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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수박화채 15리터 만든 썰

Nitr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6.03 15:09:48
조회 1557 추천 48 댓글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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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되자마자 기다렸다는듯 날씨가 더워집니다.


도서관 문화프로그램 참가자들을 위한 간식으로 시원한 수박 화채 만들기 딱 좋은 날씨네요.


가락시장이 바로 옆에 있다보니 동네 마트에 비하면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과일을 구할 수 있습니다.


책정된 다과비로는 간단한 음료와 과자 정도 구입하면 끝인데, 그럴 바엔 직접 다과를 만드는 쪽이 가성비가 훨씬 더 좋습니다.


물론 인력을 갈아넣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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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비가 많이 와서 맛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막상 반으로 갈라보니 화채 만들기가 아까울 정도로 잘 익었습니다.


처음에는 1~2cm 두께로 썰어서 꽃 모양 틀로 찍어낼까 생각도 해봤는데 화채를 만들면서 사서 업무도 쳐내야 하는 관계로 힘이 덜 드는 둥근 모양으로 파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원래는 이것도 멜론 볼러라는 전용 도구가 있는데 그냥 옆에 있는 커피 계량스푼으로 뜨다보니 완전 동그란 모양이 아니라 반구 형태가 되어버리네요. 겉보기엔 크게 별다를 거 없어보이는데도 바닥에 조그만 구멍이 뚫려있는지, 가장자리에 미세한 톱니 모양이 있는지에 따라 작업 효율에 엄청난 차이를 보이니 전용 도구의 위력을 실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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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을 다 떠내면 사이다를 부어서 하룻밤 정도 냉장고에 재워둡니다.


탄산은 거의 다 빠지지만 설탕물+레몬향이 수박에 배어들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수박만 먹어도 맛있기는 한데, 가장자리 부분은 아무래도 단맛이 약한지라 이렇게 사이다물이라도 들여놓으면 좀 더 달콤해집니다.


식당에서 주로 쓰는 대형 컨테이너를 '밧드'라고 하는데 1/2 사이즈와 2/3 사이즈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큰 것은 작은 것을 대신할 수 있어도 작은 것은 큰 것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제 평소 지론에 따라 2/3 사이즈 통을 구입했습니다.


수박만 파서 담았는데도 거의 절반 가까이 채우는 걸 보니 큰 걸 구입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가 따르는데, "삼킬 수 있는 양만 씹어라"라는 서양 속담처럼 내가 다룰 수 있는 크기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무작정 큰 후라이팬을 샀다가 인덕션 화구보다 너무 커서 못 쓴다거나, 커다란 저장용기를 샀는데 음식을 다 담아놓고 나니 정작 냉장고에는 안들어가더라는 이야기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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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일찌감치 도서관에 도착해서 나머지 작업을 합니다.


부족한 탄산을 추가하기 위해 사이다를 한 병 더 붓고, 맛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딸기맛 우유를 네 병 섞어넣습니다.


그리고 수박 하나로는 밋밋한 느낌이 들기 쉬우니 과일 통조림도 하나 까서 넣어줍니다.


커다란 통조림을 꺼내놓으니 예전에 요리 배우면서 토마토 소스 깡통 따던 추억도 떠오르고 좋네요.


그런데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은 그 당시에 주방에 설치되어있던 대형 깡통따개가 (당연하게도) 도서관에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다이소에서 구입한 천원짜리 깡통따개는 조그마한 캔에나 쓸모가 있는건지 자꾸 헛돌기만 하네요.


식은땀 뻘뻘 흘리며 어찌어찌 열긴 했는데 손가락도 베일 뻔 하고 중요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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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냉장고 안에서 시원해진 재료로 만든 화채지만, 여기에 얼음을 다시 왕창 부어줍니다.


얼음이 위쪽으로 둥둥 떠있는 모습만 봐도 벌써부터 시원해지기 때문입니다.


퍼포먼스가 별 거 아닙니다. 더위와 땡볕을 헤치고 들어온 사람들이 차가운 물방울 맺힌 통 안에 얼음 둥둥 떠있는 화채를 보며 감탄하게 만드는 것. 이게 바로 퍼포먼스지요 ㅎㅎ


다만 얼음이 녹으면서 밍밍해질 것을 대비해서 간을 맞춰야 합니다. 이 경우에는 과일 통조림의 시럽을 잔뜩 넣어서 따로 손을 댈 필요가 없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설탕이나 소금도 좀 넣어줘야 할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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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컵 역시 일반 종이컵에 이쑤시개 꽂아놓는것보다 투명한 플라스틱 컵에 손잡이가 있는 나무꼬치를 준비하면 좀 더 그럴듯해집니다.


사실 도서관 사서가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고, 실제로도 대부분의 경우 그냥 과자나 좀 사서 페트병 음료수와 함께 깔아놓고 사람들이 집어가게 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긴 합니다.


하지만 요리 좋아하는 사람들은 또 대부분 남들 뭐 만들어 먹여주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고향집 찾아온 손주들 먹여보내려는 할머니마냥 손님 접대 하려는 마음이 가득한 입장에서는 이런 것 역시 하나의 즐거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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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한 여성이 훈남 한의사에게 진맥을 받았는데 침 몇 방 맞고는 트림과 방귀가 터져나오는 바람에 창피해서 어쩔 줄 몰랐다는 경험담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가장 위에 올라와있는 댓글이 "걱정할 필요 없어. 그 의사는 오늘도 한 건 했다며 엄청 뿌듯하고 자랑스러웠을 거임"이라서 고개를 끄덕였지요.


마찬가지로 음식 만드는 입장에서는 15리터짜리 큰 통에 가득 만든 수박 화채가 바닥을 긁을 정도로 완판되면 뿌듯합니다.


단순히 내가 만든 음식을 다른 사람들이 잘 먹어주는 걸 보면서 얻는 만족감 뿐 아니라 참여 인원을 고려하고 여기에 추가 리필까지 감안해서 넉넉하게 만든 계산이 딱 맞아떨어지는데서 느껴지는 쾌감도 있거든요.


식당 주방장이 예상 판매량 계산해서 식자재 발주 넣었는데 나중에 결산해보니 매출까지 계획한대로 딱딱 맞아떨어지면서 남는 식재료가 하나도 없으면 "나 좀 쩌는듯?"소리가 절로 나오는, 이런 느낌이겠지요.


덕분에 아주 상쾌한 기분으로 도서관 창문 너머 밀려오는 여름을 구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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