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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5 물로켓대회 폐막

초리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1.16 14:58:26
조회 1201 추천 24 댓글 13


감상문 서론



제 예상과는 약간 다른 라한대였습니다. 설마하니 '물로켓'이라는 주제를 삼고 있는데 롤갈 난입이 하나도 없을 줄은 몰랐거든요.


저는 인터넷 밈이나 인용으로 이루어진 코믹함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작가 본연의 위트를 그만큼 가리게 되거든요. 그래서 그런 글들이 보이지 않았던 점에는 뭐, 얼추 만족합니다만- 약간은 좀 더 시끌시끌하고 어수선한 분위기도 기대했던 바입니다.


이것도 최근 라한대 감평 속 회초리의 산물이었을까요? 어쩌면 그럴지도 모릅니다.


T1 팬들이 무서웠다는 분들도 계시던데...


제가 T1 팬이고 페독인데 무엇이 무서우십니까?


쫄?


아무튼 여러 사람들의 '물로켓'과 '물로켓론'을 읽을 수 있었던 건 좋았습니다만, '물로켓'이라는 주제 자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부족했다던가, 고전 '물로켓론'을 제대로 활용한 사람은 없다던가 하는 점.


조금은 아쉽습니다.




1. <물로켓> - 위비(파타피) 作


https://novelpia.com/viewer/870798


또 초린이야?


라한대에서 초린이라는 이름을 보는 건 정말 오래간만입니다. 약간 김초린 점수 3점을 추가로 드리겠달까요.


통매음을 걱정한 건지 특이하게도 경소설회랑이 아닌 노벨피아에 올리신 글입니다. 걱정마세요. 그렇지 않아도 선생님의 여성혐오력은 측정이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여성이 단순히 성적인 노리개로 전락하고, 그것이 당연한 사회. 페미니즘이든, 공산주의든, 물질문명의 수많은 가치들이 물로켓이라는 이름의 무언가가 되고, 물로켓은 물신숭배의 대상이 되어 그 본질조차 파악하지 못하게 된 사회. 파 머시기 작가가 그려낸 物神의 Dyatopia입니다.


어질어질하지만 동시에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글이기도 하지요. 물로켓의 물은 액체라는 점에서 여성의 조수 혹은 애액을 상징하기도 하고, 물건이라는 점에서 여근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물질로서는 물신숭배에 대한 비판을 던지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작가의 사상이 참으로 불온하다는 점에서, 특수성을 보장할 수 있지요.


그러나 우리에게 화두를 던져주지만, 이런 의문이 듭니다. 정작 작가 본인께서는


물로켓에 대해 고찰해보셨습니까?


아마 아닐 겁니다.


이 무 자식아.


물로켓 점수 -50점.





2. <Who.Re> - 퓌에엥 作


https://lightnovel.kr/one/475808



소재가 상당히, 맘에 듭니다. 개걸레 비처녀 여고생이라니.


물로켓의 일회성을 처녀성의 덧없음으로 비유하며, 무책임한 질내사정 이후 콜라 피임법에 당한 멍청하고 순수하지만 동시에 가련하며 불쌍한 여고생이라는 캐릭터를 그려냈습니다.


마지막의 퐁퐁까지, 짧지만 굵고 강력한 글이었습니다.


물로켓이 소년과 비처녀가 만나는 소재가 되어주며, 암시만 남고 이해할 수 없던 비처녀의 행보의 이유를 드러내주는 소재로 활용되었습니다. 물로켓론에 대한 고전적인 해석이 아닌 새로운 해석이 썩 좋았습니다.


그 물로켓은 어쩌면 화성에 갔을지도 모릅니다.




3. <그 봄날의 로켓> - 김아칸 作


https://lightnovel.kr/one/475816


물로켓을 쏘며 만났던 소년과 소녀가 다시 재회하고, 추억 속 이야기를 깨달아가는 청춘 러브스토리입니다.


"네가 그 아이였어?" 하는 스토리는 진부하지만, 동시에 그런 이유가 있을 만큼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조금 다르죠. '물로켓'이라는 주제를 억지로 끼워넣기 위해 서사의 척추가 비틀린 느낌입니다. 이를테면 척추측만증.


