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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치킨 TS물 쓰고 싶은데 프롤로그가 왜 일케 나오냐

ㅇㅇㅇㅇ(210.216) 2025.01.23 23:05:51
조회 44 추천 0 댓글 0

흡혈 공주는 사랑받고 싶어


Intro


  우리 누나, 소연은 내 친누나가 아니다. 그렇다고 그냥 누나라긴 더 애매했다.


  소연의 아버지 - 그러니까 내 새아버지는 친부의 일란성 쌍둥이였다. 부모님께서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셨을 때 입양을 결정했다, 고 들었다.


  그때 내 나이는 고작 세 살. 그러니 머리가 굳기 전까진 입양아라는 사실조차 몰랐다. 다만 새엄마가 미묘하게 누나를 편애한다는 것만 느꼈다. 그래서 어릴 땐 새엄마를 많이 미워했던 것 같다.


  이제는 아니다. 새엄마는 충분히 좋은 분이셨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아들을 덮어놓고 차별하지 않았다. 문제는, 뭐랄까.


  아이들은 타인의 악의와 선의에 지나치게 민감하다. 한두 번은 그냥 넘어가더라도 누적된다면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자신이 순전하게 사랑받을 수 없는 처지란 걸.


  그런 처지 아래 자랐기에 나는, 계산적이고 애정결핍인 아이가 되었다. 미묘하게 겉도는 아이였던 나를 한없이 사랑해준 가족에게, 끝없는 애정을 갈구하는 아이.


  ...누나.


  내 사랑하는 누나.


  이십오 퍼센트의 피로 이어진 누나.


  입양아인 나마저 차별 없이 사랑해준 누나.


  그런 누나가 열아홉 살이 되었을 때-


  누나는 말했다. 이제 예쁘고 착한 딸로 사는 건 질려버렸으니까.


  유언 같던 그 말은 정말로 누나의 유언이 되었다. 다음날 새벽 누나는 배란다의 테라스를 넘어 투신했다. 십오 층 옥상이었으니 조금의 기적조차 바랄 수 없는 즉사였다.


  왜?


  라고 물을 여유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누나는 급하게 죽어야만 할 이유라도 있는 사람처럼 곁을 떠났다.


*


  열여섯의 여름.


  몹시 더운 날이었다. 우리 가족은 누나의 장례를 치렀다. 장례식이 진행되는 내내 우리는 말을 하지 않았다. 꼭 필요한 말이 아니라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장례식장의 분위기는 문자 그대로 초상집이었다. 툭 건드리면 끊어질 현악기의 줄처럼 팽팽했다. 적의와 악의와 실의밖에 없는 사흘이 흘렀다.


  그리고 또,


  사흘이 흘렀다.


  사흘이 흐르고 흘러 세 달이 흘렀다. 우리는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 세 달이 더 흐르고, 겨울이 지나가고, 세달이 또 흐르고.......


  누나가 죽은지 삼 년째의 여름.


  나는 누나를 따라 투신했다.


  누나의 흔적이 사라진 십오 층의 배란다에서.


*  


  누나.


  누나는 정말로 예쁘고 착한 딸이었다. 예쁘고 착한 누나였다.


  그러니까 천국은 있어야만 했다. 누나 같은 사람을 위해 천국은 있어야 했다.


  광인의 확신이 있었기에 죽음은 두렵지 않았다. 누나, 죽음, 천국. 그 세 단어는 내게 같은 의미를 지녔다.


  만약에... 누나, 내가 자@$$살했다는 이유로 지옥에 떨어진다면,


  누나는 역시 천국에서 나를 구하러 와줄 거지?


  사랑해, 누나.


  우리 천국에서 만나자.


*


  그렇게 기도했지만,


  기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여자애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낯선 세계였다.


  아가타- 누나의 세례명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소녀. 기독교도 없는 세계에서 왜 그런 이름인지 모를 소녀.


  별로 좋은 처지의 소녀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다지 좋은 세계도 아니었다.


  아가타가 살고 있는 곳은 인류제국이라는 이름의 나라. 그곳에서 아인종은 모두 노예로 취급되었고, 아가타는 요정의 피가 섞인 아이였다.


  아가타의 '주인'과 요정 노예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


  비천한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학대당한 끝에, 결국에는 자@@$살을 기도했고, 그렇게 다시 깨어난 결과-


  기억상실 컨셉을 잡은 내가 빙의된 모양이었다.


  아가타의 자@@#살소동 때문인지 주인은 화를 냈다. 내게 진심으로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건 딸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이라기보단... 뭔가 더 끈적한 종류의 애증이 깃들어 있는 마음.


  집착하고, 학대하고, 그런 끝에, 아가타라는 소녀의 날개를 완전히 꺾어버리고, 마음이 망가진 인형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마음.


  어쩌다 그런 마음을 가진 부모가 됐는진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깨어난 이후로도 나는 학대를 당했다.


  주변에 도움을 청해도, 돌아오는 반응은 무시가 전부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를 물어도, 다른 노예들은 벌벌 떨며 내 시선을 회피했다.


  어느날 나는 주인에게 물었다. 저를 사랑하냐고. 주인은 나를 사랑한다고 답했다. 나는 악에 받쳐 마지막 용기를 짜냈다.


  왜? 사랑하는데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거예요?


