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방에 남은 마지막 틈새를 막기 위해 청테이프의 끝을 잡고 잡아당겼다. 얄궂게도 문 틈까지 바르기에는 청테이프가 조금 모자랐다. 10cm정도일까. 테이프를 끝까지 뜯자 종이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청테이프가 말려있던 심의 자락이 함께 딸려서 떨어졌다. 마지막까지... 생각하며 남자는 이빨로 테이프의 끝을 끊어내고 되는대로 문틈에 붙였다. 겨우 저 십센치 남짓 되는 틈새 때문에 다시 테이프를 다 뜯고 슈퍼까지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주머니 안에 손을 넣고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며 남자는 이불 위에 잠시 누워 있었다. 보증금이 없는 월세 15만원짜리 방은 완전히 밀폐되어 금방 더워졌다. 콘크리트 벽에서 희미하게 냉기가 피어오르는게 느껴졌다. 10월 말이니 시체가 부패되는 데에는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다. 집주인 할머니도 달동네까지 오르는 것이 번거로워 세 달 이상 월세가 밀리지 않는 한은 찾아오지 않고 외부인의 발길 자체가 뜸한 곳이니 그가 죽는 것을 방해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최근 6개월간 그와 개인적인 이유로 연락을 한 사람 또한 누구도 없으니 부모님에게 그의 죽음이 알려지는 시간도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을 것이다. 라이터를 꺼내 엄지손으로 슥슥 돌려보았다. 담배를 피지 않아 청테이프와 함께 구입한 라이터였다. 라이터의 목구멍 끝까지 기름이 찰랑거렸다. 편의점 한켠에 따로 진열된 몇만원 짜리 라이터를 보며 그래도 마지막인데 비싼 걸로 사 볼까 하고 속으로 말했던 게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보니 웃음이 나왔다. 그는 이불에 누워 킬킬거리다가 더워진 방의 공기 때문에 꾸벅꾸벅 졸다 잠시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