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탑에 끌려가기 일주일 전, 부산 탑을 공략하기 위해 떠났던 등반대가 공략에 실패했다.
해외에서 방해가 들어왔다.
그냥 준비가 부족했다,
난이도가 예상보다 높았다.
공략 실패에 대해서 온갖 이야기가 오갔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부산 탑을 공략하는 데 실패한 대가였지.
[남은 시간: 31일 15시 24분 15초]
10년 전.
전 세계에 탑이 나타나며 함께 나타난 하늘의 타이머.
첫 등장 당시엔 아무도 저 타이머가 뭘 뜻하는지 몰랐다.
그렇지만 이젠 모두가 안다.
저건 종말의 카운트다운이라는 걸.
탑은 한 달마다 새롭게 솟아오르고, 소멸한다.
가장 공략 점수가 낮은 탑은 소멸하며 주위에 괴물들을 흩뿌려 주위를 초토화한다.
만약 탑을 공략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 탑은 즉시 소멸하며 괴물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탑을 공략하는 걸 실패할 때마다 하늘의 타이머는 줄어들고, 등반자가 죽어도 타이머는 줄어든다.
만약 아무도 도전하지 않은 탑이 있다면 달이 지날 때마다 무작위로 등반자가 선정된다.
여기까지 인류가 탑의 규칙을 파악했을 때, 최초로 타이머의 진실이 밝혀졌다.
초월급 탑.
타이머가 나타난 각 국가의 상공, 대기권 너머에서 천천히 낙하하는 거대한 탑들.
저 타이머는 그 탑들이 언제 지구에 도달하는지 알려주는 카운트라는 걸.
인류가 그 사실을 알아낸 건, 태평양의 한 섬나라의 탑에서 다른 나라의 등반자들끼리 탑을 오르다 발생한 유혈 사태로 순식간에 카운트가 전부 소모되며 벌어진 일을 목격한 덕분이었다.
카운트가 모두 줄어들자 초월급 탑이 섬을 강타함과 동시에 섬에 있던 모두가 죽었다.
그리고 그 섬은 탑에서 나온 강력한 몬스터들의 영역이 되어버렸다.
이 사실이 밝혀지고 전 세계엔 난리가 났다.
고의로 다른 나라의 카운트를 줄이는 테러가 일어나질 않나, 다시금 종말론이 득세하질 않나, 이상한 사이비 종교가 퍼지질 않나.
그래도 혼란은 비교적 빠르게 수습됐다.
각 나라의 머리 위에 떠 있는 타이머들은 대부분 최소한 50년 이상을 나타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운한 태평양의 섬처럼, 탑 내부에서 많은 사람이 전멸하는 게 아니라면 꽤 여유가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등반자들이 일반적인 탑이 아닌, 초월급 탑에도 도전할 수 있단 게 밝혀진 것이다.
다른 탑들을 등반자들이 올라 재앙을 막는 것처럼, 초월급 탑 또한 등반자들이 오르면 된다고 모두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착각이라는 게 밝혀지는 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누구도 초월급 탑의 1층을 돌파할 수 없었으니까.
멸망을 막기 위해 초월급 탑으로 떠난 등반자들은 그 누구도 돌아오지 못했다.
탑을 떠나기 위해선 1층을 공략해야 한단 사실을 떠올리면, 그 누구도 1층을 공략하지 못했단 뜻이리라.
그들이 모두 죽었다는 건, 줄어든 타이머가 말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하늘을 바라보는 걸 피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일들이 지나간 후, 세상은 그럭저럭 안정됐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였다.
일주일 전의 실패가 아니었다면.
[점수 랭킹]
1. LA 994,335,000
2. 베이징 994,333,000
3. 캘리포니아 993,244,000
.
.
.
255. 오클랜드 200,135
256. 부산 133,500
부산의 탑이 소멸하는 것이 확정적인 거의 상황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부산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부산의 탑을 공략하기 위한 대규모 원정대를 꾸렸다.
당연히, 실패할 가능성을 생각한 사람들의 입에서 너무 무모한 작전이 아니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작전이 무조건 성공한다 생각한 것인지 작전을 강행했다.
그 결과는 뭐, 모두가 알다시피 대참사로 끝났다.
