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영미)>
LA 다저스와의 원정 경기를 위해 다저스타디움을 찾은 마이애미 말린스. 1차전이 열리는 20일(이하 한국시간) 경기를 앞두고 원정 클럽하우스 오픈 시간에 맞춰 말린스 클럽하우스로 향했다. 팀 관계자는 힐만 코치를 찾는 기자에게 원정팀이 사용하는 웨이트트레이닝 룸으로 안내했고, 그는 그 안으로 들어가서 “트레이!”하며 힐만 코치의 이름을 불렀다.
잠시 후모습을 드러낸 힐만 코치. 한국 취재진을 발견하고 활짝 미소를 지으며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는 그(이전에 인터뷰했던 메릴 켈리도 꼭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오랜만의 만남에 반가움이 앞선 나머지 악수한 손을 놓지 않고 대화를 이어 가는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는 원정 더그아웃으로 나가 이야기를 나누자며 선수들이 이용하는 통로로 한국 취재진을 이끌었다. 마침 이날은 류현진이 말린스를 상대로 선발 등판이 예정돼 있었다. 힐만 코치는 류현진의 몸 상태를 물으며 더그아웃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마이애미의 코치 생활은 어떤가.
“굉장히 좋다. 정겨운 얼굴들과 같이 코칭스태프로 일해서 편하다. 특히 돈 매팅리하고 다시 일하게 됐는데 그는 아주 훌륭한 사람이자 감독이다. 그런 그와 함께 일하고 있는 부분에서 더 큰 만족감을 느끼는 것 같다.”
시즌 전 진행된 마이애미 방송과의 인터뷰 영상을 봤다. 마이크 힐 마이애미 사장과 많은 대화를 나눈 끝에 코치직을 승낙했다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당시 마이크 힐과 어떤 이야기를 나눈 건가.
“SK 감독을 그만두기로 결정했을 때만 해도 지도자 은퇴를 고려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마이크의 전화를 받았고, 정말 오랫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야구의 의미, 지금 야구는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메이저리그 코치를 맡는 부분과 관련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등에 대한 대화였다. 내가 다시 메이저리그로 돌아간다는 건 엄청난 기회였기 때문에 보직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때는 내가 감독과 선수들을 잘 도울 수 있는 보직이 어딘지를 고민하게 됐다. 코치로 팀과 선수들을 도울 수 있게 돼 감사했다. 가족들과 가까운 곳에서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생겼고, 여전히 유니폼을 입고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은 행운이었다.”
이번 다저스 원정 경기 동안 공교롭게도 류현진, 클레이튼 커쇼, 워커 뷸러를 상대하게 된다. 오늘(20일) 류현진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는데, 올시즌 그의 투구를 어떻게 보고 있나.
“보통 다른 팀은 1,2,3,선발이라고 할 텐데 다저스의 선발진은 1,1,1선발인 것 같다(웃음). 류현진은 대단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항상 일정한 투구 동작을 갖고 있고, 다양한 구종을 잘 배합하면서 타자들을 혼란시키는 피칭의 달인이다. 나는 항상 류현진이 잘하기를 응원하지만 내가 있는 팀하고 경기할 때는 우리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웃음). 오늘 경기에서 실투 몇 개 정도 던져주기만을 바란다.”
류현진은 이날 마이애미 말린스를 상대로 7이닝 4피안타 3볼넷 1사구 7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치며 시즌 11승을 달성했다.
류현진처럼 빠른 스피드는 아니지만 정교한 콘트롤로 승부하는 투수들을 상대할 때 타자들은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하는 건가.
“그건 타격 코치의 몫이라 내가 말할 수는 없다. 나는 주루를 맡고 있어 류현진이 상대 주자들을 얼마나 잘 묶어두는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다. 일단 류현진은 매우 빠른 퀵 모션을 갖고 있어 그를 상대로 도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의 견제 동작이 아주 뛰어나진 않지만 1루 주자가 도루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퀵 모션이 빠른 편이다.”
휴스턴에서 벤치코치를 한 뒤 2년 동안 SK 와이번스를 이끌다 다시 메이저리그로 돌아왔다. 그새 메이저리그는 어떠한 변화를 이뤘다고 보나.
