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뒤, 돼지국밥 거리.
  ▶ 간판에 사용된 폰트가 클래식하고 ▶ 제법 손님이 꽉 차 있으며 ▶ 플라스틱 뚝배기 그릇을 사용하지 않는 곳을 골라 무작정
  한 곳에 들어갔다.

  TV 맛집 프로에서는 부산 사람들이 돼지국밥 없으면 못 사는 투의 논조로 방송을 때린다. 내가 만나본 20대 초반의 부산인들은 TV가
  현실을 왜곡하는 거라고 열변을 토했다. 돼지국밥 자체가 비리고 싱거워서 어르신들이나 즐겨 찾지, 순대국이나 해장국 같이 대체재가
  깔려 있음에 요즘은 이들을 더 찾는다는 거였다.

  실제  이곳 국밥집을 눈팅한 결과 젊은이들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며 톤다운된 걸죽한 부산 사투리만 들릴 뿐이었다.

  여행의 추억을 미각으로 남기려고 돼지국밥을 먹었으나, 영 아니올시다다. 밍밍하고 덜 우려낸 듯한 얕은 농도의 국물부터가 그렇다.
  순대국에 들깨가루 풀어 늘상 찐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어 왔던 제 탓일까.  새우젓과 정구지무침을 넣어서 밥을 말아도 싱겁다는 생각이
  가시지 않았다. 국밥을 먹으면 \'꼬숩다\' 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야 하나 싱겁다는 느낌이다. 비계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고깃덩어리를
  밥과 함께 떠먹는 것도 비호감이었다. 

  차라리 서면에서 먹은 노점상 음식이 더 기억에 남는다. 부산에서는 오뎅국물에 곤약과 가래떡을 담궈 판다.
  떡볶이와 오뎅도 잘게 썰지 않고 통으로 넣어 조리해 골라먹은 대로 지불하는 방식이었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뭘 집어먹더라도 3개에
  천 원 받는 식이었다. 떡볶이에 0칼로리 대표음식 곤약을 넣은 건 서울에 계신 프랜차이즈 사장님께서 벤치마킹하셔도 꽤 좋을
  법한 아이디어 인 듯 했다.

  차들이 지나가고, 일회용 컵이 아닌 플라스틱 컵으로 오뎅국물을 퍼먹고, 서울에서와 달리 간장도 각자 뿌려먹는 방식이 아닌
  점이 눈엣가시였지만 \'세상에 무균지대는 없으며 음식 만드는 과정 보면 세상에 먹을 음식 하나도 없다\' 고 자위하며 현실을 \'외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