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웨이 대폭발>
함대의 레이더를 피해 접근한 잠수함이 어뢰를 일시에 발사한다. 산소어뢰가 바다를 가르며 쏘아져 나간다. 일본 해군은 변변찮은 대응도 못 하고 있었고 그대로 항모 아카기에게 9발을 명중시키...
“잠깐! 이번 건 무효야, 무효! 이렇게 많이 쳐맞을 리가 없잖아!”
“네? 하지만 사령관, 이건 워게임이라서….”
“에에잇, 지금 반항하는거냐?”
“죄, 죄송합니다.”
참모의 손이 움직이고, 아카기는 3발만 맞고 소파 상태가 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엔터프라이즈 호에서 출격한 함재기들이 고공비행을 하다 일본군의 항모를 노리고 한순간에 급강하한다. 대공방어를 무력화시키는 회피기동에 함재기들은 거의 손상을 입지 않았다. 아메리카가 자랑하는 b-17 폭격기가 아카기의 몸체를 타격하고, 이내 유폭을 일으키며...
“야, 이거 작전 누가 짰냐?”
“예? 아, 제가 했습니다!”
자랑스럽게 나서는 참모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야 이 새끼야! 누가 니 멋대로 이딴 전술을 짜래! 현실에서 사용 가능한 전술을 짜라고 임마!”
“켁켁.”
참모는 그 길로 징벌방에 들어갔다. 내 행동에 불만을 품은 참모들도 일부 존재했지만, 모두 징벌방에 들어가기 싫어서 애써 무시하는 모습이었다.
“이제 실전에선 이런 일이 없도록 하자.”
집무실로 돌아가는데, 울고 있는 아카기의 모습이 보였다.
“아카기, 뭐해?”
“제에도오오옥….”
아무래도 모의전에서 많이 처맞는 바람에 기분이 나빠진 모양이다. 가짜 폭격이라곤 해도 실제로 아픈 건 마찬가지니까 더 그렇겠지. 나는 아카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오늘 저녁은 많이 먹어 둬. 3일 후면 결전이니까.”
“지, 진짜인가요! 정말로 많이 먹어도 됩니까?”
“아니, 생각해보니까 식량이 부족해질 것 같다.”
“너무합니다, 제독!”
아카기에게 적당히 먹어두라고 말한 뒤 집무실로 복귀했다.
우리는 미드웨이로 간다.
그게 지금의 패색이 짙은 전쟁을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라고 수뇌부는 판단했다.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면 강력한 한 방으로 우리가 건재함을 보여주고, 적과 협상에 나서서 휴전을 한다. 그리고 전력을 모아 다른 추축국을 지원한다...
지금에 와선 나쁘지 않은 계획이다. 성공할 수만 있으면. 작전은 3일 후로 다가왔다. 나는 떨리는 몸을 부여잡으며 간신히 잠에 들었다.
저 멀리 미드웨이 섬이 보이고 있었다. 참모장이 내게 물어왔다.
“슬슬 적 함대에 대비해 함재기를 준비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만.”
“그래, 함재기를 준비해라. 육상 폭격용으로.”
“예?”
“못 들었냐? 우리는 적의 기지를 폭격할거다.”
“하, 하지만 사령관 님. 적의 전력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혹시 적의 항모와의 교전이라도 발생한다면….”
“아 몰라. 내 말대로 하던지 징벌방에 들어가던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라.”
카가와 아카기에 전투기들이 차곡차곡 들어섰다. 모두 폭격을 위해 유탄을 잔뜩 장착한 상태였다. 내가 다가서자 카가가 먼저 경례를 붙였다.
“항공모함, 카가입니다. 1항전, 출격 준비를 마쳤습니다.”
“저기, 제독. 바… 아니, 작전 개시는 아직입니까?!”
아카기는 지금도 밥을 찾고 있다.
“이제 곧 시작이다. 생각보다 준비가 일찍 끝났군.”
카가는 갑판의 함재기들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모두 우수한 아이들이니까요.”
하늘에서 공기를 찢는 소리가 났다. 카가의 안색이 급변했다. 그녀는 제독인 나를 밀쳐 쓰러트렸다. 상황을 깨달을 주변의 구축함과 순양함들에서 대공포를 준비하고 발사했다. 요란한 소리가 나며 하늘에 화망이 펼쳐졌다. 하지만 미군의 비행사들은 불꽃을 교묘하게 뚫으며 급강하했다. 카가와 아카기는 전투기를 출격시킬 시간도 없어서 방어할 수 없는 상태. 둘은 최대한 회피기동을 실시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도 우습게, 느린 항모를 손쉽게 따라잡는 공격기들. 미국이 자랑하는 B-17 폭격기가 카가의 꼬리를 잡았다. 다시 하늘로 솟아오르는 전투기. 그 아래로 떨어지는 유탄들.
“비행갑판에 직격. 그런… 바보 같은.”
카가의 갑판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비행기들이 폭발을 일으킨다. 유폭은 갑판에서 멈추지 않고 선내 이곳저곳을 폭파시킨다. 화망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불꽃이 바다 위를 수놓았다. 한 번 폭발이 일어날 때마다 빛무리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카가는 머리가 불타는 채로 폭발에 휘말려 비틀거리고 있었다. 폭발로 인해 끊어진 카가의 왼팔이 내게로 날라왔다. 여전히 활을 잡고 있는 채였다.
“아카기씨, 당신이 무사하면 괜찮아… 먼저 가서, 기다릴테니….”
유언을 남긴 채, 카가는 마침내 산화했다. 최후의 폭발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소음으로 바다를 뒤덮었다. 아카기는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바로 옆에서의 폭격. 카가가 아니었다면 자신이 폭발했을 터. 그녀의 불안한 눈초리가 내게로 향했다.
“제, 제독…!”
적 폭격기의 제 2진이 날아온다. 첫 대공망이 무력화된 이후로 적의 선제 포격과 어뢰 공격에 함대는 하나하나 격침된 상태였다. 이미 함대는 대공망을 짤 여유조차 없는 상태였다. 부실한 화망을 뚫고 들어오는 적 폭격기들. 아카기 또한 카가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아카기의 지방이 두터워서일까, 폭발에도 그녀는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끊임없이 몸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배가 터져서 흘러내리는 장기를 붙잡지도 못한 채 그녀는 괴로워하면서 내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뇌격처분, 해주세요.”
나는 품 속에서 권총을 꺼냈다. 아카기의 이마에 댔다. 방아쇠를, 당겼다. 그녀는 뒤로 쓰러져서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바다에 가라앉으며 타오르던 불길이 꺼져갔다.
‘제독, 제독은 죠센징 아니지?’
언제인가 아이들과 나눴던 대화들이 생각났다. 그때는 무슨 소리 하냐며 웃어넘겼지만, 사실은.
나는 죠센징이었다.
“대한 독립 만세! 대한 독립 만세! 대한 독립 만세!”
만세 삼창을 올려 붙이고 나니 가슴이 후련해졌다. 그래, 이렇게 간단한 것을. 이제 일본은 더 이상의 항모 전력이 없다. 이 작전을 수행하기까지 얼마나 마음을 졸여왔던가. 이제 더 이상의 여한은 없다. 하지만 죄책감이 남아있지 않냐고?
“이 배를 터뜨렸으니 나도 같이 따라죽어야지.”
책임감은 남아 있다.
권총을 관자놀이에 올려붙였다. 나는 웃고 있었다.
뇌수가 튀어올랐다.
무슨 생각으로 쓴 글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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