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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눈마새 감상과 함께 같이 쓰겠다는 아가페이즈 감상이니 키도햄만 봐

PSH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2.02 21:18:36
조회 323 추천 0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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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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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 눈마새 감상을 다 쓰겠다고 하면서 내가 아가페이즈 감상까지 쓰겠다고 한걸 키도햄이 여전히 기억하고 있어서


그 약속을 지키기위해 설 연휴동안 보고 연휴가 끝나기 전에 썼다


밑의 재수없고 재미없는 문장이 정말 보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한 줄요약: 아가페이즈는 괴작이지만 정말 굉장하며 시간을 견딜 자격이 있는 만화다 잔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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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아가페이즈가 다루고 있는 소재도 알겠다. 서사도 알겠다. 정말 황당무계하지만 아무튼 말도 안되는 설정을 끝까지 밀고 나가보는 것도 알겠다. 하지만 아가페이즈를 보면서 내내 이 질문을 떠올렸다. "실패가 결정되어있는 이 드라마에 왜 모두가 목숨을 걸고 있는가."


유리는 자신이 게이라는 걸 너무 일찍 깨달았다. 유리는 토라키를 사랑한다. 하지만 어린 유리에게 양호 선생님은 게이가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병이라고 했다. 병. 환자라는걸 세상에 숨기기 위해 유리는 비주얼 록밴드라는 가면을 쓰고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른다. 우즈메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 조금만 유혹하면 남자들이 그대로 넘어온 걸 수십번을 보았다. 하지만 유리는 그렇지 않았다. 유리를 미행해 유리의 성적 지향을 알게되고, 자신도 레즈비언이라고 속인 뒤 토라키가 있는 야구부에 유리가 들어가게 떠밀어준다. 그 과정에서 둘 사이에 일방적인 계약관계와 짝사랑 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져간다. 토라키는 아버지를 상대로 인정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 방법으로 고시엔에 진출해서 보란듯이 고시엔 티켓을 포기하는 것으로 아버지의 기대를 배신하려고 한다. 유리는 사랑하는 토라키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댓가로 토라키를 고시엔에 보내겠다 약속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3명의 인물 각자를 향한 감정과 인연이 하나 둘 씩 모이고 얽히기 시작한다.


서사가 어디로 향하는지는 알겠다. 하지만 각 인물이 가지고 있는 감정적 드라마의 네트워크가 정말 복잡하다. 여기서부터 아가페이즈가 독자를 절반 버리고 시작한다. 드라마의 네트워크가 산만하지 않고 신비롭게 짜여지는 소재로 아가페이즈는 풍수를 끌어들인다. 토라키를 고시엔에 보내기 위해 유리는 아가페이즈라는 성소수자 클럽의 풍수 집단을 찾아가 그 방법을 찾으려고 필사적으로 도움을 구한다. 야구의 물리학으로는 전혀 성립할 수 없는 풍수 마구를 터득하며 유리는 마운드에 서서 풍수 마구를 던진다. 그 댓가로 유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계속 희생해나간다.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황당무계한 설정으로 아가페이즈는 따라가지 못하는 독자를 그냥 버리고 갈 준비가 되어있는 괴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황당무계한 설정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이유는 유리의 간절한 드라마가 풍수마구를 경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리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엇을 하나하나 희생해갈때마다 토라키를 점점 고시엔으로 갈 기회를 계속 얻는다. 풍수에 따라 운명처럼 아무 상관도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유리와 토라키 주변에 하나 둘 씩 모이기 시작한다.


그럼 다시 아가페이즈에 대한 나의 첫 질문으로 되돌아가고 싶어진다. 토라키가 고시엔에 가는 이유는 고시엔을 포기하기 위해서이다. 실패가 정해져있는 드라마의 결말. 유리는 왜 실패가 정해져있는 결말에도 불구하고 왜 필사적으로 토라키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가. 다른 버전의 질문. 유리의 희생은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가.


