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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2.13 17: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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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 아마데우스 대로의 서쪽 끝에 있는 왕립 헌병총국. 그 엄청나게 넓은 시설의 한 구석에서, 란돌프・얼스터는 두꺼운 자료를 넘기고 있었다. 검은 끈으로 철해져 군데군데 누런 빛깔을 띠고 있는 그것은 수 십년 정도 전의 사건이다. 표지에 기재되어 있는 문자는 [새벽의 닭(덱・갈루스)]. 란돌프가 오랜 세월 뒤쫓고 있는 안건이기도 하다.


자료를 눈으로 훑어보고 있으니, 드르륵, 하고 슬라이드식의 문이 열렸다. 얼굴을 내민 것은, 몹시 언짢아 보이는 미형의 청년이다. 얼스터가 지휘하는 수사반의 부반장인 카일・휴즈이다.


「 가이너 자식, 진짜 못 써먹겠네. 」


카일이 얼어붙듯이 차가운 목소리로 내뱉더니, 털썩 하고 산더미 같은 종이 뭉치를 란돌프의 눈앞에 떨어뜨렸다. 예기치 않은 중량에 대리석의 책상이 비명을 지른다. 란돌프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뭐냐고 그 아저씨……! 머릿속에 구더기라도 들끓고 있는 거야……!? 」


핏발선 눈 밑에 다크서클을 만들고 지저분한 수염을 기른 카일은, 평소의 미남다움을 어딘가에 두고 온 듯, 악귀 같은 형상으로 분노에 맡겨 머리를 쥐어뜯고 있다.


「 우리들은 멜비나의 무기 상인의 엉덩이를 쫓느라 꼬박 3일간 잠도 못 잤다고!? 그 바보가 쫄래쫄래 국경선을 넘으려고 하는 바람에……! 애초에 우리는 국경 경비대와 사이가 좋지 않다고! 물론 등을 돌린 순간에 엉덩이에 몇 발인가 박아주었지만! 하지만 그 탓으로 결국 어제 밤새도록 말 엉덩이를 채찍질하며 돌아온 판국이잖아―――젠장 아까부터 엉덩이 얘기만 잔뜩이잖아!! 그래서 이쪽은 죽을만큼 피곤한데 돌아오니 대머리 가이너 자식이 잘난 듯이 뽐내면서 공훈이나 자랑해오고……! 어쩔 수 없이 이야기를 들어주니 아무래도 그 노예 애송이들이 소르디타의 소수 민족이라는 것 같고……! 다른 건으로 쫓고 있는 놈인지 확인하고 싶어서 번거로운 수속을 밟아서 면회하려고 했더니 그 자식은 감옥에서 음독사나 하고 자빠졌고……! 젠장……! 」


「 음독사라고?」


란돌프가 무심코 되묻자, 카일이 난폭하게 자기 자리의 의자를 당겼다. 머리 끝까지 열받은 눈빛을 돌려준다.


「 그래. 남방계 조직의 인간은 잡히면 바로 자해해버리니까 사지 구속에 재갈이 기본인데 보통의 절도범과 같은 취급을 하다니 그 무능한 자식……! 너무 열 뻗쳐서 발트 대령에게 보고해서 그 자리에서 수사권 강탈해 줬다고 그 멍청한 대머리!―――라는 것으로 이거, 우리 관할이 되었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산더미처럼 쌓인 수사 자료를 가리키니, 주변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부하들이 「 무,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저 얼굴만 좋은 악마……! 」 「 무리……! 더 이상의 안건은 물리적으로 무리……! 」라고 폭포처럼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지만, 란돌프는 시원스럽게 받아들여 자료에 손을 뻗었다.


「 독의 종류는?」


「 연금반에서 조사하고 있어. 몰리가 사체의 상황을 보고는 아마 신경독의 일종이 아닐까 라고 하던데」


「……이쪽의 신체검사를 통과했다는 말은 꽤 미량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치사량에 미치는 신경독인가」


순도가 낮은 싸구려라면 몰라도, 거기까지 순도가 높은 것은 우선 시장에 나돌지 않았을 것이다.


