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보이기 시작한지 일주일 째.”

“귀신이 보이기 시작한지 일주일 째.”앱에서 작성

idea

2025.02.24 01: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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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역시 그것 뿐이겠지.

길을 걷다. 철근이 머리 위로 떨어졌고, 그게 쇄골을 찢고 들어갔다.

병실에 누워있던게 자그마치— 어쩌구 저쩌구— 퇴원하고 돌아왔을 때 보험료와 합의금으로 가득찬 통장을 기분좋게 확인하고 잠에 들려던 찰나.

어디선가 구슬피 우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도 옆집 아줌마가 남편한테 맞고 있나.

싶어서 눈을 떠보니.

아— 이 상황. 심장이, 터져버릴 듯이 부풀어올랐다.

머리가 새하야진단 것이 이런 기분일까.

기괴하게 꺾인 팔다리에 입으로는 우는 소리를 내지만 너무 재밌어 즐거움을 감출 수 없는 표정.

녀석이 나의 사지를 봉쇄하고 얼굴 가까이 추악한 면상을 들이밀었다.

눈을 감고 싶었지만— 꿈과 현실과 환상의 중턱에 걸터앉은 나는 현재— 눈을 감고 있던 상황이었다.

’젠장 젠장.‘ 속으로 소리를 지르며 발버둥 쳐보지만.

녀석에게 짓눌린 손과 다리는 움직일 생각을 안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일반적인 성인 여성의 그것보다 더 빈약해보였지만— 오랜 투병 생활로 인해 근육이 손상되어 여자보다 근력이 떨어진 나로서는 어떻게 떨쳐낼 방도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아, 어째서 나를 노린 것인지 이해가 되었다.

육체가 한계에 몰리면 귀신이 보이게 되지만, 대부분 영혼의 힘— 생전 가진 힘—으로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난 지금.

죽음을 겨우 이겨낸 반 망자 상태에 육체는 지금껏 유래 없을 정도로 최악.

놈이 뱉어난 저주스러운 말과 울음이 나의 감정을 짓밟고 영혼을 까맣게 태워버린다.

그리고 그제서야— 난 눈을 떠야만 한단 사실을 깨달았다.

번쩍!

감고 있던 두 눈을 부릅뜨자— 아아!! 이럴 수가.

눈 앞에 놓인 소녀는— 귀신임에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귀여운… 또한 좋은 냄새가 풍기는— 그리고 더 이상 나를 힘으로 제압할 수 없는— 그런 존재가 암흑 세계 속 귀신과 똑같은 자세로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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