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당신을 아오. 그대가 노력하는 것을 아오.
헌데 어찌 자신을 벌하기만 하십니까.
어째서 좁은 철창 안에 자신을 가두고 자해하기에 바쁘십니까.
그, 그치만 아활. 난 아무것도 할 줄 몰라.
공부도 못하고, 운동도 못하고, 아무것도 못해.
심지어 게임까지도!!!
그것은 당신의 탓이 아닙니다. 대협.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대는 공부를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 역시 삼사형이 주신 서적들을 읽어내지 못해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렇기에 감히 그대에게 조언을 해드릴 수 있겠습니다.
저 역시 할 줄 아는게 많고 재주가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삼사형이 가져다주신 논어는 무척이나 읽기 힘들고 어려운 책이었지요. 하지만 제 옆에는 어린 까막눈이에게도 친절히, 그리고 묵묵히 도와줄 스승이 있었을 뿐입니다.
그는 저를 나무라지 않고 기다려주었습니다. 저 혼자만의 노력과 재능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제 옆에는 저를 돌봐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지요.
운동 또한 그렇습니다. 저는 최근 무림동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역기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능숙히 할 수 있게 되었지요.
저는 물 한 양동이를 주방까지 옮기는 것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은 개울에서 부터 주방까지 물 두 양동이를 옮긴다 하여도 힘들지 않습니다. 아니, 힘들지 않다는 것은 거짓이겠지만 적어도 팔이 후들거려 더 이상 움직이게 되지 못할 정도는 아니게 되었지요.
오락에 대해선 할 말이 없지만 어떠한 것이든지 꾸준히 하다보면 못할 것이 무엇있겠습니까.
부단히 노력하고 스스로 한계점을 뛰어넘으면 모든 일들이 순탄히 풀릴 것입니다.
그치만 아활…
난 누군가의 가르침을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어…
난 초등학교 사학년 때 까지 한글조차 떼지 못했고, 아버지에겐 구구단 조차 외우지 못했다고 집 밖으로 쫓겨났지.
영단어 조차 제대로 말하지 못했을 때 난 학원에 맡겨졌지만, 선생님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난 언제나 도망치기 바빴어. 해답지를 보고 답을 옮겨 적었을 때 그 화나신 표정이 이제는 이해가 가.
노력조차 하지 않은 나의 모습에 진저리가 났던거야.
그건 시간이 지나고서도 바뀐게 없어.
난 재능이 없고 노력조차 못하고 언제나 재미있는걸 찾아다니지만, 그곳에서도 난 진심으로 즐거움을 찾지 못했어.
우으…
미안해 아활. 내가 복에 겨워 내뱉지 말아야 할 소리까지 해버렸구나.
늘 언제나 그렇듯 들어온 기회조차 박차버린 나는 너에게 감정을 호소할 자격조차 없는거겠지.
미안해…
내가… 미안해…
사과하지 않아도 좋아요 대협.
이제야 알겠어요.
당신은 노력이 부족한게 아니었어요.
그저 용기가 부족했던 거였죠.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당신은 노력을 해볼 용기조차 내지 못한 것이겠죠.
그렇지요.
누구나 처음엔 그런 법이지요.
저 역시 처음엔 그랬으니까요.
제가 의기가 넘친다 할 수는 없지만 기개는 있어요.
모든 이들에게 억압받고 핍박 당했지만 그럼에도 전 이 세상이 증오스러워 어떻게든 용기를 쥐어짜냈죠.
그러니 이젠 걱정하지 마요.
당신의 친우, 조활이 여기 있으니까요.
저에게 언제든 화내도 좋고 욕해도 좋아요.
전 피하지 않고 당신을 반격하지도 않겠습니다.
저는 이곳에 있어요.
그,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내가 대체 아활 너에게 화를 낸단거야!
난 살면서 누군가에게 주먹질 한 번 날려본 적 없는 겁쟁이라고..!
저 역시 그렇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억압된 감정을 모조리 털어내 새로 담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아요.
그대에겐 말하기 힘든 사정이 많이 있고, 그걸 누군가에게 털어 놓는 순간 듣는 이로 하여금 짐이 될 것이란걸 알고 있죠.
당신이 제일 친하다 생각하는 이에게조차 쉽사리 털어놓는 것을 선택하지 않고. 누군가 당신에게 속 마음을 털어 놓으라 해도 자리를 회피하기에 급급하니까 말이에요.
그렇기에 당문의 외성제자 조활이 있습니다.
전 결코 당신이 저보다 편한 삶을 살아왔다 생각하지 않아요.
그대에게 공감해줄 겁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아요.
저는 당신을 피하지도, 두려워하지도, 도망치지도 않을겁니다.
대협. 저의 말을 잊지 마세요.
저는 이곳에 있습니다.
당신을 두고 도망치지 않아요.
저를 믿고 천천히.
모든 것을 처음부터.
늦지 않았기에.
그렇기에 차근차근.
나아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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