「―――'태양의 문신'은?」


「 물론, 엉덩이의 구멍까지 확인했지만 없었다. 솔직히 눈이 썩어 떨어질 것 같으니까 지금 당장 장미십자로의 [풍양의 관(폴크방*)] 에 뛰어들어 미리암 짱의 가슴에 치유받고 싶은데 경비로 처리해줄수 있을까? 아, 응, 미안 농담이야. 농담이니까 그 멍청한 얼굴은 그만해줘. 괴로우니까.」


(*폴크방Fólkvangr : 북유럽 신화에서, 프레이야가 관리하는 초원. 전쟁터에서 죽은 전사의 절반은 발할라로, 절반은 프레이야의 저택이 있는 폴크방으로 간다고 함)


잘 모르겠지만 카일이 울 것같은 표정으로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고 말았기 때문에, 란돌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다면, [(새벽의 닭(덱・갈루스)] 와는 관계 없나, 아니면 사정도 모르는 단순한 버리는 말이었던건가. ……뭐, 후자겠지」


신경독은 놈들이 좋아하는 수법이다.


「―――야회에서는, 쟈칼의 낙원이 사용된 흔적은 없었나?」


「 적어도 자료를 읽는 한에서는 말이지. 그럴 만한 행사도 없었던 모양이고, 상용하고 있는 녀석도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가이너반의 말이니까 말이지. 아무리 봐도 신용이.」


카일은 긁적긁적 머리를 긁었다. 게오르그・가이너는 후작의 집의 적남이다. 계급은 대위이긴 하지만, 그림으로 그린 듯한 귀족의 도련님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파출소에서 취급할 만한 경범죄밖에 담당했던 적이 없다.


「 데보라・달키안은 어땠나?」


「 그 할멈이 이 정도로 입을 열겠냐」


문득 카일은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데보라. ―――데보라・달키안 공작 부인. 다양한 조직 범죄에서 그 이름이 부각되지만 결코 꼬리를 잡히지 않는 악녀이기도 하다.


「 원래 이번에 가이너에게 정보를 흘린 것이 데보라라더군. 심지어 정확히 지명해서. 이국의 춤을 공연해 주기로 계획으로 되어 있는 악단이 아무래도 수상하다―――라고말이지. 가이너 자식, 데보라에게 수사 협력 감사한다고 인사까지 했다더라. 그 데보라에게! 감사! 나도 저런 머릿 속 꽃밭인 놈과 동료라고 여겨진다니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달까 다음에 만나면 문답 무용으로 그 대머리가 듬성하게 난 측두부에 리볼버를 쏴버릴 것 같아. 애초에 남편이 아니라 이쪽(왕립 헌병)에 이야기를 가지고 오는 시점에서 이상하잖아.」


데보라의 남편인 사이먼・달키안은 육군 출신의 재무 감독관이다. 차기 재무총감이라고 평판도 높다. 그 연줄을 사용하면 일이 복잡해지지 않고 비밀리에 처리하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 그러나, 그녀는 일부러 '야회 중에 적발'된다는 형태를 취했다. 소문이 나는 것은 확실하다. 데보라의 평판에도 상처가 생긴다. 그래도 상관 없다, 라고 한다면―――」


란돌프는 살짝 눈을 부릅뜨다.


「―――일부러, 소동을 일으키고 싶은 것인가.」


그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옛 몬트로즈 저택에서의 사건에 관해서는 원점으로 되돌아가 다시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란돌프는 천천히 생각을 굴렸다.


어느 정도 격정이 진정된 것 같은 카일이, 그러고 보니, 라고 떠올리듯이 입을 연다.


「 또 그 아이가 있었다고 하던데」


「 그 아이?」


「 콘스탄스・그레일. 그랑・메릴=앤에서부터, 요 앞의 테레사・제닝스의 사건까지, 정말 잘도 튀어나오네에, 이 아이. 어떻게 할래? 아직 미묘한 선이지만, 슬슬 임의로라도 사정을 들으러 갈까?」


「 필요없다」


란돌프는 자료를 대충 훑어보면서 단호하게 부인했다. 「……응?」 이라는 얼빠진 목소리가 들렸지만, 고개를 들지 않고 단적으로 대답한다.


「 사정이라면 파악하고 있다.」


그러자 뭔가 놀란 듯한 기색으로―――


「……에, 사정청취를 했다고? 네가? 범죄자에게도 용의자에게도 가차 없지만, 요주의인 관찰 대상에게는 어디까지나 신사적인 대응을 취하는 네가?」


카일은 상당히 혼란하고 있는 것인지 의자에서 몸을 내밀고 있다.


