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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1.08 10: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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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부분은 적당히 적당히 좀 넘기고 디테일은 다소 생략했는데

어쨌든 이게 사료 기반 분석보다는 문학적 접근에 더 가깝기 때문에......

그래서 오히려 당대 사람의 실제 감정에는 좀 더 가까우리라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고 나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

어떤 식으로 써야 한다는 주어진 형식이 일반적일 때 

그 형식에 맞추되 거기에서 변형된 무언가야말로 저자의 본심이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이니만큼


*


일제 강점기는 참 민감한 시기다. 아직까지 그 시대에 고통받은 사람이 남아 있을 정도로 멀지 않은 과거이며, 6·25 전쟁이나 그 이후의 여러 독재정 시기처럼 한반도 내에서 무언가가 일어났다기보다는 한반도 밖의 주체가 직접적으로 엮여 있으면서, 또 그런대로 일상사를 살아온 탓이다. 식민지민으로서의 차별대우와는 별개로, 당시 조선은 그 전처럼 나름대로 생활을 하고, 인재를 낳고, 순응하거나 절망하거나 그 둘 중 어느 것에도 쏠리지 않은 상태로 살아갔다. 게다가 더 민감한 것은 조선처럼 완전히 다른 나라에 통째로 식민지로 먹혔다가 지금처럼 피식민 제국 출신 국가와 완전히 동등한 주체로 그 당시를 회고하는 일이 그리 많지 않은 탓이다. (미국은 식민지였지만 그런 '식민지'는 아니며, 식민지 문제는 그 피해 국가가 대체로 해방 이후에도 그 정도로 국력을 가지는 일이 없는 탓에 어느 정도 도매금으로 넘어가거나, 넘어갈 수밖에 없다)


반면 조선 일제 강점기를 식민지라고 부르는 데에는 한국과 일본, 양국이 전부 어색해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3·1 운동을 기점으로 일제 강점기를 조선 민족과 일제 사이의 일종의 전쟁 상태로 보듯 일제가 조선을 "점령"했다고 표현하며, 일본 입장에서는 내선일체 슬로건이 표방하듯 한반도 조선을 식민지가 아닌 제국 영토의 확장, 제국 내에서의 동일한 영토로 볼 필요가 있었다. 물론, 현실적으로 후자는 다른 식민지와 함께 거론되며 제국의 수혜보다는 제국에 동화되어야 한다는 의무를 위한 것이었다만 그 차이는 상당히 흥미롭다. 이는 대한제국 임시정부를 조선에서 대한민국 사이의 간극을 잇는 국체로 취급하는 서사와 조응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일제에 속해 있던 한반도에서의 생활과 동떨어진, 외부에서부터 조선/한민족을 상상하는 시각이 필요했다. 김구의 <백범일지>의 시각에 익숙하면서, "일본이 그럽게 쉽게 질 줄 몰랐다"는 말에는 어색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데에는 이런 서사 덮어쓰기가 필요했다.


다만 이런 현상이 과연 조선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일까? <벌레와 제국>은 일제 강점기의 경험이 보다 일반적인 식민지의 경험, 더 폭넓게는 근대라는 경험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전제 하에, 이 시기의 언어와 권력 사이의 관계를 천천히 뜯어보는 책이다. 상술한 <백범일지>의 이야기는 그 간단한 예시인데,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크게 보아 주권이라는 신화의 증여, 세계의 언어로서의 일본 제국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받는 조선어 화자, 근대 국가로서의 일제와 그 근원인 기술이 있다. 각각을 간단하게 요약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1장에서는 헌법상의 주권이 연결고리 없이 천황으로부터 증여된 것으로 취급하며 주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막는 동시에 국민이 이 증여에 보답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당대 일제의 분위기를 논한다. 메이지 유신 당시 천황의 헌법반포를 어디까지나 명분으로만 보았던 지식인들과는 달리 쇼와 시대에는 이미 그것이 일상이 되었고, 단순한 명분 이상으로 그것은 진지한 사실이었다. 2장에서는 조선어 및 조선문학이 세계문학에서 어떤 위치에 서야 하는가, 더 많은 청중을 위해 국어(일본어)를 씀으로서 스스로를 일본인보다도 더 앞서 나가는 제국의 전위에 서겠다 등의 논의를 하며 한국어를 쓰고 일본어로 번역하는 것과 처음부터 일본어로 쓰는 것 사이의 차이를 논한다. (어쨌든, 한글과 한국어로 글을 쓰는 것은 점차 불법이 되었고 급작스러운 광복 직전의 한반도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3장에서는 전향자가 이렇게 금지된 언어 이외에 국어를 써야만 하지만, 정작 조선의 80% 이상이 일본어를 구사할 수 없어 기록될 수 없지만 존재하는 언어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다룬다. 조선의 국민 역시 당연히 국어를 사용해야 마땅할 터인데, 그러지 못하는 이들은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일종의 비인간과도 같아 그 입에서 내는 말은 일본어와 뒤섞인 크레올로밖에 기록될 수 없었다. 마지막 4장은 일제와 조선을 근대 국가의 도식에서, 어떻게 일제가 스스로의 목적을 천황에게 완전히 맡기고 목적 없는 관료의 운영으로 돌아가는 기계가 될 수 있었는지, 식민치하의 조선 지식인들이 근대의 핵심을 그런 기술로 보고 기술 없이는 국가를 떠나 근대 민족조차 수립될 수 없다고 보았는지를 분석한다.


<벌레와>의 시각은 일반적인 역사서보다는 문학비평에 더 가까운데, 일제 시절 징용된 군인의 편지라는 사적인 매체가 어떻게 공적인 영역에 열려 있었는지를 데리다의 <우편엽서>의 관점에서 다루고, 헌법에 보호받지는 못하지만 구속되기는 하는 비인간의 영역에 걸친 조선인을 무시할 수밖에 없던 일제 지식인의 삶을 들뢰즈의 <안티 오이디푸스>의 관점에서 (인간의) 말하는 입과 (동물의) 먹는 입으로 구분하며, 공적인 집단적 기억이 사적인 기억을 지배하며 개개인의 언술을 그와 별개의 특권적인 기억으로 어떻게 취급해야 하는지를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의 관점에서 언어가 아닌 목소리와 함께 논하는 등, 여러 기록 매체 및 문학을 비평하는 것으로 일제 시대를 대담하게 활보한다. (이따금 너무 민감하게 파고드는 억지스러운 구석이 있다 싶을 정도로 푸코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사실 이런 식의 해석이야말로 어떤 의미에서는 일제 시대의, 잘 사는 것으로 미래의 죄인이 될 수 있는 시대의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시대의 죄인을 캐묻는 현장은 굳이 이 책이 아니어도 충분히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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