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예전에 쓴 이 부분 좋은 거 같아

ㅇㅇ1234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2.27 08:33:47
조회 42 추천 0 댓글 0
														


a16130aa1806b45ea6f1d1bc10f11a398f6dc3d7dd046a577adf




 이번 목적지는 카페였다.


 길 안내는 이민우가 맡았다.


 “시에스타.”


 이민우가 가는 동안 말했다.


 “그런 이름이었지.”

 “그래?”


 두 사람은 역을 나와 길거리로 향했다. 시간이 시간인 만큼 상가 구획은 사람들로 붐볐다. 태양도 다 저물고 슬슬 어둑어둑해질 무렵임에도 불구하고 형형색색의 LED 불빛이 거리를 낮보다도 더 다채롭고 화려하게 밝히고 있었다.


 “체인점은 아닌가 보네.”

 “어. 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카페야. 부인의 한평생 소원이 찻집을 차리는 거였는데 정년퇴직 하고 나서 할 게 없으니까 남편이 모아둔 돈에 대출을 조금 해서 가게를 열어준 거지.”

 “로맨틱한 얘기네. 그런 건 어떻게 알았어?”

 “거기서 일하다 보니 겸사겸사 듣게 됐지.”

 “일? 아르바이트 한 거야?”

 “어.”


 두 사람은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급격히 개발이 이루어진 만큼 한율의 곳곳에는 여전히 과거의 잔재가 남아있다. 철거되지 않은 오래된 건물, 알박기, 그 외 기타 등등. 


 시에스타가 위치한 건물도 그랬다. 척 보기에도 지어진지 10년은 더 된 것 같은 낡고 허름한 모습이다. 위치도 말도 안 되게 구려서 어지간히 입소문이 퍼지지 않는 이상 자연히 발길이 닿는 일은 웬만해선 없을 듯 보였고, 실제로도 그랬다.


 일개 아르바이트생인 이민우의 입장에선 한가하니 나쁠 게 없었지만, 가게를 운영해 나가는 부부 입장에선 적은 매출로 인해 고민이 많은 듯했다. 제 3자의 입장에서 보기엔 우스운 일이었다. 이런 곳에 가게를 차려 놓고 손님이 오길 바라다니 말이다.


 하지만 매출과는 별개로 부부는 지극정성으로 가게를 운영했다. 누가 오지 않는다고 해도 매일 아침 일찍 정해진 시간마다 문을 열었고 빈 공간마다 배치된 열 개도 넘는 화분에 빠짐없이 물을 주었다. 낡은 건물이지만 먼지 한 톨도 보이지 않게 청소했고 누군가가 앉아있는 일이 더 드문 의자들도 매일 마른 걸레로 닦았다.


 부부는 가게를 연 동안 함께 있으며 한적할 땐ㅡ대부분의 시간이 그랬지만ㅡ오붓하게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거나 그림을 읽거나 한쪽이 책을 읽어주거나 했다. 그럴 때면 마치 가게가 둘만을 위한 휴양처가 된 것 같았다.


 부부는 이민우에게 그다지 많은 일들을 시키지 않았다. 둘은 꼬박꼬박 최저시급을 챙겨 주는 아르바이트생의 역할이 그저 거기에 서서 빈 공간을 채워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끼는 듯했다.


 대신에 부부는 이민우에게 곧잘 말을 걸어왔다. 두 사람은 마치 손주를 대하듯 그가 일을 하지 않을 때의 일상에 대해 물었다. 학교생활이나, 그 외의 개인사 등. 부부는 폭 넓게 질문했지만 결코 집요하게 파고들진 않았다. 그가 별 탈 없이 오래 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부부의 그런 사소하지만 세심함이 묻어나는 배려 때문이었으리라.


 부부는 때때로 두 사람의 자식과 과거 한율의 모습에 대해 이민우에게 얘기했다. 부부에겐 두 아들이 있었다. 한 명은 서울로 상경해 꽤 규모가 있는 기업에 취직했고 다른 한 사람은 지방에서 공무원을 하고 있다고 했다. 둘 다 명절에만 만나러 오는데 요즘 들어선 그마저도 추석이나 설날 같은 휴일이 꽤 긴 날에만 온다고 했다.