“일단 2년 동안 새로운 룰들이 많이 추가됐다. 새로운 룰들에 적응하고 그 룰들을 지키려면 경기 속도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번 시즌 내가 벤치코치나 감독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걸 다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 그게 이전과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지금은 내야수들만 신경 쓰고 있고, 1루 주자에게 투수의 습관이나 투수의 성향을 알려주고 주루에 대해서만 3루 코치인 프레디 곤잘레스와 합심해서 일하고 집중하는 게 이전과 다른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당신과 같은 커리어는 없다. 일본, 한국, 베네수엘라, 그리고 마이너리그, 메이저리그 감독, 코치 등을 두루 경험한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좋은 경험이었고, 값진 경험이었다고 항상 이야기한다. 내가 SK 와이번스 감독을 맡게 됐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내 지인들은 응원보다 걱정을 더 많이 했다. 그들의 짧은 지식으로 인천은 북한과 가까운 곳이고, 전쟁 위험이 있는 지역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인천에 가자마자 많은 사진과 영상들을 찍어 가족과 지인들에게 보내줬다. 인천이야말로 가장 편하고 살기 좋은 곳이라는 자랑도 덧붙여서 말이다. 나는 지금도 SK 팬들, 선수들, 코치들, 구단 관계자들을 잊지 못한다. 여전히 많은 SK 관계자들과 연락하며 지내고, 거의 매일 SK 성적과 기록을 챙겨보는 편이다.”
힐만 코치는 SK 와이번스가 전반기를 2위 키움 히어로즈에 6경기 반 게임 차로 앞선 상태에서 1위에 올랐다는 걸 정확히 알고 있었다.
한국야구와 일본야구 모두를 경험했다. 두 리그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KBO리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일본 리그보다 타자들의 파워가 더 뛰어났다는 점이다. 반면에 일본 선수들의 수비력은 KBO리그 선수들보다 더 뛰어나다. 아마 두 리그의 차이점을 꼽는다면 파워와 수비 차이일 것이다.”
<염경엽 감독과의 이취임식 장면. 한국시리즈 우승 후 힐만 전 감독을 헹가래치는 SK 선수들>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당신이 얼마나 SK를 그리워하고 있는지 느끼게 된다.
“정말 그립다. 일본도 그리울 때가 있지만 한국은 가장 최근에 있었던 곳이라 더 애틋한 것 같다. 특히 한국 팬들이 가장 보고 싶다. 만약 가족들이 아프지 않았다면 한국에 더 오래 머물지 않았을까 싶다. 분명히 말하고 싶다. 내가 한국을 떠난 건 한국에서의 생활이 불만족스럽거나 행복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내 가족 모두 한국을 특히 좋아했고, 아내도 한국 생활에 만족했다. 가끔 내가 인천 야구장(인천 SK행복드림구장)의 더그아웃으로 들어갈 때, 나를 보고 환호를 보내줬던 팬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SK 홈구장은 아름다운 야구장이다. 일요일 낮 경기 때 가족들이 외야에 돗자리 깔고 앉아서 응원하는 모습은 정말 최고였다.”
염경엽 감독이 단장으로 있을 때 그와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알고 싶다.
“우리는 정말 좋은 관계였다. 우선 그는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고, 야구에 대한 지식이 많은 사람이다. 우리는 서로의 장점을 배운다고 생각했고, 덕분에 서로에 대한 존경심이 있었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를 비롯해 구단 관계자들 모두 서로를 존중했던 터라 더욱 좋은 관계가 형성될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염경엽 감독의 취임식과 당신의 이임식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말 그대로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었는데 그때의 기억이 새로울 것만 같다.
“염경엽 감독은 진심으로 내게 고마움을 전했다. 나는 당신이야말로 SK를 잘 이끌어 갈 적임자라고 격려해줬다. 그럼에도 그는 계속 부담이 크다고 말하더라. 왜냐하면 챔피언 팀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도전해야한다고 말했고, 당신이라면 분명 잘 해낼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만큼 서로에 대한 존경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다. 난 그가 잘해낼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내가 만난 KBO리그 감독들 중 가장 공부를 많이 하는 지도자였다.”
현재 SK가 1위를 질주하는 배경에는 염경엽 감독의 리더십과 당신이 남긴 유산이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그런 칭찬이 주어진다면 감사하고 기쁜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SK가 지금의 성적을 이루고 있는 건 염경엽 감독의 리더십과 선수들의 노력 때문이다. 나는 진심으로 멀리서 응원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
SK는 다양한 장비를 전력 분석에 활용해 ‘데이터의 시각화’에 신경 쓰는 팀이다. 타구 낙하 지점, 타격할 때의 배팅 포인트, 투구 궤적 등을 이미지화 한다. 당신이 있을 때도 이러한 작업이 진행됐었나.
