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갤문학] 밤스테러가 막힌 이유.txt

파..팥죽!

2012.09.06 07:12:39

조회 1887 추천 13 댓글 18

"넌 쓰레기야."

이 한마디를 씹어뱉는다.

그의 이름은 밤스티드,

최강의 자폭몹- 우리에겐 "밤스"란 닉네임이 더 익숙한 말이다.

"넌 지금 쓰레기라고. 팥죽."

"밤스 또 왜 지랄이야-"

그 말을 흘려들으며 팥죽은 마우스를 딸칵거렸다.

보이스챗에서 무슨 농담이라도 들었는지 낄낄거린다.

밤스티드는 팥죽의 모니터에서 익숙한 이름, 던바일찐을 발견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 그 창녀bitch와 노는 거야?"

"밤스-"

"그 빌어먹을 년이 우릴 망쳤어."

"......"

팥죽이 빈꼭베를 벗고 밤스를 돌아보았다.

"말이 심하잖아."

"넌 전향했어. 팥죽. 기억 안나? 넌 다크나이트야! 해골펫도 샀고! 그런데 넌 지금 뭐하는 거야!?"

"잠깐 쉬는......"

밤스가 팥죽의 빈꼭베를 빼앗아 집어던졌다.

빈꼭베가 찢어지며 꼭지가 흩어졌다. 팥죽이 고개를 든다.

"밤스."

"넌 내가 알던 팥죽이 아냐."

밤스티드가 씹어뱉듯이 말했다.

그 목소리가 젖어 있어서, 팥죽은 입을 다문다.

"넌 팥죽이었어. BEST TERRORIST IN THE ERINN. 킹 오브 다크나이트. 그런데 지금 넌 뭐야?"

"난 똑같아."

"입닥쳐. 죽여버리기 전에."

"......"

밤스티드의 타는 눈길을 견딜 수 없어서, 팥죽은 그에게서 등 돌렸다.

"나중에 얘기하자. 일찐이가 기다려."

"일찐. 하! 던바일찐! 널 망치는 그 빌어먹을 년bitch!"

"일찐이한테 함부로 지껄이지 마!"

팥죽이 몸을 홱 돌려 밤스티드를 노려보았다. 그 눈이 명백한 적의로 차올랐다.

밤스티드는 위악을 가득 떨치며 이죽거렸다.

"하하. 좋아. 창녀. 어떻게 해줬길래 니가 이럴까? 그 빌어먹을 년과 뒷구멍으로 해봤어? 양쪽으로는 안해봤겠지? 나 좀 빌려줄래?"

"미친 새끼가..."

"왜? 난 우정을 원하는 거야. 그 씨발년 좀 빌려줘. 하고 싶은 플레이가 있거든. 물론 메투스식으로- 그 일찐도 만족할 걸?"

팥죽이 브로드소드를 휘둘렀다.

밤스티드가 얻어맞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개자식."

뺨으로 바닥의 한기를 느끼면서, 밤스티드는 눈을 감았다. 팥죽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팥죽은 자신의 검을, 밤스티드는 자신의 뺨을 가다듬으면서, 그렇게 둘은 침묵했다.

이윽고 밤스티드가 속삭였다.

"이제 너와 테러하는 게 더이상 즐겁지 않아."

"그럼 꺼져버려."

"......그래."

밤스티드가 대답했다.

팥죽이 입을 다물었다.

밤스티드는 눈을 감고서, 팥죽에게만 들릴만치 작게 속삭였다.

"그러자. 그게 좋겠어."

"너...!"

"팥죽-."

밤스티드가 일어났다.

아크리치식 트레이닝으로 단련된 몸이, 지금은 포니보다도 왜소해 보인다.

밤스티드의 일렁이는 눈동자에 팥죽은 진심을 직감했다.

"그동안 함께여서 즐거웠어."

팥죽이 소리쳤다.

"너 지금 테러를, 그만두겠다는......!"

"아니."

밤스티드가 말했다.

"이건 내가 그만두는 게 아냐."

팔라라가 저물기 직전, 지평선에 몸을 걸친 석양은 마지막으로 붉은 빛을 세상에 떨쳐낸다.

그 빛은 지평선에서부터 창을 타고 새어들어와, 밤스티드의 얼굴을 물들였다.

그 노을에 젖은 눈동자를, 팥죽은 견디기 힘들다.

"지금의 너가, 네 모습이, 날 쫓아내는 거야."

GM들이 던바튼에서 테러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김개돌을 향한 비난과 GM을 향한 비난, 두 종류의 말들이 마갤에 범람했다.

팥죽은 불 꺼진 방에 앉아 홀로 생각하고 있었다.

다크나이트와 밤스티드는, 때로 법사와 마엘 못지 않은 긴밀한 유대가 필요하다.

밤스와 함께한 던바튼 테러 장면들이 하나하나 스쳐지나갔다.

밤스테러가 없는 던바튼은,

적막하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팥죽이 허공에 속삭이며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었다.

밤스티드가 사라졌다. 더이상 테러를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뭘 하지? 미라지? 스파크? 내가 뭐라도 할 수 있을까?

"내가 뭘한 거지."

팥죽은 어둠 속에서 생각했다.

고민하고, 후회하고, 다시 생각했다.

밤스티드가 떠나자, 그의 눈에 에린의 현재 모습이 명확히 보였다.

쇠락하고, 침몰하고 있다.

김개돌 때문이다.

김개돌 개새끼해봐.

김개돌 개새끼... 시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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