물로켓을 쏘고 난 후 옷이 그렇게까지 젖을 수 있는가, 손수건 정도로 해결되는가, 물을 닦아냈을 뿐인데 빨아서 돌려주는 것이 필요한가 등- 물로켓이었어야 할 응당의 이유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다시 만난 소녀의 얼굴을 소년이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도 그 이유를 모릅니다. 이는 어쩌면 무수히 많은 안면인식장애 주인공들에 대한 블랙코미디인지도 모르겠네요. 이런 의혹에는 작중 내내 등장하는 클리셰들이라는 근거가 존재합니다. 주인공이 전학생을 소개한다던가, 티격대는 소꿉친구가 있다던가 하는 부분들이 그렇지요.


그렇게 보자면 물로켓이었어야 하는 이유들도 설명이 됩니다. 라이트노벨은 사실 시류가 잘 맞아서 글도 제대로 못 써서 그림작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도움반 작가들이 우연히 운 좋게 성공했을 뿐, 김아칸이라는 최신형 로켓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는 선언일 뿐일 수도 있습니다. 비틀린 건 사실 서사의 척추가 아니라 세상의 인식이었을지도요.




4. <평행의 선과 어긋난 궤도> - 유니타프 作


https://lightnovel.kr/one/475822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글이었습니다.


첫 문장은 이렇습니다.


"나는 딸아이와 관계를 맺고 있다."


제정신입니까?


내용을 보면 더 어지럽습니다. 무정자증인 아버지와 탁란한 딸의 섹스. 그리고 섹스파트너의 어미인 여자와 나누었던 알싸한 첫사랑의 추억을 회상.


물로켓을 쏘아올리던 남자가 어쩌구 저쩌구... 이건 이제 물로켓도 뭣도 아닙니다. 그냥 저열한 욕망의 발현입니다. 도대체 이 대회가 물로켓 대회인지 설거지 대회인지 모르겠군요.


심지어 어디서 본 내용입니다. <Teshio ni kaketa musume ga ore no ko ja nai to hanmei shitanode>, <1667567>


을 보시면 알 수 있을 겁니다.


더 꼴받는 점이 뭔지 아십니까?


맘에 들어요. ntr과 탁란, 부녀섹스. 자극적인 소재는 다 때려박았습니다. 꼴리지 않을 수가 없잖아.


라한대는 이런 글이 제맛이긴 해.


물로켓점수 -100. 꼴림점수 +90점.



5. <고전 vs 최신> - 황금환상향 作


https://lightnovel.kr/one/475826


솔직히 초반엔 하품했습니다. 뭐야? 이거 작가가 자기 추리소설 읽고 끄적였던 독후감 재활용하는 거 아니야?


예림이 그 패 봐봐.




...사쿠라네?


이거 재밌습니다.


추리소설 속 고전과 최신의 싸움. 고전은 그저 물로켓일 뿐, 그 트릭은 단순히 처음 떠올렸기 때문에 의미있을 뿐이다. 오히려 그 트릭을 개량해 더 빛나게 가꾼 최신 추리소설이 더 아름다운 것이다...


그야말로 정확한 고전 물로켓론의 해석입니다.


두 사람의 내기에서 고전파가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잘못은 모두 고전파가 지게 됩니다. 물로켓을 주장하던 녀석은 가면을 쓰고 도망가죠. 그리고 이 싸움은 끝나지 않습니다. 이런 서사와 비유, 언어유희가 살아숨쉬는 물로켓이라니. 이건 정말... 정말 대단합니다.


참고로 저는 여기 나오는 추리소설들은 전부 물로켓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허구추리> 꽤 좋아했거든요. 추리는 거들 뿐, 씹덕이 최고다.



6. <인생은 한 번 쏘아진 물로켓> - 방울칭기 作


https://lightnovel.kr/one/475832


"그 감평"의 주인공이 돌아왔습니다.


이번엔 파편화된 언어가 아닌 자신만의 색채를 갖추고요.


하지만 여전히 부실합니다. '세상은 불공평하다'라는 주제를 모든 재능을 갖추었지만 단명하고 만 친구의 사례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 같지만, 그 비유가 물로켓이어야 할 이유도, 그 친구의 캐릭터도.


나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알 수 있는 점이 있다면,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부서진 언어가 조립되었고(담배갚이란 오타는 좀 컸음) 서사가 원시적 구조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독자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친절함과, 주제의식을 녹여낼 서사구조의 정립만 해낼 수 있다면, 문장을 만드는 능력 자체는 있어보이니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기대되는 신인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역대급 천재 괴물>의 탄생을 지켜보고 있는 걸지도요.




