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은 한 번 눈 감았다 뜬다고 꿈이나 영화에서처럼 세상이 바뀌어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지만

소리는 한 번 퍼지고 나면 그 즉시 바로 휘발되기 때문에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기억하고 반복하지 않으면 금세 까먹고 더이상 떠올릴 수 없게 됨.

그래서 인간을 포함한 생물에게는 '음운 루프'라고 하는, 소리를 구간 반복하는 기능이 있음.

음운 루프의 존재는 마치 노래를 부를 때 처음부터 불러야 중간에 있는 가사가 기억나는 것처럼

청각 기억은 다른 감각에 비해 임의 접근이나 재배치가 훨씬 힘들다는 점에서 간단히 증명됨.

물론 음운루프가 충분히 발달한 성인들은 언뜻 보기에 이러한 한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성인들조차 청각기억을 포화시키고 방해하면 곧바로 음운루프를 사용한다는 게 관찰됨.

심지어 음운 루프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어린아이들처럼 같은 말을 계속 되뇌이기도 함.

그런데 같은 소리를 입으로든 머릿속에서든 구간 반복할 수 있다는 게 꼭 좋은 것은 아님.

제목에서 말한 조현병이 듣는 환청도 바로 이 소리의 휘발성과 음운 루프 때문이거든.

그도 그럴게 음운 루프는 실제 소리만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머릿속 모든 소리를 반복함.

음악에서 박자와 마디를 맞추는 이유? 운율이 aaba나 abac같은 반복과 변주를 쓰는 이유?

모두 음운루프의 구간 반복을 활용하기 때문임. 음운 루프는 소리를 처리하는데 필수적임.

특히 '언어'는 기능의 대부분을 음운루프에 의존함. 음운루프를 포화시키면 사람도 llm이 됨.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단어의 문법적 위치를 헷갈리거나 고유명사나 숫자에 약해진다는 거임.

(중략)

이렇듯 음운루프의 한계는 인지과학 1도 모르는 평론가들도 구술문화-문자문화로 온 세상을 설명할 정도로 강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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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길어질 것 같아서 카톡 트위터마냥 개조식으로 썼는데도 너무 길어저서 이만 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