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사건이 터진 후 저희는 기존 복무부대가 아니라 타 부대로 파견을 나가게 되었어요

그런데 거기가 원래는 병사가 상주하는 군부대가 아니라 예비군훈련?뭐 그런 거 하는 곳이라서 인적이 비교적 있는 도로에 인접해 있었는데

위병소 근무를 하고 있으면 꼭 그 앞으로 지나다니는 여학생 무리들이 있었어요

저는 아무 생각없이 동방프로젝트 브금만 뇌내재생시키며 넋놓고 근무했는데

제 옆자리에 앉은 전우가 지나가는 여학생들을 보면서 몇 번 웃지 뭐예요

그러더니 며칠 후에는 그 여자들이 근무설 때마다 말을 한 번씩 거는데

근무중에 민간인과 잡담할 수는 없으니까 "근무 중이라서 죄송합니다." 한 마디씩만 하고 철벽치고

그게 반복되던 어느날 애가 개인정비시간에 연병장에서 여자랑 이야기하는 모습이 목격되더니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하는 걸 포착

편지의 내용은 대충 '우리 종교활동하러 어느 교회로 가니까 나랑 이야기하고 싶으면 그 교회 오면 된다'였고

정말로 주말마다 교회에서 만나서 10분에서 20분정도 데이트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는 휴가가 아니라 외박을 신청했는데, 저희 부대가 휴가는 잘 나가도 외박은 진짜 잘 안 나갔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외박을 신청하더니

모두가 생각할만한 일이 벌어지고 두 사람은 사귀게 되었어요

여기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저희가 파견나온 입장이라는 점이었어요

몇 달 뒤면 원래 근무지로 돌아가야할 운명이었던 거죠

남자는 의도적으로 여자에게 그 사실을 숨겼고

여자는 아무것도 모른 채 남자가 근무 설 때마다 찾아와서는 헤실헤실 웃고 몰래 쪽지 건내고 그런 날들이 반복되고 있었는데

저는 그 때 판타지소설명작 다크메이지를 읽고 있었기 때문에 부조리한 현상을 보면 참을 수 없는 뭐 그런...중2병 비슷한 것에 심취해 있을 때라

여자애에게

아 오늘 점심 생선까스네 개꿀 타르타르소스 범벅해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