 부부의 남편은 그 점에 다소 불만이 있는 듯 보였다. 그는 세상이 달라져 가는 형태에 대해 곧잘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요즘 들어선 사람들이 과거의 긍정적인 것들까지 모두 한데 묶어 구시대의 폐단이라 여긴다며 못마땅해 했다.


 반대로 부인은 그럭저럭 현재의 모습에 순응하는 듯했다. 그녀는 결국엔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할 거라고 말했다. 한땐 굶지 않기 위해 일했지만, 지금은 삶을 더 풍족하게 만들기 위해 일하는 세상이 되었듯.


 두 사람의 의견 차이는 명확했기에 언뜻 그것은 집요하거나 구질구질한 논쟁이 될 수 있는 듯 보였지만 부부는 그것이 논쟁이 될 만큼 시시비비를 가리진 않았다. 부부의 대화는 곁에서 듣는 이민우의 입장에선 항상 평행선을 달리는 듯했다. 결론을 내는 일은 없고, 그저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대화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나중에 가서 이민우는 의외로 그것이 정답이었음을 알아차렸다. 노부부에게 있어서도,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리라.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따위는.


 “여기야.”


 이민우는 오래된 상가 건물 앞에서 멈춰 섰다. 고작해야 한 달 정도 안 왔을 뿐인데 기억 속의 그 건물보다 한 일이 년은 더 묵은 것 같았다.


 “여기라고?”


 한지수가 다가가 건물을 스윽 둘러보더니 이민우에게 돌아봐 되물었다.


 “닫았는데?”

 “그러게.”


 이민우는 가게 앞으로 가서 유리창 안을 들여다봤다. 평소라면 아직 닫을 시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불도 켜져 있지 않고 분위기도 어딘가 허전했다. 좀 더 자세히 보자, 이민우는 창가마다 배치되어 있던 화분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폐업했나 보네.”


 말하고 나자 이민우는 왠지 슬퍼졌다. 일할 땐 별 생각이 없었는데, 꽤나 이곳을 좋아하긴 했었나 보다.


 “최근까지 여기 왔었던 거 아니었어?”

 “마지막으로 여기 온 게 한 달 전이야. 그때 짤렸거든. 가게 사정이 좋지 않다고 하더니 결국엔 이렇게 됐나 보네.”


 이민우는 해고된 당시의 일을 떠올렸다. 노부부는 이민우에게 내일부턴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 뒤에, 연신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이민우의 입장에선, 뭘 사과까지 하나 싶었다. 어차피 고용인과 고용주의 관계란 게 그런 것을.










