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보면 인트라넷 내부에 상담시스템이 마련되어있음


사랑의 전화니, 희망의 전화니 이런거랑 비슷한건데,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 그쪽 부서의 상담관이 답변을 달아주는 방식이었음.

내 기억으로는 이게 아마 육군놈들 전용 사이트였던 것 같음. 나는 공군이라 들어가본적은 없는데 이 상담글이 너무 유명해서 인트라넷 커뮤니티에서 짤방으로 돌아다니더라


상담글 제목은 이랬음


선임이 수시로 제게 잠자리를 요구해서 괴롭습니다


개쩌는 제목이라 바로 클릭해서 봤다. 보통은 일이 힘들다, 누가 괴롭힌다, 부대가 개판이다 이런 별 재미도 없고 감흥도 없는 상담글이 대부분이었는데 저런 스펙터클한 상담글이 있으면 당연히 흥미가 가지. 기억을 되살려보면 이런 내용이었음


제 한기수 선임이 있는데 수시로 제게 잠자리를 요구합니다.

처음에는 반 장난식으로 시작했습니다.

툭툭 치며 제게 농담으로 말하곤 했었기에, 저도 장난식으로 웃으며 대답하고 넘어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몇달 전부터는 진지하게 요구하더니, 이제는 자기 말대로 하지 않으면 더 힘들게 해주겠단 식으로 협박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매일매일이 괴롭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느라 매일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임의 말도 안되는 부당한 요구에 어디에 상담을 할지 고민하다가 이곳에 글을 남깁니다.

대체 여름도 가을도 아니고, 이 한 겨울에 어디서 잠자리를 구해오란 것입니까?

지가 파브르 박사라도 된 것처럼 시도때도 없이 잠자리를 잡아오라는 이 미친놈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답변 부탁드립니다.



이런 내용의 글이었다. 대강 비슷할듯. 이 글을 보고 빵 터져서 웃었는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답변을 단 상담관의 글도 만만치 않았음



안녕하세요 ㅇㅇㅇ님?

글을 읽어보니 선임의 부당한 요구에 매우 힘드셨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아주 심각한 문제로서 단호히 대응해야 합니다.

저는 ㅇㅇㅇ님의 아이디를 추적해서 어느 부대 소속인지, 이름이나 계급이 무엇인지도 전부 알아낼 수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추적해서 ㅇㅇㅇ님의 선임을 물색하고 처벌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앞으로 이런 글이 단 한 번 이라도 더 올라오신다면, ㅇㅇㅇ님의 의사에 관계 없이 꼭 찾아서 그 선임을 처벌하도록 할 예정이오니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상담관의 정중하면서도 분노를 억눌러담은 반 협박에 또한번 터졌다

복무 당시 이 글을 읽고 역시 육군엔 별 미친놈들도 다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거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