적어도 50년은 넘게 남아있던 종말이 단 한 달 뒤로 앞당겨졌으니까.
당연히 엄청난 혼란이 찾아오고, 모두가 대한민국이 망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상식적으로 탑이 나타난 지 10년째 한 번도 탄생하지 않은 초월급 등반자가 인제 와서 나타날 리 없으니까.
근데, 그 초월급 등반자가 나타나 버렸네?
그 결과가 지금 내 눈앞에 있다.
인터넷 모든 곳이 내 이야기로 가득하다.
[세계 최초 초월급 등반자 탄생! 대한민국은 손님1을 응원합니다!]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
[초월급 탑 클리어 시간 단 ‘5초’. 전 세계가 놀랐다.]
[현재 손님1보다 강한 등반자는 세계에 존재하지 않을 것. 미국 등반자 협회의 충격 발언.]
[손님 1은 단순히 빠르게 클리어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김민경의 돋보기]
[단 5초. 손님 1이 전설이 되는 데 걸린 시간.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인터넷 신문 기사.
[손님 1은 탑을 클리어한 게 아니다? 손님 1은 탑을 파괴했다! 정부가 숨기는 진실.]
[손님 1 때문에 중·미 비밀 조직 폭주!? 등정협조국과 NTSO, 전쟁 시작!]
[그저 손님 1이 다 해줬다고 외치는 영상]
[손님 1의 이름에 숨겨진 비밀? 이름만 잘 지어도 각성은 문제없다.]
유튜브.
[검제<<<<<이새끼 씹물로켓이면 개추]
[그래서 검제가 오대식은 이기냐? 대식이햄은 초월급 도전하기라도 했잖아 ㅇㅇ]
[목숨 한 달 더 연장된 거 솔직히 별로인 사람만 ㅋㅋㅋㅋㅋ]
[숏충이들<-손님 1을 믿지 못한 멍청이들 ㅋㅋㅋㅋㅋ]
커뮤니티 사이트.
음, 여긴 아닌가?
아무튼 내가 인터넷으로 찾아볼 수 있는 모든 곳에서 내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탑 랭킹은 실시간으로 갱신되니, 5초 만에 1층을 클리어했을 때 세상이 떠들썩해질 거로 생각하긴 했다.
나라가 망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때이니만큼, 다들 랭킹만 바라보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도 더 떠들썩한데.
“기존 S급이라 분류되던 등반자들도 전부! 전부 다 실패한 게 초월급 탑의 등반이에요. 그런데 그런 탑을 그냥 공략한 걸 넘어, 5초 만에 클리어했습니다. 이게 뜻하는 바가 뭐겠습니까?”
“무엇이죠?”
“지금껏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말 그대로 최강의 등반자가 나타났단 겁니다. 이 대한민국에! 당장, 한 달 뒤에 멸망을 걱정해야 했던 나라에 말입니다! 저는 당당히 외칠 수 있습니다. 신은 아직 대한민국을 버리지 않았다고. 아니, 손님 1은 대한민국을 버리지 않았다고요!”
적당히 들어가 본 뉴스 채널에서 날 이야기하는 걸 봐도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난다.
평소라면 등반자들의 뉴스는 아무리 화제여도 정부 지침상 짧게 언급만 하는 공중파 방송사들이다.
그런 방송사들까지 내 이야기만 계속해서 하고 있다.
이건 역시, 정부에서 나섰다고 생각하는 게 맞으려나?
하긴, 일주일 전의 그 참사를 덮으려면 이럴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곤 해도 나를 이렇게 구국의 영웅마냥 이야기하는 걸 보고 있으니 기분이 얼떨떨하다.
내 찬양이 계속 나오고 있으니 기분이 좋긴 하다.
근데, 내가 한 건 사실상 만남 어플로 도움을 구한 것밖에 없는데 이런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묘하네.
하지만 그게 기분이 나쁘단 뜻은 아니다.
가능하다면 계속 이러한 뉴스를 보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세간에서 내 이야기를 떠들어내는 것과는 별개로 내 일상은 흘러간다.
당당하게 내가 손님 1이라고 선언하고 다닐 게 아니라면 할 일은 해야지.
“슬슬 알바 가야겠네.”