“SK 구단 측에서 내게 어떠한 데이터를 원하느냐고 물어봤을 때 위에 열거한 내용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독 취임했을 때는 이미 그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장비들과 연구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굉장히 많은 일들을 해냈고, 다양한 자료들을 제공해줬다. 그들은 자료만 제공해주는 게 아니라 자료를 최대한 단순화해 코치들이 알아보기 쉽게 만들었다. 선수들한테도 마찬가지다. 정말 대단한 일들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당신도 잘 알다시피 지금 야구는 데이터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옛날의 야구 방식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당신의 생각이 궁금하다.
“수많은 데이터가 쏟아지고 있고, 그 내용들에 관심을 갖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선수들 마다 개성도, 심장 박동 수도 다르지 않나. 많은 자료보다 더 중요한 건 선수들한테 맞는 자료가 제공되는지의 여부다. SK는 선수 맞춤형 자료가 제공됐다. 전력분석팀의 노력과 열정이 SK의 승리를 이끌었다고 믿는다.”
당신은 SK시절 타자들을 국내 최고의 홈런 구단으로 변모 시켰다. 발사 각도, 타구 속도 등 메이저리그 지표들을 활용해 국내에서 금기시됐던 어퍼컷 스윙을 장려하기도 했다. 이런 변화를 선수들이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워하지 않았나.
“SK 선수들은 열린 마음으로 모든 걸 받아들이려 했다. 2017년 전반기가 아마 그 적응하는 과정이었다고 보는데 내가 가르치는 스윙에 선수들이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전력분석팀에서 제공한 다양한 자료들이 선수들의 스윙 변화에 큰 도움이 됐다. 그 분석 자료들 덕분에 적응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다.”
힐만 코치는 올시즌 베테랑 김강민의 활약이 고무적이었다고 말한다. 제이미 로맥, 최정 등의 활약도 인상적이었지만 나이 어린 투수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았다고. 그런 꾸준한 성장이 뒷받침되면 팀은 챔피언 자리에 오를 수 밖에 없다는 게 힐만 코치의 생각이다.
<다저스타디움에서 말린스 유니폼을 입고 SK 와이번스 이야기를 전하는 힐만 코치.(사진=이영미)>
KBO리그 경험이 전무했던 외국인 감독이 취임한지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금도 그 우승 장면을 떠올리면 가슴이 벅찰 것 같은데.
“우리는 플레이오프를 치르며 점점 ‘원팀’이 되었고, 우승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 7회부터 우리가 이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SK 선수들은 시즌 마치고 팀을 떠나는 나를 위해 ‘우승’이라는 선물을 품에 안겨주려고 최선을 다했다. 선수들의 그 마음을 알기에 우승이 확정된 순간, 그 감동이 더 컸던 것 같다. 모두한테 고마움과 감사한 마음을 느낀 순간이었다.”
일본도, 또 한국도 모두 처음이었다. 새로운 리그에서 처음 감독을 맡을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게 무엇인가.
“아주 좋은 질문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야구 선수들은 기계가 아니다. 그들도 사람이고, 가족이 있으며 원하는 것이 있고, 필요하고 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그들에게 제일 먼저 사람 냄새 나는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었다. 그런 인간적인 유대 관계가 형성돼야 팀워크도 단단히 만들어갈 수 있다.”
미국도 그렇지만 지도자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중간에 그만두거나 재계약을 맺지 못한다. 이에 대한 부담은 없나.
“당연히 감독이라면 승패에 연연하게 되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승리는 가격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감독의 자리를 지켜낼 수 있는 큰 무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승리를 인생의 첫 번째로 두지는 않으려 한다. 일단 가족, 신을 비롯해 인생에서 일 말고도 중요한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일할 때 많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말이다. 그리고 항상 가진 것에 감사하며 그것을 최대한 즐기는 편이다. 그렇게 부담을 덜어내는 과정이 지도자들한테 꼭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에서는 물론 말린스에서도 배팅볼을 던져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신이 배팅볼을 던져주는 이유가 선수들의 문제 등을 다른 각도에서 보기 위해서라고 하던데 사실인가.
“매일 경기 전 타격 훈련 시간에 배팅볼을 던진다. 당신이 말한 대로 선수들의 문제점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배팅볼을 던진다. 하지만 내가 타자들에게 조언을 건네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타격 코치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내 눈에 선수의 문제점이 발견됐다면 무조건 타격 코치와 상의한다. 절대 선수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는다. 아직 내 팔은 건강하다. 운동도 많이 하고 있고.”
당신이 처음 코치 시작할 때 가장 큰 어려움과 도전이 자신의 혀를 통제하는 것이라고 말한 인터뷰를 봤다. 굉장히 깊은 의미가 담긴 내용이라고 느껴졌다.