「 아아, 확실히 너가 멜비나와의 국경 지대에 가는 것과 엇갈렸다고 생각하는데」


그때는 미행중이었던 죽음의 상인이 갑자기 모습을 감춰버렸기 때문에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상황이 아니었다.


「 약혼했다.」


기묘한 침묵이 떨어졌다.


「 응?」


카일・휴즈는 경박하고 신경질적이지만 바보는 아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의 흐름에서 답을 이끌어내는 것은 아마 간단했을 것이다.


「……누구와!?」


―――그니까, 그 비명 같은 물음은, 아마 '믿고 싶지 않다'는 기분 쪽이 강했던 탓일 것이다.


란돌프는 거기서 겨우 얼굴을 들자, 마치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사실을 말했다.


「 물론, 콘스탄스・그레일이다.」


◇◇◇


오늘도 오늘대로 콘스탄스・그레일은 인기인이었다. 마르타가 두 팔에 안고 갖고 온 산더미 같은 봉투의 다발을 펄럭펄럭 바라보고 있었던 코니는, 그 안에 선명한 검은색을 찾고 눈을 깜박였다. 인장도 낯설었지만, 그 봉랍도 검었다. 그렇게 되면, 틀림없이 부고를 알리는 것이겠지.


안에 들어있던 것은, 검은색으로 테두리를 두른 편지지였다. 거기엔 역시, 별이 없는 밤하늘보다도 검은 잉크로 간결하게, 이렇게 적혀 있었다.


[ 사문을 위해서 귀하를 그랑・메릴=앤의 별의 안쪽으로 소환한다]


「……뭐야 이거. 소환, 장?」


위압적인 문구에 목소리가 갈라진다. 솔직히 짚이는 게 너무 많아서 모르겠다.


『 ―――달키안의, 문장.』


스칼렛이 분한 듯이 중얼거렸다. 달키안?


코니의 표정이 상당히 굳어 있었는지, 스칼렛이 기가 막힌 것처럼 한숨을 내쉰다.


『 잘 보렴. 사법부의 인감이 없지?. 이런거에 법적인 효력은 없어. 그냥 장난이야』


딱 잘라 말해져서 안도한다.


『 애초에 그 봉랍은 달키안의―――아아, 너는 모르겠구나. 데보라의 문장이야. 싫다아, 노처녀가 정말로 한가함을 주체 못하고 있구나』


데보라. 일순간 고개를 갸웃했지만, 곧바로 떠올렸다. [ 존・디 백작의 야회] 의 주최자였다, 그 검은 나비의 여성의 일인가.


『 자, 후계자를 낳은 안주인들이 자주 문화인을 불러서 살롱을 개최하거나 하지? 그것도 말하자면 그저 심심풀이야. 정상적인 사람들은 그렇게 한가함을 달랠텐데―――』


거기서 스칼렛은 불쾌한 듯 눈을 가늘게 떴다.


『 정상이 아닌 외도들은 말이지, 사냥을 하는 거야』


「 사냥……?」


『 물론, 엽총을 메고 짐승을 쏘는 사냥이 아니야. 좀 더 추악한―――희생양을 데려와서, 손발을 끊어내고 마음이 풀릴 때까지 괴롭히는 품위 없는 놀이야. 데보라・달키안의 사냥은 사문회라는 명목을 따지는 것으로 유명했었어. 그렇지만 실제로 행해지는 것은 그저 괴롭힘이야. ……질리지도 않고 아직 이런 일 하고 있었구나, 시시하기는.』


경멸하는 듯한 말투였다.


『 거기에서 몇 명 정도 부숴졌던 거야. 하지만, 그 모임에서 무엇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몰라. 누구도, 아무것도, 말하지 않아. 아무래도 그 자리에서 일어난 일을 결코 발설하지 않겠다고 선서시킨 모양이야. 웃기는 취향이지만, 그래서, 뒤에서는. 이렇게 불리고 있었어』


자수정의 눈동자가 죽음을 연상시키는 검은색의 편지지를 째려보았다.


『―――입없는 귀부인들의 다과회,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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