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부(婦) 현구고(見舅姑)례 때 신부가 시아버지께 드리는 폐백의 내용은 “조율(棗栗)” 즉 대추와 밤이고 시어머니께는 육포, 꿩구이, 닭구이 등이거나 비단을 준비한다. 현재의 예식장에서 드리는 폐백은 개념 자체가 왜곡되어 있다.

식후에 드리는 폐백은 며느리로서가 아닌 신부가 드리는 것으로 절차상 하자가 있으며 또 폐백의 의미를 시부모가 신부에게 대추·밤 등을 던져주면서 그처럼 아들을 많이 낳으라는 상징으로 왜곡하고 있다.

〈춘추공양전(春秋公羊傳)〉장공(莊公) 24년조에 보면, 부(婦) 현구고(見舅姑)례 폐백으로 드리는 대추·밤은 그 상징적 의미가 다르다. 대추는 한자로 조(棗)이고 밤은 율(栗)인데 혼(婚)이 혼(昏)이라는 것처럼 발음이 서로 통하는데, 조(棗)는 조(早; 아침 조))와 발음상 통하고 그것은 ‘아침 일찍 동트기 전에 일어나서 봉양 하겠습니다’를 뜻하고, 율(栗)은 율(慄; 두려울 율)과 통하는데 ‘엄숙하고 경건하게 모든 일에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일 하겠습니다’를 뜻하는 것이다. 새겨보면 시집의 일원이 되어서 며느리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집안의 화목과 번창을 위해 한 몸 바치겠다는 굳은 결의를 시아버지께 하는 것이다.

시어머니께 육포(肉脯)나 비단을 드리는 의미는 시집살이의 서약은 시댁의 가장인 시아버지께 했으므로 시어머니에게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모시겠다”는 뜻으로 드리고, 육포를 받은 시어머니는 이 육포를 어루만지는데, 이는 ‘너의 허물을 감싸 주겠다’라는 표시이다. 현구고례가 끝나면 시부모는 며느리를 맞이하는 의식을 치르는데 이 때 시부모는 새 며느리에게 술 한 잔과 함께 교훈을 내려주며 신부는 이에 서약해 대답한다.

출처 : 평택시민신문(http://www.pt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