하루가 다르게 유수의 기업들이 파산하는 세상에서 아직 남아있는 일자리다.
어떻게 얻은 괜찮은 알바인데, 그걸 그냥 날려버릴 순 없지.
셔틀 버스가 오기까진 아직 시간이 좀 남았으니, 가기 전에 편의점이나 들릴까?
집을 나서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와중, 자연스럽게 내 시선이 하늘로 향한다.
정말, 내 행동이 저 하늘의 카운트다운을 늘려놨는지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남은 시간: 61일 15시 24분 15초]
“와, 한 달이나 늘어났네.”
내가 탑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남은 시간이 한 달이었는데.
남은 시간이 두 달로 늘어난 걸 보면 초월의 탑을 오르면 남은 시간이 늘어난단 가설이 진짜였나보다.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다시 고개를 내리니.
“진짜 늘어났네... 와...”
“일단 이러면 한시름 놓은 건가?”
주위의 사람들도 다들 나와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다들 직접 두 눈으로 조금은 안전해졌단 증거를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편의점으로 향하는 도중 마주친 사람들은 전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괜히 뭔가 부끄러워져 서둘러 편의점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빠르게 한다.
“여기, 계산이요.”
뭐 하지 말고 최대한 빨리 집으로 돌아가자.
그렇게 생각하며 제로 콜라를 가져와 계산대에 올려 놓는다.
하지만 어째선지 알바생은 폰만 바라보며 내가 올려놓은 물건을 계산하지 않는다.
“사장님이 오늘은 돈 받지 말래요.”
“네? 왜요?”
“이거...”
쓴웃음을 짓는 알바생의 손끝을 따라가 보니, 급조한 듯한 종이 상자를 잘라 만든 안내판이 보인다.
[정말 자랑스러운 하루입니다. 대한민국에 첫 번째 초월급 등반자가 탄생한 기념으로 오늘 하루는 꽁짜입니다! 자랑스러운 하루를 즐깁시다!]
“대충 아무거나 가져가세요.”
“어... 네.”
이게 도대체 뭐람.
얼떨떨한 기분과 함께 편의점을 나선다.
편의점을 나서고 있으니, 어이없다는 듯한 알바생의 중얼거림이 들려온다.
“...바티칸에서 손님 1을 성인으로 추대할지 고민 중? 에이, 이건 가짜 뉴스지. 합성한 거 아냐? 아니. 근데 이거 공중파네?”
뭔가 굉장히 이상한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다.
제대로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상태로 공장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 앉아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니.
“야, 뉴스 봤냐?”
“아. 민수형.”
“와. 근데 진짜 우리나라에서 초월급 등반자가 나오네. 진짜 그거 아니면 답 없다고 다들 그랬잖아.”
“그, 그렇죠. 진짜 신기하네요.”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아직 신이라는 게 우리나라를 버리지 않았나 보다. 진짜.”
민수형이 언제나처럼 내 옆에 털썩 앉아 내게 말을 걸어온다.
민수형, 알바를 하면서 친해진 형이다.
언제나 버스에서 이렇게 민수형과 대화를 나누는 게 일종의 루틴이 되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민수형의 말에 뭐라 반응하기 어렵다.
민수형과 말을 섞다 보면 내가 손님 1이라는 사실을 들킬 것 같아서일까?
“뭐야. 무슨 일 있어?”
“그냥, 좀 생각할 게 있어서요.”
“뭔 생각? 너 또 재수 없는 생각 하냐?”
“아니, 그냥. 나라가 기껏 탄생한 등반자를 잘 지킬 수 있을까 싶어서...”
“또, 또. 재수 없는 소리 하고 있네. 진짜.”
“하하하...”
“너 지난번에 등반 실패할 것 같다고 하더니 귀신같이 실패한 이후론 네 말이 그냥 평범하게 안 들린다. 진짜.”
내가 손님 1이라는 사실을 밝힐 수도 없으니, 적당히 변명을 둘러대니 민수형이 한숨을 내쉰다.
“뭐, 솔직히 나도 믿음이 안 가긴 한데. 이번엔 붙잡겠지. 못 잡으면 그대로 멸망하는 건데. 안 그래?”
“그쵸, 그렇겠죠?”