이후에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마무리짓지 않은 채 그냥 묵혀두고 있지만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축의금 적게 내면 눈치 줄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11/11 - -
1022592 그때 전쟁날뻔하다가 미국이 필사적으로 막았다메 [2] 모하비배달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37 0
1022591 나보다 뚱뚱한 여자가 여자냐?ㅋㅋ [4] 닉볼때마다케겔운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42 0
1022590 어우 카페인 들어가니까 좀 깨는거같네 [1] 김아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12 0
1022588 s10e 쓰는데 s20하고 s21중에 뭐가 나은거같냐 [7] 재명연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39 0
1022587 우리모두 정부해체를 지지해서 행복해집시다 ㅇㅇ(121.145) 22.01.31 13 0
1022586 전동 오나홀은 잘 모르겠고 우머나이저는 한 번 [3]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115 0
1022585 만화는 감으로 그려져선 안돼... 과학적으로 그려져야 해 KIM쓰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11 0
1022583 점심추천좀 [8] 슬립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26 0
1022582 갤폴드는 주머니에 들어가는 아이패드 미니 AntiqueHealbo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16 0
1022581 어제 에펙 재밌게 한ㄷ 레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11 0
1022580 진격거 4기는 왤케 영미권에서 인기 많은걸까 목초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53 0
1022579 접어서 주머니에 들어가는 탭 보다는 [3] 루시아거짓요양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29 1
1022576 니디 - 걸 - 오버도스 붐은 거의 다 왔음 [2] 레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36 0
1022575 아 마조성녀 검색해보니까 안나오네ㄷ 퓌캬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21 0
1022573 에머시기 1렙남았다 [2] 지평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11 0
1022572 해외 배트맨 팝콘통 보고 뿜었네 ㅅㅂㅋㅋㅋㅋㅋ [1] ㅇㅇ(180.182) 22.01.31 49 0
1022570 돈이 있다면 만화를 연구할 과학적 연구재단 설립할 듯 KIM쓰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21 0
1022568 김치찜에 스팸넣는건 먹어본적 없는데 맛있어보이더라 택치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12 0
1022567 오늘 그래드 나만 불행한건 아니니 유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13 0
1022566 술 안마시고 자니까 아침이 맑은 기분.... 유로지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7 0
1022564 스팀들어가자마자 자지빳빳해짐 ㄴㅁ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49 0
1022563 아직도 이게임 뭔내용인지 모름 [1] 닉볼때마다케겔운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22 0
1022562 연평도때 전쟁 안난게 신기했음 [2] 말랑말랑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45 0
1022561 파타퓌 왜 저렇게 공격적이게 된거임 ㅇㅇ(121.145) 22.01.31 27 0
1022558 갓오하 애니가 일케 인기많았나 목초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24 0
1022557 올해로 50주년 맞은 영화.jpg [1] ㅇㅇ(180.182) 22.01.31 62 0
1022556 아시발 전번노출 ㅋㅋㅋ 유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27 0
1022555 짤꼴리면 점심 먹고 자러감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14 0
1022554 슬슬 약 먹을때가 되지않았나 저 사람? [4] 모하비배달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29 0
1022551 Z폴드 5쯤 되면 주름도 거의 안보이고 UDC도 티 안날것같음 AntiqueHealbo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25 0
1022550 자유시장경제에 근거한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면서 자기 자신의 경제력을 [9] 재일교4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51 0
1022549 행추근데 ㄹㅇ 미1친넘임? Lui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19 0
1022548 고소야 되겠지 고소야 ㅋㅋ ㅇㅇ(110.44) 22.01.31 29 0
1022546 북괴새끼들 슬슬 대형도발 쿨탐 안돌았냐? [1] 지름코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24 0
1022544 차돌이 걍 암대나 때려넣어도 맛있긴 한데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18 0
1022543 근데 팡갤 나 찐딴데 하다가 빌런 나타나면 저 찐따새끼함... [5] 퓌캬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67 0
1022542 틈틈히 만화 분석도 쓰고 있음. 분석의 의미를 아는 놈이 없으니 KIM쓰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19 0
1022540 난 폴더폰 쓰는 거 자체가 이해 안되더라 ㄷ [1] 지름코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31 0
1022538 서브웨이 알바가 물어보는것도 좆같고 귀찮음 감수하면서까지 먹을맛아님 [3] ㅇㅇ(218.155) 22.01.31 27 0
1022537 밥끼리 레전드면 기상천외한 골반통이거나 보지어필 3등2신이여야함 [3] 닉볼때마다케겔운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49 0
1022536 이제 북한 미사일 협박도 안 통할때가 왔지 [2] 모하비배달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37 0
1022535 더러운 엘드리치를 나의 아름다운 충혹마로 발라버림 역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23 0
1022534 쓰렉형도 만화분석이 어쩌고 하는 헛소리보다 돈이 중요한거 슬슬 감오기 재일교4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25 0
1022533 근데 로키 세 자식은 본질이 악이었나 그랬을걸 택치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13 0
1022532 전에 누가 영화방에서 타이터스 틀어달랬는데 [6] ㅇㅇ(180.182) 22.01.31 35 0
1022527 일단 전화오길래 씹었음 유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23 0
1022526 다이나가 베르톨트 먹었으면 일어났을 일 모하비배달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30 0
1022525 갤폴드 아직도 접히는부위 티 많이나냐? 재명연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25 0
1022524 아니 노래 올리려는데 개화나네 [11] 레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41 0
1022523 아니 시골 아궁이에 쓰레기 집어넣는거 스트레스네 [10] Lui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50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