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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갤백일장] 아브네아의 은붕어

스티스니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2.10.25 15: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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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네아의 은붕어



사쿠아는 던바튼의 시장이었다. 에린에선 계급간의 차별이 심해 타라 국왕의 친척에 해당하는 시장은 해당 도시에선 거의 하늘과 같은 수준으로 취급되었다. 그것은 그 밑에 있는 중역 관리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화창한 가을 날이었다. 유례없이 맑고 높은 하늘을 보고 시장은 외쳤다. “이렇게 좋은 날을 관청에서만 보낼 수는 없지! 소풍이다! 소풍을 떠나는 거다!”라며 시장은 그대로 혼자 말을 이끌고 던바튼 성 밖을 나섰다.

그에 던바튼 관청은 뒤집어졌다. 시장을 호위 없이 보내는 것은 큰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책임을 지는 던바튼 경비대장 스티스니아가 관청 직원에게 물었다.

“시장님은 어디로 가셨느냐!” “예, 소풍에 나가셨습니다.” “어디로 가셨느냐!” “아브네아 호수라고 일겁니다.” “일겁니다라니 무슨 말이냐!” “그야 시장님이 알고 계신 길은 아브네아 호수 뿐이지 않습니까.” “…….”

스티스니아는 수행원 몇 명을 데리고 허겁지겁 말을 타고 시장이 있을 아브네아 호수로 향했다. 다행히 경비대장은 시장을 얼마가지 않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시장이 말을 타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덕이었다.

“시장님! 어디를 혼자 가십니까!” “소풍이야!” “시장님!” “닥쳐라! 오늘은 무조건 소풍이다! 내가 그렇게 정했어! 이런 좋은 날에 관청에만 있을 수는 없잖아!”

던바튼 시장의 단호한 의지에 경비대장은 그저 “옙! 그렇습니다. 호위하겠습니다”라며 감히 반박을 못하고 수행하였다. 약탈단이나 강도라도 만나면 어쩌나 시장의 안전에 노심초사였던 경비대장이었지만 다행히도 시장의 소풍은 얼마 가지 않아 중단되었다. 말 타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시장의 부드러운 엉덩이가 말안장에 너덜너덜 부어오른 것이었다.

“으앙! 나 더 이상 엉덩이가 아파서 못 타겠어! 여기서 쉴래!”라고 시장은 아브네아 호수 입구 부근의 나무 밑 그늘에 나무를 기대어 앉아 쉬었다. 그 옆에서 경비대장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시종일관 주위를 경계하며 서있었다.

잠시 뒤 시장이 물었다. “도시락.” “예?” “도시락! 도시락을 대령하란 말이다!” 도시락을 대령하라는 말에 경비대장은 어쩔 줄 몰라 땀을 뻘뻘 흘렸다. “죄송합니다. 도시락은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왜! 소풍에 도시락이 없는 게 말이 되냐고! 앙앙!” “하지만 그것이, 시장님이 워낙 허겁지겁 출타를 하시는 바람에.” 경비대장이 말끝을 흐렸다.

배가 고팠지만 체통을 지켜야한다는 교육을 어릴 때부터 받아온 시장은 더 이상 도시락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다. 대신 입이 아닌 배로 꼬르륵 소리를 내며 배고픔을 외치고 있었다.

“시장님, 이만 관청으로 돌아가심이 어떠하십니까?” “싫다! 모처럼 나온 소풍을 이렇게 망칠 수는 없다!” “그럼 많이 늦겠지만 지금이라도 도시락을 관청에서 준비 시킬까요?”

시장이 잠시 고민을 하며 머뭇거리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은붕어를 굽는 고소한 냄새가 시장과 경비대장에게 흘러왔다. “아니, 이것은 무슨 향기냐!” 한 번도 은붕어를 본 적도 없고 먹어본 적도 없고, 더욱이 요리라고는 해보지 않은 시장이 물었다.

“예, 은붕어를 굽는 냄새입니다.” “오옷! 굉장히 맛있어 보이는 향기로구나! 당장 그것을 대령해라!” “하지만 은붕어는 서민들이 먹는 식자재료 시장님의 고급스런 입맛에 맞으실지...” “닥쳐라! 내가 먹고 싶다면 먹는 거야!”

“넵!”이라고 대답하며 경비대장은 은붕어를 굽는 아브네아 호수 옆의 음유시인 캠프로 향했다.

“여기서 은붕어를 굽고 있는 것이냐.” 경비대장이 야영지 한 가운데로 모습을 들어내자 음유시인들이 허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경비대장님. 지금 당장 그만 두겠습니다.”

“아니다, 그러지 말거라. 오히려 잘 된 일이다. 나는 시장님이 은붕어 구이를 먹고 싶다고 하여 찾아왔느니라. 은붕어 구이를 우리에게 나누어줄 수 있겠느냐?”

“물론입니다. 시장님이 드시겠다는데요. 마침 시장에서 은붕어가 싸게 팔려 많이 사 놓았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부탁 좀 하마.” 스티스니아는 은붕어 구이에 대한 대가로 은붕어의 가격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넘겨주었다. 그에 음유시인들은 신이나 정성을 쏟아 은붕어 구이를 구워 넘겨주었다.

