서 응원했다.
최주환 응원가 띵곡이더라;

물론 이 몸의 근본 자체가 롯데 팬이라서 롯데 위기 때 무사히 이닝 마치면 박수정도 쳐주고 “반슬라이크~^^” 하면서 좋아하긴 했고 두산응원가도 조단장이 새 응원가 낼 때 따라부르듯이 잘 따라 불렀다.
두산 공격 때만큼은 두산팬 못지않았다고 자부한다. 반슬라이크 응원가 재밌더라
솔직히 이대호 홈런치고 롯데가 추가점 낼 때도 미친듯이 소리지르진 않았고 그냥 우왕~ 하고 응원했다.

문제는 내 옆에 앉은 돡녀에게서 시작됬다.

손아섭이 헛스윙할 때 내 돡팬친구한테 “야 손아섭 저새낀 다 잘하는데 저 탐욕이 너무 심해; 저거만 버리면 ㄹㅇ 야버지인디;;” 라고 말했는데 지 옆친구한테 나 들으라는 것마냥 “저새끼래 ㅋㅋㅋ 팬수준..”
이렇게 들었다. 팬수준 뒤에 뭐라고 하는거 같았는데 귓속말이라 그런가 제대로 못들었다.

그러다가 인자 2이닝정도 지났나 손아섭이 적시타인가 홈런을 쳤다. (가물가물)
난 당연히 박수치면서 (김정은 마냥 품위있는 박수였음) 손아섭 응원가를 따라 불렀다.
물론 내 옆에 사람들만 들릴 정도로만 불렀음

근데 나한테 “저기요!”하고 부르더라
솔직히 주변에 돡팬밖에 없고 분명 내 응원때매 뭐라하는거일텐데 좀 쫄렸다.
“예..?”
“지금 남의 응원석이라서 뭐하시는거에요?”
“응원하는데요..? 저 롯데팬인디...”
“왜 남의 응원석에서 그래요?”
“저 두산도 응원하는디....”
“뭐라뭐리뭐라~~” (뭐라하는지 못들음)
그래서 그냥 “뭐 어때요.. 둘다 응원하는디...” 하고 무시하고 다음 이닝부턴 좀 조그맣게 응원함

그러다가 마지막 8회말이였다. 9회초때 롯데 자리로 넘어가자는 약속을 받은 상태라 매우 흥분이 된 상태였다.
당시 8회마저도 위기였던걸로 기억하는데 땅볼인가로 아웃카운트 잡고 넘어가면서 그쪽 대고
“야 롯데가 이겼어 넘아가자!! 이건 못이겨~~” 하고 목숨걸고 말했다. 다시 그 돡녀가 나 쳐다보더라
근데 뭐 어쩌겠냐 난 자리 뜨고 있는데.

오늘의 승리자는 나였다며 정신승리를 하고 손승락 응원가 쳐 부를생각에 하이텐션이 됬는데 손승락 미친놈이 볼 가지고 장난질을 하더라.

많은 꼴빠들은 조원우의 대가릴 탓했겠지만 난 내 설레발을 탓했다.
이거 지면 진짜 내 설레발 때문이다.. 잣됬다.. 제발...
내가 원래 선수한테 쌍욕은 안하려 노력하는데 (저새끼 정도는 애칭임; 당장 꼴갤만봐도 알 수 있음)
진심으로 채태인한테 “야이 미친새끼야 닌 야구를 10년 넘게 쳐하고선 저걸 놓치냐 ㅅㅂㄹ아!!!”
하고 소리 질렀는데 문뜩 1루석에 두고온 돡녀가 생각나더라

안심했다. ‘하.. 거기 남았으면 진짜 자괴감 오지고 그년한테 ㅈㄴ게 농락당했겠구나.. 잘 튀었다’ 하고 내가 승리자라며 또 정신승리를 했다.

어쨌든 꾸역꾸역 경기를 이겼고 그 순간 많은 이들은 전준우를 빨고 어쨌든 이긴 기분에 환호했겠지만 난 후회했다.
‘아 ㅅㅂ 자리에 남아가 그년 얼굴을 보고 집에 갔어야했는데;’

오늘의 교훈: 나한텐 안좋은 기운이 있는거 같다. 앞으로 두산전 경기는 두산 응원석에서 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