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에 '기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구단이 나섰다. 시범경기, 안방 시청은 무산됐지만 손 안에서는 가능하다.

야구는 봄을 알리는 스포츠다. 시범경기도 설렘으로 기다리는 팬이 많다. 그러나 개막을 닷새 앞두고 비보가 전해졌다. 중계권을 갖고 있는 방송 3사가 시범경기 생중계를 포기했다. 이유는 비용 절감. 제작비는 한 경기당 약 2500만 원이 소요되는데 광고 수주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한다. 뻔한 적자를 감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채널 두 구좌를 갖고 있는 SPOTV도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드 미디어의 광고 점유율이 크게 줄었다. 중계권료, 제작비 대비 수익성은 매년 떨어지고 있다. 방송사의 볼멘소리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새삼스럽지 않다.

그러나 타이밍이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지상파 스포츠 채널 3사와 SPOTV는 지난달 25일 발표된 유무선 중계권 사업자 선정에 입찰했지만 통신 3사(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와 포털 2사(네이버, 카카오) 컨소시엄에 밀려 사업권을 얻지 못했다.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인 방송 중계를 볼모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구단은 자체 중계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KBO에 문의하자 처음에는 방송 중계권은 방송사가 갖고 있기 때문에 자체 미디어 중계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일단 시범경기 개막을 앞둔 12일 오전 현재 상황은 작일과는 다르다. 구단이 자체 중계를 할 수 있다. 롯데는 상동 구장에서 치르는 NC와의 2연전(12,13일)을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 'Giants TV'를 통해 중계할 예정이다. 이미 하루 전, 담당 인력들에게도 알렸다.

지난해 'Eagles TV'를 통해 방송사가 중계하지는 않은 시범경기를 자체 중계한 한화도 타진하고 있다. 급작스러운 상황 탓에 12일 두산전은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매년 스프링캠프 연습경기까지 중계하고 있는 KT는 오는 16, 17일 홈구장,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리는 SK전을 대비해 인력, 장비 구축에 들어갔다. 

구단 관계자 A는 "누구도 중계를 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시범경기를 반기는 팬은 많다. 구단이라도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른 구단 관계자들도 잠재 시청자 규모를 크게 봤고, 그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인력 확보, 장비 구입 비용도 따로 든다. 큰 구장은 커버할 수 있는 유선 케이블의 가격이 50~60만원이라고 한다. 1군 공식 경기다 보니 전지훈련 평가전보다는 나은 퀄리티를 제공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다. 일단 구단은 이를 모두 감수하기로 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중계권 권리 구조 탓에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 구단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중계 여부를 사전에 공지하지 못한 이유다. 그만큼 조심스러워 했다. 그러나 방송사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야구팬에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구단의 의지를 KBO도 확인한 상황. 염원을 거스르는 제약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