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피자 한 판 5천 원' 이라고 써 붙인 집이 있다. 레귤러사이즈 콤비네이션은 5천 원, 도우 테두리에 치즈를 쑤시면 1천 원 더 받는다. 도합 6천 원. 앵간한 메뉴는 6천 원이면 맛 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집은 코쿤족들에게는 고약한 집이다. 마케팅을 배운 사람이면 장사 이렇게 야박하게 할 꺼 있나라는 소리 나오기 십상이다. 피자 한 판을 주문하던, 수십 판을 주문하던 양과 상관없이 배달은 일체 안 한다. 아줌마 두 명이 운영하니 그럴 수 밖에. 벼랑끝에 몰려도 준수할 것 같은 이 집만의 절개다. 나쁘게 말하면 돈독에 오른 두 아줌마들의 똥고집이다. 인건노무비 지출할 바에야 박리다매로 돈을 챙기겠다는 장사꾼의 수가 읽혀진다. 직접 가서 사오면 싸건만 그게 싫었다. 계절학기가 어제부로 끝나고 방학 동안에 들볶여서 밖에 나가기가 앵간히도 싫은거라. 꿀맛 같은 휴식에 취했다고 할까. 집에서 동네 피자집까지는 걸어서 10분은 소요되는 거리. 집 문고리에 걸린 음식점 콜렉션 책자를 뒤져보니 치즈크러스트에다가 스파게티를 주는데 11,900원이면 된단다. 저녁 굶겠다는 헝그리 정신으로 세트를 주문했다. 맛은 5천 원짜리 동네 컴비네이션 피자 딱 그거였다. 스파게티에 조잡스럽게 잡육으로 만든 햄은 왜 이리도 첨가했는지 모를 일이다. 피자 도우 테두리를 파보면 있는 치즈의 양도 쪼잔하게도 넣었다. 광고 카피 보면, 치즈가 줄줄 세어 나오더만 그걸 바랬던 내가 모자른건가. 동네 피자답게 굳이 넣을 필요성이 없어보이는 콘옥수수는 미치도록 뿌려댔는지... 죄값을 치렀다고 생각하련다. 글, 사진 = 김선종 (한식, 기타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