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한 조각을 떼어내며 늘어나는 치즈를 감상한다.

길게 늘어나는 치즈로 피자에 사용된 치즈의 많은 양을 가늠할 수 있다.

떼어낸 조각을 입에 베어 문 순간 혀에 닿는 담백한 도우의 부드러운 느낌은,

마치 높게 형성된 적란운을 한아름 끌어 안았을 때의 황홀함에 비유할 수 있겠다.

쫄깃한 치즈와 함께 씹히는 기름기가 쏙 빠진 담백한 훈제안심의 향과 풍미가

서부유럽의 참나무 숲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정통 독일식 수제 소시지와 함께 씹히는 사워크라우트의 상큼한 맛은

가히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장면을 미각으로 느끼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한다.

살짝 뿌려진 머스타드 소스는 훈제안심과 소시지의 맛을 더하고

깍둑썰기 된 팍팍한 감자는 이국적 분위기에 잔뜩 긴장한 입안을 부드러운 손길로 안정시켜준다.

오래 씹으며 맛과 향을 충분히 음미한 뒤 위와 장에게 또 다른 기쁨을 선사하기 위해

아쉬워하는 혀를 뒤로하며 피자를 삼키는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나왔다. “Das ist Deutsch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