“시장님, 이것이 은붕어 구이를 대령했습니다.”

시장은 은붕어 구이를 보자마자 한 손으로 집어 쏙 입에 넣었다. “오! 맛있다! 맛있어! 얼마나 가져왔느냐!” 경비대장이 받아온 많은 양의 은붕어 구이를 시장은 하나도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시장의 평소 먹는 요리는 형편없었다. 요리 재료는 최고급이 분명했지만 운동을 못하는 시장의 건강 관리를 위해 기름이 없는  담백한 식자재만이 골라졌다. 또한 시장이 있는 관청과 주방의 거리가 상당히 멀어 옮기는 도중에 요리는 다 식어버렸다. 게다가 시장의 음식에 독이 있는지 없는지 검사해야 했으므로 시장 앞에 도착한 요리는 이미 몇 명에게 먹혀있어 요리의 몰골이 마치 개밥과도 같았다. 그런 시장이 지금과 같은 따끈따끈하고 모양이 살아있는 기름진 요리를 맛있게 느낀 것은 당연했다.

그에 감탄한 시장이 성으로 소풍을 마치고 돌아가는데 경비대장이 부탁했다. “시장님, 오늘 여기서 은붕어 구이를 먹은 것은 절대로 이야기하시면 안됩니다. 만약 제가 시장님에게 서민들이 먹는 음식을 먹였다는 소문이 관청에서 떠돌게 되면 제가 벌을 받게 됩니다.”

“그러느냐! 알겠다. 내 절대 말하지 않으리라!” 은붕어 구이에 기분이 좋은 시장이 흔쾌히 대답했다.

시장은 약속대로 관청에서 은붕어 구이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말은 하지 않았어도 눈 앞에 보이는 것이 전부 은붕어 구이였다.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해도 입에서는 저번에 먹었던 은붕어 구이의 맛이 떠올랐으며 시민들이 가져오는 선물도 그 안에 은붕어 구이가 보였다. 하늘 위로 떠다니는 구름도 은붕어 구이처럼 생겼으며 꿈을 꾸면 은붕어 구이가 노릇노릇 향기를 내뿜고 있는 것만이 보였다.

그러던 어느날, 시장이 타라의 왕성에 손님으로 초대되어 가게 된 일이 생겼다. 손님으로 초대된 경우, 손님이 먹고 싶은 것을 잘 차려주는 것이 주인의 예의였기 때문에 타라 왕성의 요리사들은 던바튼 시장이 무슨 요리를 시키든 진수성찬을 차려주겠다며 이를 갈고 있었다.

“시장님, 무엇을 잡수시고 싶으시나이까?” 기회가 찾아온 시장은 지체없이 냉큼 대답했다. “은붕어.”

서민들이 먹는 은붕어가 던바튼 시장이 먹고 싶다는 말에 요리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예? 제가 잘못 들은 것 같습니다. 황송하지만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실 수 있사옵니까?” “이 몸은 은붕어가 먹고 싶다고 했노라! 똑똑히 듣거라. 은붕어다!” “은붕어라니 시장님의 입에는 잉어가 맞지 않겠나이까?” “나는 은붕어가 먹고 싶다고 했노라!” “옙! 대령하겠습니다.”

은붕어 요리를 주문받은 타라 왕성의 주방은 난리가 일어났다. 그들은 서민들이 먹는 은붕어를 준비해놓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요리를 못 내놓는 것은 타라 국왕의 수치가 될 일, 그들은 서둘러 말을 띄워 타라의 시장에서 최고급 은붕어를 사왔다.

그들은 사온 은붕어를 요리하기 시작했다. 먼저 건강하지 않아 보이는 시장을 보아 은붕어의 몸에 좋지 않은 기름이 쫙 빠질 수 있도록 찜을 했다. 그리고 잔가시가 목에 걸려 상처를 입으면 큰일이므로 은붕어를 젓가락으로 하나하나 집어가며 잔가시를 빼내었다. 결과 은붕어의 모습은 도저히 은붕어라 알아볼 수 없는 것이 되었기 때문에 그들은 은붕어를 국거리로 하여 던바튼 시장에게 대령했다.

“와! 그럼 어디 한 번 먹어볼까!” 던바튼 시장 사쿠아는 아브네아 호수에서 먹었던 그때의 그 맛을 상기하며 국물에 든 은붕어 고기를 한 입 넣었다. 그러나 그때의 맛이 나지 않았다. 기름이 쫙 빠진 은붕어 요리는 입에서 푸석푸석할 뿐이었고 던바튼 관청에서와 같이 요리는 식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던바튼 시장은 얼굴이 급격하게 굳어져 요리사에게 물었다.

“이 은붕어는 어디서 구한 것이냐?”

“예, 타라 시장에서 구한 최고급 은붕어이옵니다.”

“그래서 그렇군! 앞으로 은붕어 요리는 아브네아에 한(限)한다”

이 사건 이후 무슨 요리를 어디에 한한다는 표현은 무슨 요리는 어디 지방이 가장 맛있다는 의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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