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핀터 얘기를 해서 그렇긴 하지만

핀터 연설 말마따나 작가의 말은 해석에 대한 절대적 권리가 없고 그냥 하나의 지침 중 하나라는 걸 감안하셈

난 마조양 엔딩 존나 좋아햇는데 연재 당시엔 이것도 나름 반반으로 욕먹엇으니까 흠;

그니까 이건 말하자면 그거임

소설은 원래는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가정 하에 이를 알려주는 일종의 페이크 기행문 형식의 글쓰기였고

어느새 이것이 실제처럼 공감할 수는 있지만 사실 가짜인 세상 속에서의 이야기가 되었다가

이 현실과 가짜 사이의 틀을 깨버린지 몇 십 년이 넘었음

그럼 이 시대의 소설은 이야기도 현실도 아니어야 함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현실을 잡아먹는 하나의 능동적이고 진화하는 서사여야 함

계속 누구 이름 들먹이면서 인용하는 거 웃기긴 한데 그래도 내 생각인척 하기는 그러니까 밝히자면

테리 이글턴 비평에 보면 이런 말이 잇음

세상은 결국 무작위적이었지만 우리가 보기에 어느 정도 해석 가능한 형태로 재편 가능했는데

이건 단지 우리 의식 안에 어느 정도 공통적으로 이러면 말이 된다~ 하는 이야기라는 것이 있고

그 이야기를 기준으로 우리가 이론을 세우고 전체적인 틀을 짠 다음에 재료로 현실을 집어넣어서 구워내는 거기 때문에

이야기와 현실은 그런 식으로 서로 양성 피드백을 주고 받고 서로를 강화하느라 세상도 이야기도 이 같은 형태로 점차 진화하게 된다

라는 식의 비평임

이것도 한참 전의 이야기지

그리고 제가 봣을 때 (존스가 거창하게 이름 붙였듯) 마조 3부작은 그......

물론 야설로서의 목적이 일차적이지만

쓰는 입장에서 그 이야기에 대해 말하자면

이거는 일종의 인생론임

억압적인 현실이 개인을 어떤 식으로 주물럭거리고 조립하면서 새로운 인간으로 만들고

그 과정에서 이 사람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며

이 사람은 그 결과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마조성녀는 (내가 찍 싼 거랑 별개로 그 엔딩은 정해져 있었으니) 처음부터 그 순리를 이해한 초인임

마조양은 처음부터 세상을 좌우하는 자연 그 자체임

소천되는 자연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만 초인이 되기에는 늘 한 끗발 부족했던 인간임

그래서 문제는 이 작중의 인물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 - 독자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서

전자는 사실 후자와 같다는 거임 (내 입장에서는)

그렇기 때문에 글은 "반드시" 현실과 글 사이의 벽을 허물어뜨리고 

화자와 작가 사이의 간극을 순식간에 뛰어넘으면서

작중 세계에 대한 서술은 곧 글을 쓰고 있는 이에 대한 서술이 되어야 함

그렇지 않으면 그건 기만적인 글임

왜냐면 이 글이 지적하는 건 글 속의 세계에서만큼 지금 내가 있는 현실도 지적하는 거니까

단순히 야설을 생각하거나 소설 속 이야기의 끝을 기대하는 사람들한테는 애석한 일이기도 해서

내가 이걸 깨닫게 된 이후로 절필한 이유기도 함

그런 사람들한테 맞춰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소천되를 중간부터 끌어갔었는데

음

안 되더라

나는 글을 무조건 무너뜨려야 함

일단 지금 정리한 건 이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