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종막파 vs 꿈의 다음

1. 연극이 끝난 다음 배우들은 속히 떠나야 한다.

2. 그녀는 사랑으로서 끝을 지켜보는 짐승이다. 그렇다면 그녀의 끝은 누가 지켜보는가.

릴림할롯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첫 번째는 메인이 되는 주제다.

조역으로서 세탄타가 쓰이는 것도 이 부분으로, 스카사하 vs 세탄타에서 나온 문답이 이 주제를 정말 잘 보여준다.

특히 스카사하가 서번트가 닫혀 있다는 것에 대한 정론을 쏟아내는 장면에서는 과격함마저도 느껴지는데-어쨌거나 평범한 상황에서 스카사하가 할 법한 대사로는 느껴지지 않는 대사들이다-, 이는 대립각을 명료하게 하기 위한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저 대사는 지금까지 함께했던 릴리 시리즈들, 혹은 출전 자체가 불명료해서 쌓아올리는 계열 여러 서번트들을 생각하면 기본적으로 플레이어가 반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법한 대사가 아니고, 그 반감만큼이나 주제를 강하게 인상에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2. 전개의 만능 치트키인 레이디 아발론이 구태여 여기에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이쪽은 아예 존재 자체가 노멀 드라코의 안티 테제에 가까운데, 이야기가 안 끝나고 계속 반짝반짝 빛나는걸 보고 싶다. 이야기를 계속 즐기고 싶다. 끝을 그렇게나 바라는 노멀 드라코의 행적과는 아예 상극이라고밖에 할 도리가 없다.

*

이렇게 레이디 아발론과 세탄타를 거쳐서 인상을 심어준 다음에 드라코에 도달하는데.

여기서 드라코에 대한 상세가 공개된다.

드라코가 어째서 그렇게나 끝에 구애받을 수밖에 없는지.

그녀는 살아서 끝에 집착하고, 그러나 끝에 버림받아서, 사랑에 빠져버리게 되었다.

그래서 드라코는 사랑으로서 끝을 지켜보는 짐승이 되었다.

이 속성이 꽤나 재밌는 속성인데.

짐승으로서의 존재방식이 애초에, 끝을 지켜보는 타입의 비스트라서, 여타의 영락한 비스트들과는 다르게 비스트인 상태로 소환될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비스트로 각성에 성공한 이유를 '사랑의 힘'이라고 비스트가 자기 입으로 뻔뻔하게 말하고 있는 상황 자체가 꽤나 웃긴 것이라는 것-특히 5.5에서 최종보스가 한 개찐따짓을 생각해보면 정말로 웃음이 난다-

그리고 마지막으론 거의 처음으로 멸망한 다음에 남겨질 짐승의 마음을 생각해보게 된다는 점에서 재밌다.

그럴 수 있는 것은 드라코의 존재방식이 성실하기 때문이고

그 성실함 덕분에 끝과 그 다음이 있고.

그리고 그 다음에 대한 답이 팬서비스라는 것이.

참 페이트 그랜드 오더스러운 부분이다.

페엑ccc한 놈들이 부럽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