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ㅡㅡ대부신 제우스의 이름 아래.
이 몸의 자식임을 자청하는, 이 세상 모든 생명을 인지한다.
그것은 모든 신들이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행위였다.
적은 이를 드러내는 것도 잊고, 아군은 창백해져 비명을 질렀다.
왜냐하면 그래ㅡ 신들이 사람과 어울려 아이를 내려준다는 건, 부신의 영격을 나누어 부여한다는 것과 같은 뜻이었다.
아비에게 자신의 아들 페르세우스를 살해당하게 된 다나에는 어쨌건, 주신 제우스의 자식이라는 \'허울\'을 원할 뿐인 자들의 아이도 평등히 자신의 아이로서 인지한다는 것이다.
허나 적어도 이 행위에 의해, 구원받은 많은 생명이 있다.
기원전의 시대ㅡ 여성의 지위는 아직 낮고, 본의 아닌 형태로 아이를 갖게 된 경우도 결코 적지는 않았다.
본의 아닌 아이, 적국의 아이, 미혼의 아이를 갖게 되어버린 어머니들이, 부친의 이름을 말할 수 없던 시절. 최후의 최후에 매달리는 것은, 모습 없는 신들밖에 없었다.
\'나라를 멸망시킬 운명의 아이\'라는 신탁을 대의명분 삼은 부왕에게, \'신령에게밖에 불가능한 방법으로 인한 혼인\'을 증언함으로 인해, 다나에는 의견을 평행선으로 끌고온 것이다.
신이 실재하지 않더라도, 신의 실재함은 민초들에게 믿어지고 있었다.
대부신 선언은 그 증언을 보증하는 것으로 인해, 신자들이 무의식 중에 모친의 증언을 믿는 거대한 흐름ㅡㅡㅡ \'역사의 전환기(패러다임 시프트)\'를 만들어냈다.
허나 그 흐름을 고정하기 위한 대가는 헤아릴 수도 없다.
과거·현재·미래, 동서양을 불문하고 비운한 모친들의 비극은 존재했다. 그 모든 아이를 인지하게 된다면, 아무리 주신이라 해도 영격의 마모에서 벗어날 수 없겠지.
선언과 동시에 영격이 축소하기 시작한 제우스는 눈 깜빡할 사이에 그 존재가 희박해진다.
신령에서부터 짐승으로 떨어져.
짐승에서부터 벌레로 떨어져.
벌레에서부터 더욱 작고 작은 존재로 열화되어간다.
적대하고 있던 마왕 티포에우스는 그 상황에 경악했다.
그에게 그야말로 이해불능한 행동이었겠지.
\'성신의 열매\'에 의해 가이아의 가호를 잃은 그와 제우스는 호각의 싸움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진일퇴의 공방을 이어나가던 참에, 갑자기 거리를 벌린 제우스가 진지한 눈동자로 고한 것이다.
결코 허세나 미쳐서 말한 것이 아니다.
벌레보다도 아득히 왜소한 생명이 된 제우스에게는 신들은 물론이요 인간에게조차 짓밟혀 죽을 정도의 영격밖에 남지 않았다.
제우스가 어째서 이런 기행을 벌인 건지 알지 못한 채, 티포에우스는 분노해 날뛰듯이 물었다.
어째서 이런 멍청한 짓거리를 한 거냐, 고.
ㅡㅡㅡ이대로 계속 싸우면, 언젠가 이 몸은 네놈을 쓰러뜨리겠지.
허나 그건 쓰러뜨릴 뿐이다. 쓰러뜨릴 뿐이어서야, 네놈도 가이아도 구할 수 없어.
성신전쟁(기간토마키아)을 끝낼 수가 없어.
그리 고한 제우스의 영격이 아주 약간 커진다.
그것은 작은 변화였으나, 착각할 수 없는 확실한 변화였다.
확실히 영격이 커져가고 있다. 그것도 그 변화는 한번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제한 없이 팽창하기 시작한 제우스의 영격은 벌레보다도 작아진 모습을 순식간에 거대하게 한다.
벌레에서 짐승으로, 짐승에서 신으로, 신에서 더욱 강대한 존재로.
부신에게서 자식에게 내려준 영격이 보다 큰 힘의 파도가 되어 피드백되어오는 것을 눈치챈 신들은, 무엇이 일어난 것인가를 깨닫고, 전율했다.
사람의 자식이면서, 신의 자식으로서 성립한 이상, 페르세우스는 신의 실재·비실재에 관계 없이 완전한 신의 자식으로서 성립한다.
존재확률이 최대가 된다는 것이다.
만약 페르세우스만이 그리 되었다면 큰 변화가 되지는 않았겠지만, 제우스는 그 한 명을 인지한 것이 아니다.
ㅡㅡㅡ\'이 아이의 아비는 신님입니다. 그러니 부디 죽이지 말아주세요\'
울면서 그리 말한 다나에의 처지는, 그 시대에는 결코 드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다나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아이를 차별 없이 인지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 행위는 제우스의 자식인 미노스, 페르세우스, 헤라클레스 등의 영웅영걸들이 끝없이 자아내는 역사를 보다 강고히 만들고, 제우스 자신이 사람의 역사의 주춧돌이 되는 것으로 새로운 힘을 얻었다.
허나 그것은 거대한 힘과 맞바꾸어, 하나의 파멸을 허용한 것이기도 하다.
인류의 역사와 영격이 동화한 이상, 인류가 멸망을 맞으면 그 영격은 흔적도 남지 않는다. 사람과 함께 걸어나가, 사람과 함께 이끌어ㅡㅡ 사람과 함께 멸망하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지금의 모형정원의 존재방식을 결정지은 \'대부신 선언\'은, 다른 신군에도 같은 결의를 품게 할 정도의 광휘를 발하여 세계를 비춰보였다.
황도 12성좌·최강의 양날도끼(라브뤼스)ㅡ 뇌정 케라우노스는, 그 광휘를 집속해서 해방하는 그릇.
사람의 역사, 신의 역사, 별의 계보에서 얻어지는 영격 전부를 뇌정 케라우노스에 담은 대부신 제우스는, 마왕 티포에우스를 일격으로 쓰러뜨려, 오랜 세월에 걸쳐 펼쳐진 전쟁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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