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광고업체에서 일하는 치카(34)씨는 지난주 일요일(20일)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해 색다른 경험을 했다. 그는 하객이었지만 신랑 자리에서서 손님을 맞았고, 신부 옆에서 혼인 선서도 같이 했다. 신랑인 친구가 'A형 독감(인플루엔자)' 진단을 받으면서 결혼식에 참석할 상황이 안되자, 친구인 치카씨가 노트북 영상통화로 신랑을 연결해서 내내 들고 다니는 '원격 결혼식'이 열린 것이다.

독감 공포가 일본 전역을 휩쓸고 있다. 원격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부터 주말에는 각종 약속을 취소해 중심가는 썰렁하다.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로 감염을 피하고 있고, 노인들이 많은 요양병원은 집단 감염에 패닉에 빠져있다.

23일 비즈니스인사이더 일본판이 후생성 자료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일본내 독감 환자수는 163만5000명으로 전주(58만6000명)대비 2.8배 급증했다. 여태껏 사망한 환자도 10명을 넘어선 데다가 이상 증세를 보이는 환자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 NHK는 2017년 늦가을부터 2018년 이른봄 사이 독감 유행기(95건) 당시보다 이상행동을 보이는 보고가 벌써 100건을 넘어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 22일에는 사이타마현에서 독감에 걸린 초등학교 6학년 소년이 아파트 3층에서 뛰어내려 크게 다쳤고, 23일 도쿄 메구로구 전철역에서는 여성 회사원이 갑자기 선로에 떨어진 뒤 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여성 역시 독감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이 몰려있는 요양 병원에서는 집단 감염이 확산되는 등 패닉 상태다. 지난 21일까지 효고현 아와지시의 한 요양원에서는 160여명의 입주자 중 절반 가까이 독감에 감염돼 7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일본인들의 주말 풍경도 바뀌었다. 독감 공포에 주말 약속을 모두 취소해 중심가는 인적이 뜸해졌고, 독감에 걸린 친구들끼린 영상통화로 병문안을 하는 상황이다. 크라우드 펀딩 앱을 통해 서로 독감에 걸린 환자들에게 위로금을 보내주기도 한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는 독감에 걸렸다고 올린 글들에 수많은 위로의 글들과 위로금이 몰리고 있다. 한 게시물은 위로금 24만엔(약 246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감염을 우려한 일부 직장에서는 재택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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