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81] 몇 년 전만 해도 태블릿PC는 가장 환영받는 정보기술(IT) 기기였다. 휴대폰보다 넓은 화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노트북PC보다 휴대하기 편안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인기가 주춤하고 있다.

특히 태블릿PC가 주춤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포착할 수 있는 의외의 공간이 있는데, 그곳은 바로 '포르노 웹사이트'이다. 포르노 사이트 폰허브(Pornhub)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에서 발생한 트래픽의 9%와 영국에서 발생한 트래픽의 14%가 태블릿PC를 통한 것이었다. 이는 2012년 이후 양국에서 태블릿을 통해 사이트에 접속한 비율 중 가장 낮은 수치다. 두 나라의 태블릿 접속 비율은 2012년부터 점점 증가해 2015년에 정점을 찍었다.

기껏 해야 포르노 사이트 한 곳의 트래픽이 '어찌 감히' 태블릿PC의 종말을 예견할 수 있겠냐고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사이트는 미국 최대이자 세계 최대 포르노 공유 사이트이다. 지난해 기준 폰허브의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8100만명에 달한다. 연간 방문자 수로는 285억명이고, 분당 50만회 검색이 이뤄진다. 한 해 동안 업로드된 비디오 데이터는 68년간 매일 쉬지 않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하다. 미국 온라인 매체 쿼츠에 따르면 폰허브는 아마존의 인공지능 플랫폼 알렉사가 집계한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온라인 사이트 29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1억30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한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26위인 것과 비교해봤을 때, 그에 비견될 만한 관심과 인기를 끌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쇼핑몰인 이베이보다 오히려 순위가 높다.

포르노 산업 자체만 놓고 봐도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유망 산업 중 하나다. NBC에 따르면 전 세계 포르노 산업 시장 규모는 2014년 970억달러(약 110조원)를 돌파했으며 1500억달러(약 169조원) 돌파도 목전에 두고 있다.

미 경제 매체인 포브스는 포르노를 "첨단 기술을 진보시키는 역량을 가진 종합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포르노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기술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원동력 중 하나이자 블록체인 기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이 매체의 분석이다.

시원한 화면으로 욕망을 채우고 싶어하는 수요가 많은 만큼, 특히 포르노 사이트를 비롯한 동영상 사이트를 태블릿PC를 통해 접속하는 수요는 당연히 많았을 터다. 2011년에는 강력한 반(反)포르노법을 통과시키는 데 일조한 인도네시아 한 국회의원이 회기 중 의회에서 자신의 태블릿PC로 몰래 포르노 비디오를 보는 사진이 공개돼 세계적으로 망신을 당한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포르노 시청 기조(?)가 태블릿PC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갔다는 것을 방증하듯 2015년에는 브라질 하원의원 조하우 로드리게스가 하원 본회의에 참석해 스마트폰을 책상 밑에 숨긴 채 포르노 영화를 감상하다 들켜 화제가 됐다.

태블릿PC의 하락세는 실제 매출 데이터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IT 시장분석 및 컨설팅 기관인 인터내셔널데이터코퍼레이션(IDC)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세계 태블릿PC 출하량은 총 364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IDC 선임 리서치 애널리스트 지테시 우브라니는 "태블릿 시장이 전통적인 PC 시장과 같은 길을 걷고 있으며, 이들 시장이 서로 동기화되고 있다"며 "태블릿 시장에 진입했던 많은 소규모 기업들이 하나둘 이 영역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점점 더 사람들이 데스크톱PC 앞에 앉지 않아도 휴대폰을 활용해 동영상 감상과 쇼핑 등 충분히 만족할 만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휴대폰 화면이 커지고 해상도도 높아지면서 사람들이 휴대폰과 태블릿PC를 동시에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역시 이러한 이유로 폰허브에서 태블릿PC 트래픽 점유율이 줄어들며 발생한 공백은 스마트폰이 채우고 있다. 2013년에서 2018년까지 폰허브의 모바일 트래픽 접속률은 전 세계적으로 40%에서 72%로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