  사랑해서 그러는 거야.


  나는 그의 대답을 듣고 누나를 조금은 이해하게 된 것 같았다.


  사랑해서 그러는 거야.


  사랑해서, 부모님의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아서.


  평생 예쁘고 착한 딸로 살 수밖에 없었던 누나의 기분을.


*


  새로운 세계에서 2년이 흘렀다.


  나는 얻어맞고, 부당한 대우를 당하고, 가혹한 노동에 동원됐다. 그러는 와중에도 쓸데없이 회복력이 좋은 몸은 상하지 않았다.


  인간보다 오랜 시간을, 500년의 시간을 견뎌야만 하는 요정 혼혈의 몸.


  그 몸은 세월을 견디기 위한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인간이라면 죽을 정도의 상처마저 끝내는 회복했다.


  그래서,


  처음 자@@@살시도를 했을 때조차 죽지 않은 거라고 했다.


  앞으로 자@@@살을 시도하더라도 도망칠 수 없을 거라고 했다.


  그러나 내 마음은 학대 속에서 점점 죽어갔다. 울면 운다는 이유로 맞았고, 울지 않으면 반항한다는 이유로 맞았다. 주인은 어떤 이유를 붙여서든 나를 때리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죽고 싶어.


  누나를 보고 싶어.


  사랑받고 싶어.


  제대로 된 사랑을 받고 싶어.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가해지는 폭력이 아니라,


  진짜 사랑을 받고 싶어.


  그렇게 기도하고


  기도하고


  또


*


  그가 나타났다.


  그의 이름은 카를로스. 카를로스 쿠에르보.


  요정 혼혈인 아가타와 똑 닮은 외모. 동양인처럼 새카만 머리카락에 녹색 눈동자.


  소년과 청년 사이의 나이로 보이는, 귀여움과 아름다움과 멋있음이 공존하는 남자.


  저택에 불길이 솟았다. 사람들이 비명지르는 소리가 났다. 재와 피와 죽음의 냄새가 바람을 타고 퍼졌다.


  그리고- 죽은 주인의 시체를 내 앞에 툭 던져주며, 해맑게 미소짓는 그와 처음 마주쳤을 때.


  나는 생각했다.


  눈 앞의 이 남자는, 주인과 본질적으로 똑같은 부류의 인간이라고.


  평생 군림해왔기에 약자들의 입장따위는 전혀 모르는 인간.


  그가 상큼하고 귀엽게 웃으면서, 피와 불을 배경으로 말했다.


  "안녕?"


  "..."


  "내 이름은 카를로스. 카를로스 쿠에르보. 너를 구해주기 위해 왔어."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일어났다. 일어나 그를 따라갔다. 우리는 죽음의 흔적이 어린 복도를 조용히 걸었다. 나는 죽음을 마주보는 것이 두려워 바닥만을 바라보았다.


  저택의 정문을 나설 때쯤이었을까. 나는 우중충하게 물들어 있는 하늘을 봤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것처럼 부르는 이름.


  "카를로스, 님?"


  "응."


  "왜요?"


  "왜라니?"


  "왜 저를 구해주신 거예요?"


  그 물음에 카를로스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불타는 저택 바깥으로 향하던 그는, 나를 돌아본 채 여전히 상큼하게 웃더니-


  "글쎄. 죽은 여동생이랑 닮아서일까?"


  농담인 척하며 진실을 말했다.


*


  나는 그를 따라 마차에 탔다. 동력원이 무엇인지 모를 마차는 스스로 하늘을 날았다. 심지어 조종하는 마부조차 없는 깡통이었는데도.


  판타지 세상이란 건 알았지만 막상 진짜 환상과 마주치자 신기했다. 물론 이 세계에선 환상이라기보단 기술에 가까운 취급인 모양이었지만.


  나는 차창밖으로 불타는 저택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지난 2년의 지옥이 불타는 것을 보니 이 모든 게 꿈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 내 얼굴을 어떻게 받아들인 걸까. 카를로스는 최대의 상냥함을 띤 얼굴로 물어왔다.


  "괜찮니?"


  "네."


  "이름이 뭐야?"


  "...아가타. 아가타예요."


  내 주저에는 거리끼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아무래도 누나의 세례명과 같은 이름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따위가 그 이름을 쓰는 건, 누나에 대한 모독처럼 느껴져서.


  그런 내 기색을 살폈는지 카를로스가 물었다.


  "아가타, 란 이름이 맘에 들지 않는 거야?"


  "네. 별로, 좋은 기억은 없는 이름이라서요."


  "그렇구나. 그럼 내가 새 이름을 지어줘도 될까?"


  "...네."


  카를로스는 잠깐 고민하는 척을 했다. 하지만 나는 그가 고민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의 눈빛은 내 몸 뒤에 있는 무언가를, 이제는 사라져버린 망령의 그림자를 보았으니까.


  그가 선고하듯 말했다.


  "아우라."


  "아우라......."


  "아우라 쿠에르보, 그게 지금부터 네 이름이야."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내게서 죽은 누이를 보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나도,


  이미 죽은 가족 때문에 움직이는 망집의 덩어리였으니까.


*




ㅅㅂ


이러고 2화부터 먼치킨 모험기 쓰면


장르가 너무 달라지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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