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서준원(19)은 당찬 신인이다.

201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롯데에 1차 지명을 받았을 때부터 야구 인생에 대한 ‘큰 그림’을 다 짰다. 선발 투수진의 한 자리를 꿰차는 것, MVP, 자유계약선수(FA) 계약 등 야구 인생에서 이뤄야할 것들을 미리 정해뒀다. 영화 <기생충>에서 나온 “너는 계획이 미리 다 있구나!”라는 송강호의 대사가 떠오른다.

그러나 서준원이 올 시즌부터 내려놓은 목표가 있다. 바로 ‘신인왕’이다. 생애 단 한 번밖에 받지 못하는 상을 서준원은 진작 포기했다. 그는 최근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개막전 엔트리에서 제외될 때부터 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준원은 스프링캠프 도중 경미한 부상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리느라 개막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했다. 3월 30일 LG전에서 첫 1군 등판을 치렀다.



롯데 서준원. 롯데 자이언츠 제공
인생사는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서준원에게는 더 큰 기회가 찾아왔다. 서준원에게 선발의 기회가 온 것이다. 구멍난 선발진을 메우기 위해 5월26일 LG전부터 선발진에 합류했다. 지난 9일 NC전까지 선발로 나선 7경기에서 5이닝을 채우지 못한 적은 단 두 차례 뿐이다. 서준원은 “후반기에나 기회가 돌아올 줄 알았는데 이렇게 선발진에 합류하고 지금처럼 던지게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로테이션에 합류한 뒤에 서준원의 올 시즌 목표는 명확해졌다. 그는 “한번 선발진에 들어가게 된 만큼 기회를 잘 잡아야겠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팀 사정이 마냥 의욕을 불태울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는 최하위에 머물러있고 종종 서준원에게 연패 탈출의 임무가 주어지곤 한다. 데뷔 첫 해를 치르는 루키에게는 부담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서준원에게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근거 있는 자신감’이다. 그는 “내가 주눅들면 그게 더 팀에 민폐 아닌가. 나는 마운드에 올라갈 때마다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마추어 때부터 그런 성격으로 던지다보니 프로에서도 기 죽지 않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가끔식 야단맞을 때도 있지만 이 모든 게 경험이라는 생각으로 배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나의 목표만 바라보고 있는 서준원이기에 개인적인 기록도 필요하지 않다. “지금 이 상태가 제일 좋다”던 그는 “연패를 끊거나, 연승을 이어가는 디딤돌의 역할을 하고 싶다. 팀이 필요할 때 서준원을 찾을 수 있도록 중요한 선수가 되고 싶다. 다른건 절대 바라는 게 없다”고 했다.

다른 선배들에게 미안하지만 지금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내주고 싶지 않다. 서준원은 “지금은 내 자리에 누구도 못 들어가게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이런 욕심은 올해 뿐만이 아니라 계속 가져가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