유리의 드라마는 너무나도 잘 알겠지만 유리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역시 토라키의 드라마는 알겠지만 토라키가 어떤 사람인지는 정말 모르겠다. 유리의 간절한 드라마 앞에서 유리와 토라키 주변 인물들과 토라키의 야구부가 상대하는 다른 학교 야구부마저 자신의 내면을 고백한다. 하지만 토라키만은 그 내면을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만화가 끝나기 직전까지 토라키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다. 유리의 간절한 사랑의 드라마를 통해 이 만화는 마치 토라키의 내면을 바라보기 위해 필사적인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아가페이즈가 정말 보고 싶어하는건 인정투쟁을 갑옷처럼 두른 토라키의 내면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이 내면을 누가 정말 가까이 다가가볼수 있을까. 아가페이즈는 유리같은 사람이 그 내면에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잇대가 다른 사람도, 어른도 아닌,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 유리의 드라마가 간절해지면 질수록 만화의 컷이 그걸 느껴보기라도 하듯 유리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그리는 컷들이 갑자기 등장한다. 그걸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은 토라키도 우즈메도 아닌 독자뿐이다. 아가페이즈는 그 감정을 봐야하는 만화이다.


유리가 5가지의 풍수마구를 마운드에서 모두 던지면 그 댓가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전부 잃는다. 유리는 기꺼이 그렇게 했다. 할 수 있으니까 해야만한다. 토라키의 야구부는 그렇게 고시엔에 진출하고, 유리는 자기 역할이 다 끝났다는 듯 그대로 사라져버린다. 아가페이즈가 굉장한 점은 그 이후에 있다. 유리가 사라지자 토라키의 야구부와 주변 인물들 모두가 실패를 경험하기 시작한다. 인정투쟁에서 승리하기도 전에 전직 야구선수인 아버지가 차 사고를 당한다. 우즈메는 사라진 유리를 찾아 온 거리를 뒤지기 시작한다. 눈밭에 쓰러진 유리의 앞에 한 할아버지가 말한다. "너의 희생은 보답을 받을 것이야."


마지막 9권의 전체 내용은 각자가 유리를 찾아 다시 시작하기 위해 필사적인 드라마 전체에 할애해있다. 우즈메는 사랑하는 유리를 다시 찾아냈으며, 토라키는 유리를 찾기 위해 고시엔에 계속 진출하기로 결단을 내린다. 토라키의 아버지는 토라키를 야구 선수가 아닌 한 명의 아들로 인정한다. 아가페이즈가 도착한 1997년. 전 세대는 패배에 갇혀 완전히 부서지고 아무것도 되돌리지 못했다. 97년에 사는 소년 소녀들이 이 역사의 무게를 견뎌내야 할 것이다. 아가페이즈가 마지막 순간에 질문한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두 번째 질문. 이것이 더 중요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95년 고배 대지진이 일어났다. 얼마 안 있어 옴진리교 사린가스가 지하철을 뒤덮었다.

구로사와 기요시는 이 사건에 쇼크를 받고 호러영화 큐어를 찍었다.

방 안에 집을 짓고 사는 오타쿠 세대에게 호러영화 링의 사다코가 브라운관을 뚫고 눈 앞에 도착했다.

진퇴양난의 순간들.


완전히 반대편에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사린가스 사건 가해자와 피해자 가족이 만나는 영화인 디스턴스를 찍었다. 10년 뒤 이쿠하라 쿠니히코는 사린가스 사건과 유사한 사건의 생존자들을 찍은 애니메이션 영화 돌아가는 펭귄드럼을 제작했다. 그 사이에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다. 만화가 아사노 이시오는 동일본 대지진을 경유한 사건의 생존자의 삶을 그린 SF 만화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을 10년 동안 연재했다. 영화 큐어를 찍은 구로사와 기요시가 영화 회로를 거쳐 한 번 부서진 가족이 다시 모이는 영화인 도쿄 소나타를 찍었다. 10년 뒤 이 한 편의 애니메이션과 한 편의 만화가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같은 질문을 들고 되돌아왔다.


어떻게라는 질문에 돌아가는 펭귄드럼이 말한다.

운명의 사과를 함께 먹자.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이 말한다.

온 세계가 너를 적으로 돌려도 너가 지키고 싶은 단 한 사람만 있으면 돼.


아가페이즈의 마지막 컷은 우즈메를 뒤에 태우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유리의 뒷모습이다.


어떻게라는 질문 앞에서 아가페이즈가 움직여라라고 말하는 듯이 그 뒷모습의 컷으로 끝난다.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가다가 넘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움직이고 있다. 다시 시작한다는 문제. 아가페이즈 연재 20년이 되어가는 지금 여전히 이 질문은 유효하다. 얼마나 더 많이 이야기 되고 있는가. 아가페이즈는 시간을 견디는 만화로 불릴 가치가 있는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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