“우선 팀에는 많은 선수들이 있고, 그 사람들 모두가 성격이 다르고 성향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수용하는 부분도 천차만별이다. 내가 내 생각을 표현할 때 어떻게 비춰지는지를 먼저 생각한다. 날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을 위해서다.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이 결정 되고 그것이 그 사람과의 관계를 잘 쌓을 수 있을지 아닐지가 바로 결정되는 터라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틀어지는 순간 코치와 선수는 절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가 없다.”
2014년 당신은 뉴욕 양키스 스카우트로 김광현을 보러 한국을 방문했었다. 만약 지금 당신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라면 김광현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겠나.
“그는 어떤 리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선수다. 당연히 메이저리그에서도 그의 공은 분명히 통한다. 단, 김광현은 무조건 선발로 뛰어야 한다. 그는 토미존 수술과 부상 경력이 있기 때문에 선발 루틴을 지키면서 건강한 몸을 유지해야 한다. 불펜에서 이틀 연속 연투를 하는 것보다 루틴을 지켜주는 게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메이저리그에서의 성공 여부 중 가장 큰 관건은 직구의 제구력인데 그는 충분히 컨트롤을 갖고 있는 선수다.”
마이애미 말린스에 김광현과 비슷한 유형의 칼렙 스미스라는 선발투수가 있다. 그와 김광현을 비교해 본다면?
“당신 말대로 두 선수는 매우 비슷한 스타일이다. 둘 다 좌완 투수라는 사실도. 그러나 슬라이더는 김광현의 슬라이더가 훨씬 날카롭고 제구가 잘 된다. 직구 스피드나 공의 움직임은 칼렙 스미스가 더 뛰어난 편인 것 같다(칼렙 스미스 올시즌 성적, 5승4패 평균자책점 3.47).”
아직도 컵라면을 즐기는가.
“정말 사랑한다(웃음). 그러나 요즘 끊었다. 자꾸 살이 찌는 것 같아서. 라면 냄새가 종종 그리울 때가 있다.”
얼마 전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메릴 켈리를 인터뷰했었다. 켈리를 아직 못 만나 걸로 아는데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나.
“다행히 다음 주에 마이애미 홈에서 애리조나와의 경기가 예정돼 있다. 그때 만날 것으로 예상한다. 둘이 만나면 야구 이야기보다 한국에 대한 추억을 곱씹지 않을까 싶다. 켈리는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 통하는 구질을 갖고 있다. 그가 잘 던지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왠지 흐뭇해진다.”
외국인 선수들이 KBO리그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장점을 꾸준히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항상 발전해야 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맞지만 그보다 자신의 장점을 알고 그 장점을 꾸준히 보여줘야 살아남을 수 있다. 처음 보는 타자들, 처음 겪는 리그인 만큼 적응하기 힘든 건 사실이다. 자신의 장점을 믿고 그 장점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선수로 인정받을 것이다.”
<미국인이 분명함에도 한국적인 감성과 정감을 나타내는 힐만 코치. 그의 이런 성품이 SK 선수들을 이끈 힘이 됐을 것이다. SK 선수들 이름을 매우 정확한 발음으로 언급하는 부분도 놀라웠다.(사진=이영미)>
힐만 코치와의 인터뷰가 진행된 20일에는 다저스타디움에 반가운 손님이 그를 찾아왔다. 바로 지난 시즌까지 SK에서 수석코치로 활약했던 김성갑 전 코치다. 김 전 코치는 자신의 방문을 미리 힐만 코치에게 알리지 않고 말 그대로 ‘서프라이즈’처럼 나타났다. 마이애미 말린스 선수들의 배팅 훈련을 위해 필드로 나온 힐만 코치에게 김 전 코치가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전하자 그는 화들짝 놀라며 “오, 마이 벤치코치”라고 소리를 지르며 김 전 코치에게 달려갔다. 두 사람은 진심으로 격하게 포옹했고 다시 만나게 된 사실에 감동했다.
김 전 코치는 힐만 부부를 위해 준비한 선물을 건넸고, 이를 받은 힐만 코치는 “내일 다시 이곳에 오면 내가 우리 팀 관련된 선물을 준비해서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전 코치가 농담을 건넨다. “꼴찌팀 선물은 받기 그런데….” 이 말을 전해들은 힐만 코치 왈, “우리는 점점 발전하고 있는 팀이야(웃음)”. 두터운 친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대화였다.
<전직 SK 와이번스 감독과 수석코치가 다저스타디움에서 만났다. 힐만 코치와 김성갑 전 수석코치의 모습.(사진=이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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