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실화임. 1%는 픽션)

저녁.


날이 좀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발이 시려울 정도로 추운 날이였다.



그 날은 유독히 버스가 보이지 않았다.


버스정류장엔 그저 나 혼자 뿐이였다.

10분쯤 그 자리에서 기다렸을까. 버스가 도착했다.


-삑-


자리에 좀 앉을까 하여 주변을 두리번 거리니 저 맨 뒷자리에 자리 하나가 고스란히 있었다.


나는 별로 주변에 신경쓰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주변에 앉은 사람들이 모두 비슷비슷한 옷을 입고 있었다.


무슨 단체나 모임에서 왔겠거니 하고 신경을 끄려고 했으나

주변에 은은히 퍼지는 맥도날드 불고기버거의 향기때문에 신경을 끌 수가 없었다.


-띵동 이번 정류장은……-



그들은 남들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은채


행복의 나라 행사중인 맥도날드 불고기 버거를 입속으로 집어넣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있자니 나의 배도 점점 고파왔다.


집에 가면 어서 밥부터 먹자 생각을 했다.


햄버거를 먹는 사람들은 아무말도 없이 자신의 음식만 씹어삼키고 있었다.



그렇게 세 정거장 정도 지났을 때즈음 이였다.


"저기.. 형님.."

후드 모자를 뒤집어 쓴 50대 중년으로 보이는 남성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자 군밤장수 모자를 쓴 같은 나이대로 보이는 사내가 답을 했다.


"왜 불러"


"저기... 햄버거 좀 더 드시겠습니까?"

"안먹어. 너 무라."


군밤장수 사내는 단칼의 그의 제안을 거절하곤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음식을 마저 넘기기 시작했다.


약간 실망한 기색이 보이는 후드남성은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동료에게 말을 걸었다.


"여이. 배 더 안고프나?"


"으응? 난 이거면 됐어. 너나 좀 잘 챙겨먹으라고."


"어.. 그러지 뭐.."


8명 정도로 보이는 그 무리는 그 대화 이후로도 말이 별로 없었다.



두번째 침묵을 깬건 후드의 옆옆에 앉은 비니모자 아저씨였다.


"여여."

그 아저씨는 후드남성에게 손짓했다.


"그거 안 먹으면 나 좀 달라고."


"으어이... 이거 형님 줄라고 했는디.."


"아까 몇개 샀어?"


"열개 샀지."


"내가 얼마냈어."


"보자... 내가 삼천원... 쟈는 안냈고.. 어... 느거가 오천원 냈나?"


"그치. 내가 오천원냈어. 그러니까 그거 좀 줘봐."


그들이 버스에서 대화를 계속 진행하려 하자 군밤형님은 그들의 대화를 정리해버렸다.

"나 줘봐라."


후드남성은 군밤형님에게 햄버거를 전했고 형님은 비니아저씨에게 그대로 햄버거를 전했다.



비니아저씨는 신이 났는지 허겁지겁 그 햄버거를 다 먹어치우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콜라라도 살껄 그랬나봐. 목이 좀 마르네."


안경을 쓴 사람이 혼자 중얼거렸다.


"콜라 천원이던데.. 햄버거 두개를 왜 더산거야... 그걸로 콜라 사먹었음 얼마나 좋아. 시원하게 마시면"


"콜라 뭐 그거 뭐 별로 안좋아 그거. 뭐 좋다고 마셔 그거 뭐."

그 옆에 앉아있던 사람이 타박했다.


그러자 안경인은 조용해졌다.



버스는 뭔가 알 수 없는 기운으로 넘쳐 흐르고 있었다.


뒷자리 2인석을 가득 매운 8명의 아저씨.


그들이 들고 있는 다 먹어 버린 불고기버거 포장지.


후드남성이 가지고 있는 나머지 햄버거 하나.


콜라를 못 마셔서 그런건지 왠지 뚱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안경


그 무리가 형님으로 부르고 있는 군밤장수 모자를 쓴 남성


버스에서 내리고도 그 이상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날은 홈서비스 시켜먹었다.



맛있다. 햄버거. 오이시.

근데 7000원인가 이상만 배달된다는게 흠이다.


나중에 맥도날드 가서 행복의 나라 메뉴나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