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의 잠복과.. 은신중. 간만에 조우한 번개 공고와 웬지 귓전을 울리는 CF속 대사 "혜원씨, 돼지고기를 썰 때입니다." 맛깔진 고기가 필요한 시점이라 여겼습니다. 결국.. 경희대 로스 2000 에서 술자리는 시작됐습니다. 먼저 맘에 쏙 드는 소스! 새콤달콤한 맛에 후추향이 퍼지면서 고기맛을 1.7배 정도 높여주는듯 합니다. 콩가루랑 뻘건 소스는 거들떠도 안보게 만들어주더군요. 생고기 2500원이라는 획기적인 옵션에도 불구하고.. 고기가 뻑뻑하다는 민중의 소리가 높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 같은 가격의, 다소 생소한 돼지차돌을 시켜봤습니다. 얇게 저며져 있어서 냉큼 익어주는 편리함과.. 잘 퍼진 기름기가 매우 괜찮은 맛. 대충 세팅해놓고 마셔주면 되는거죠.. 참.. 이곳에선 상추를 포함한 쌈을 더 시키면 1000원을 더 내야 됩니다. 아주 웃긴 일이죠. 아예 첨부터 상추따윈 안받고 1000원을 깎을껄.. 부족한 섬유질은 김치로 채울지어다! 레어아이템.. 아무것도 프린팅 안된 민짜 소주잔. 잔이 미끄러워 파지가 불안정하면 떨어질지도.. 웬지 다른 메뉴에 도전해보고픈 맘이 들었는지.. 퐁사마는 은근슬쩍 돼지차돌 2인분을 시키며 포즈를 주지않고 바로 주물럭 2인분을 시켜버립니다. 게다가 우리같은 생활보호대상자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죽통주(5000원) 500미리라고 써있었는데.. 전혀 상응하지 않는 양이었다고 기억됩니다. 역시 정품 소주가 최고. 근데 이집 양념이 제 입맛을 고려하고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주물럭에는 후추가 팍팍 박혀있습니다. 고기는 약간 뻑뻑하지만.. 후추향이 퍼져있는 고기는 항상 맛있죠. 대충 고기의식을 마무리할때 쯤이면.. 밥을 볶아먹는 것쯤은 기본! 훌륭한 안주가 됩니다. 완성후 계란을 위에 톡 떨궈놔야 100점인데.. 퐁사마의 퇴행성 손목관절염 때문이었는지.. 살짝 터져서 영 못쓰겠더군요.. 제작중인 과정샷으로 대체. 적당히 달렸다 싶었는데 LP뮤직을 가자고 하더군요.. 얘기만 들었던 곳인데.. 소문대로 LP음악도 틀어주고.. 메뉴판도 멋지고.. 뭔가 허름한듯하면서도 80년대틱한 느낌이 좋은 곳이었습니다. 맥주 한병 정도를 마시면서 있을거라면.. --; 단지 자기취향대로, 기습적인 주문으로 나오게된 그옛날의 꽁치.. --; 노인네 입맛때문에 약간 좌절.. 두부김치에 꽁치 통조림이 애드된 상태입니다. 분위기며.. 인테리어며.. 다 좋기는 한데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안주는 기대이하였습니다. 특히 쥐포에 은은하게 베어든 나프탈렌 맛 --; 하지만 화염병을 손에 쥐어보고.. 신나냄새와 최루탄 냄새가 익숙했던 세대라면 몹시 흥분할만한 컨셉을 가진 곳임에는 분명했던 것 같네요. 삽시간에 소주 7병이 사열식을 하게됐을 정도니.. 흐릿한 기억을 더듬어 신청곡을 적어주면.. 반가운 지글거리는 LP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주인아줌마 취향과 거리가 있는 음악은 신청해도 잘 안나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