7. <횡령과 물로켓, 비지니스 케쥬얼> - 극단의시대 作


https://lightnovel.kr/one/475834

좀 칩니다.


"에"스턴 마틴, "케쥬"얼 같은 로마자 공식 표기에 따르지 않는 부분은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애스턴 마틴, 너바나 "Smell like a teen spirit", 강원도의 산길.


아주 짧은 사이에 급박한 분위기를 표현해낸 첫 문단에서부터, 저는 이 글에 빠져들었습니다.


굉장히 정석적인 분위기 조성 방법을 사용함과 동시에, 그것을 자기 식대로 녹여내며 오스템 임플란트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유사 느와르물을 찍고 있습니다.


거기에 꽤 즐길 수 있을 만한 위트들까지.


확실히 글 좀 친다, 싶은 느낌입니다.


다만 '물로켓'의 비중이 그만큼 낮아지게 됩니다. 이런 소재, 이런 글빨이지만 따지자면 '물로켓'보단 '오스템 임플란트'에 가까운 글이겠지요.


후반부에 들어서 긴장감이 죽고 힘이 빠지게 된다는 점 또한 아쉽습니다. 올라온 시간을 보면, 04시에 근접했는데.


어쩌면 시간이 더 있었다면 좋았을지도 모르겠군요.





8. <백합 물로켓> - 에스트 作


https://lightnovel.kr/one/475840


백합 감성 진한 글입니다. 제가 2014년에 재수하며 러브라이브에 빠졌을 때, 그 캐릭터들을 배경으로 한 단행본이 나왔습니다.


그게 딱 이런 감성이었지요.


단순한 서사, 단순한 사건, 하지만 캐릭터들의 케미를 중시하는.


모난 데 없이 강점만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방식이죠.


아쉬운 점이라면 이것은 단편이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주인공과 설화의 캐릭터성을 채 파악하기도 전에 글이 끝나버린다는 거에요.


단편이라기보단 좀 더 길거나, 본편의 일부거나, 장편에 딸리는 외전에 어울리는 글이었습니다.




총평 및 시상식



예. 물로켓 대회가 끝났습니다. 이제 다들 진짜 로켓을 쏘러 가실 시간입니다.


문피아든, 노벨피아든, 어디로든 다 떠나시죠. 저는 여기 남아 판갤을 지킬 테니.


요즘 판갤 이상합니다. 성소수자 갤러리가 다 됐어요. 닉네임만 보고 그러는 건 아니고, 물로켓이라는 주제가 나왔는데도 팬덤이 무섭다며 쫄질 않나, 뭐 물로켓 펌프로 관장해서 우주로 날라간 여고생이라도 나올 줄 알았더니 그런 것도 아니질 않나.


실망이야, 실망.


검열과 인민재판의 시대일지라도 판갤만큼은 여전할 줄 알았는데,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뭐,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오늘 읽었던 작품들은 맘에 들었습니다. 아니 진짜로. 감상문 쓰는 게 재밌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0114 라한대는 솔직히 스크롤 쭉쭉 내렸거든.


역시 사람은 회초리를 맞아야 진심을 낸다니까.




1위는 <고전 vs 최신> - 황금환상향 作 입니다.


고전 물로켓론의 이상과도 같은 글입니다. 일단 글이 깔끔하고 잘 뽑혔습니다. 고전과 물로켓 - 고전파의 위트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1위를 받을 만합니다.


2위는 <횡령과 물로켓, 비지니스 케쥬얼> - 극단의시대 作 입니다.


초반부는 가히 1위를 수상할 만 했으나, 중반을 넘어가며 살짝 힘이 빠진 점과 물로켓의 임팩트가 약했던 점이 아쉽습니다. 2위 드리겠습니다.


3위는 <Who.Re> - 퓌에엥 作 입니다.


그냥 제 주관적으로 존나 재밌었습니다. 디테일이 조금 더 살아있었다면 주최자 권력으로 2위까지 올라갈 수 있었을지도요. 화성으로 간 물로켓을 쏜 비처녀의 이야기, 3위로 마감하겠습니다.



참가자들은 계좌번호를 댓글을 달던지 방명록에 공개글로 달던지 비밀글로 달던지 제 전화번호나 카톡 아이디를 스토킹해서 따로 연락하던지 맘대로 하십시오.


앞서 공지했던 대로 1등 3만원, 2등 1만원, 3등 5천원을 지급하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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