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라면 누구나 교제 상대로 처녀를 원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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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의 문제를 벗어난 본능의 문제.

내 여자가 나만의 여자였으면 좋겠다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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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 취향이 아니고서야, 대부분의 남자는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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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는 여러가지 문제로 인해 이런 욕망을 드러낼 수 없다지만, 서브컬쳐에서는 다르다.

어차피 창작물인데, 주인공과 이어질 히로인을 굳이 비처녀로 설정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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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만화, 게임, 애니 무엇 하나 가리지 않고 꾸준히 있어온 서브컬쳐 역사 최대의 가십거리 -‘비처녀 논란’은 그래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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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이 어떻게 비처녀일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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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과 피폐가 명작의 조건인줄 아는 수많은 정신병자 작가들에 의해 창조된 소위 ‘비처녀 히로인’들은, 이 주제의 대상이 되어 잘근잘근 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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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구석 오타쿠들이라 현실을 모른다

- 그래 넌 비처녀 많이 빨아라

- 왜이렇게 처녀에 집착함? 찐따임?

- 어떻게 히로인이 걸레 ㅋㅋㅋ 으 냄새나

- 팩트는 인싸는 처녀 비처녀 신경 안 쓰고 클럽에서 서로 만나서 잘만 논다는 거임 ㅇㅇ

- 병신아 원나잇 상대랑 교제 상대가 같냐

- 니들 엄마도 비처년데 당장 안방가서 따귀 ㄱㄱ

- 애미 따먹고 싶은 병신 불꽃효자 입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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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위의 수준높은 토론이 오가며, 오타쿠 커뮤니티는 오늘도 비처녀 논란을 주제로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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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야 미호’또한 이런 논란의 주제가 되는 캐릭터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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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한지 3년쯤 지난 ARPG 모바일 게임 ‘Ascend the Spire’. 줄여서 어더스.

카미야 미호는 이 게임에 등장하는 태생 3성 캐릭터로, 준수한 성능에 더불어 캐릭터 조형도 나쁘지 않아 인기가 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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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에 신규 스토리 챕터가 열리며 캐릭터의 과거가 밝혀지기 전까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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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야 미호의 배경이 되는 ‘카미야’가문은 메인 스토리가 진행되며 흑막 느낌을 진하게 풍겼는데, 신규 스토리에선 이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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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를 진행함에 따라 카미야 가문의 비밀이 밝혀지며, 이를 은폐하려는 가문 내 세력과 전투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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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마주치는 중간 보스가 바로 ‘타락한 카미야 미호’.

그녀를 쓰러뜨린 이후 과거 스토리가 회상으로 나오는데, 거기에 그 장면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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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부분을 가리고 은유적으로 표현했지만, 동굴 속 촉수들에게 범해지는 어린 시절의 카미야 미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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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담당 작가가 잠시 미쳤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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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룡정점으로,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남성일 경우 전투 후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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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알잖아. 내 몸, 오래 전에 더럽혀졌어… 처녀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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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커뮤니티가 폭발했다.

해당 대사는 일주일만에 삭제되었고, 스토리는 전면 수정되었다. 아예 과거를 언급을 안 하는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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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런다고 잊혀질리가?

당연히 카미야 미호는 촉수에 범해진 비처녀 캐릭터로 밈화되었고, 심심하면 꺼내져서 드립으로 써먹히는 처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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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 고백하자면, 나도 거기에 동조하는 이들 중 하나였다.

예를 들면 ‘카미야 미호 트위터 팬아트 모음…jpg' 이라는 제목에 본문은 걸레 사진을 여러 개 올린다거나

‘어더스 가장 어울리는 커플링…jpg'이라는 제목에 본문은 카미야 미호 사진과 문어 사진을 같이 올린다거나

딱히 그 캐릭터가 싫었던 건 아니다. 그냥 웃기고 재미있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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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 날, 평소처럼 드립글을 올렸는데 익숙한 녀석의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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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애호파 : 씨발련아 그만하라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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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애호파.

카미야 미호의 과거가 밝혀지기 전부터 이 닉네임이었던 녀석으로, 그 이후로도 포기하지 않고 닉네임 그대로의 컨셉질을 이어온 광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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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식 웃으며 답댓글을 달았다. 이 녀석도 컨셉질 한 번 참 징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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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스토리먼저본다 : 그만 해야 하는 건 촉수님과 그녀의 산란플 아닌가 ㅇㅇ… 하아 얼마나 낳았으면 잡몹이 그렇게 많아 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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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사실이다. 해당 챕터는 정신나간 스토리 말고도 빽빽한 잡몹 밀도로 악명이 높으니까.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녀석의 반응을 기다렸고, 이윽고 알림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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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미호애호파 : ㅇㅋ. 넌 기대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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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가 기대하긴 뭘 기대해… 김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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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발작해줬으면 재밌었을텐데, 맞받아칠 줄 모르는 놈일세.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침대에 몸을 뉘였다. 어느새 새벽 한 시. 내일 출근하려면 지금이라도 자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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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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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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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음 보는 방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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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 모티프 맞습니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