정부가 워낙 삽질을 많이 하긴 해도, 이런 상황에서까지 이상한 짓을 하진 않을 것이다.
나도 뭐, 정부가 진짜 이상한 짓을 하지 않는 이상 한국을 떠날 마음은 없고.
민수형은 더 이런 이야기를 하기 싫었는지, 손사래를 내저으며 대화 주제를 바꿨다.
“그래. 그래서 너, 데이트 앱은 어떻게 됐냐? 좀 건졌냐?”
“...한 명도 못 건졌어요. 말 걸자마자 차이던데요?”
“진짜? 어우, 나도 마찬가지더라. 쩝, 처음엔 잘 됐는데. 이제 앱을 바꿔야 하나 봐.”
데이트 어플이라.
민수형의 추천을 받고 시작한 건데, 인간하고는 아무도 매칭되지 못했다.
그래도 이 형님이 데이트 어플을 추천한 덕분에 탑을 공략할 수 있었다고 봐야 하나?
그런 생각을 속으로 하고 있으니, 버스가 공장에 도착한다.
“으아. 도착했다. 내리자!”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버스에서 내리고 있으니, 뭔가 바뀐 공장의 분위기가 눈에 들어온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다들 뭔가 우울하고 무기력한 느낌이었는데, 이젠 아니다.
가만히 민수형과 함께 공장을 이동하며 다른 사람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여본다.
“그래서 뭘 사야 하는 건데?”
“무조건 토산이지. 토산. 남들 다 시설 팔고 도망칠 때, 혼자서 다 집어먹으면서 덩치 불렸잖아. 이러면 토산이 떡상하는 건 당연한 거라고. 당장 여기 공장만 해도, 토산에 납품하는 공장이잖아.”
그 누구도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던 사람들이 이젠 주식 이야기까지 한다.
다들 희망찬 모습이다.
여태까지와 바뀐 거라곤 단 하나, 내가 초월급 탑을 올랐단 사실 뿐인데 말이다.
물론, 해야 할 업무는 여전히 바뀐 게 없다.
“하나, 둘...!”
“으아!”
안간힘을 써가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힘을 합쳐 거대한 열매의 껍질을 벗겨낸다.
거의 사람의 절반 만한 크기여서 단순히 껍질을 벗기는 것뿐인데도 온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거. 진짜 기계로 못 잘라요?”
“탑에서 나온 열매여서, 기계로는 가공 못 한데잖아. 사람이 직접 가공하는 거 아니면 불가능하데.”
“아이고...”
매번 아르바이트할 때마다 하는 대화를 다시금 반복하고 있으니, 온몸이 땀에 흠뻑 젖는다.
진짜, 진짜 사람이 할 짓이 못 되는 일이란 말이지 이거.
그렇게 한참 고생하니 오늘의 아르바이트도 거의 다 끝나간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기진맥진한 몸을 이끌고 다 같이 퇴근을 준비하던 그때, 갑자기 스마트폰에 알림이 울린다.
나뿐만이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모두의 스마트폰에 말이다.
“뭐야?”
뭐지?
재난 안전 문자라도 날아왔나?
의아해하며 스마트폰을 확인해 보니, 낯선 메시지가 와 있었다.
[대국민 감사문]
-이 미증유의 재난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함께 맞서 싸워주시는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꼭 전해드리고 싶은 내용이 있으니 지금 반드시 대국민 담화문을 확인해주시길 바랍니다.
대국민 감사문?
재난안전문자는 익숙한데, 대국민 감사문은 또 뭐야?
처음 보는 메시지에 일단 문자에서 말하는 데로 대국민 담화문을 확인하려 유튜브를 켰다.
그러자.
“...함께 재난에 맞서 싸워주시는 국민 여러분께 감사를 드리며. 그 무엇보다, 초월급 탑을 등반하신, 손님 1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는 바입니다. 그리고 또한 이 자리에서 저희 정부는 앞으로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손님 1의 등반을 전력으로 도울 것을 맹세하는 바입니다!”
뭔가 내 눈을 의심케 하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4.
이게 뭐야.
대통령이 직접 나한테 고개를 숙인다고?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하고 있는 사이, 대국민, 아니 대손님 담화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대한민국 정부는 명확히 선언합니다. 손님 1은 국가적 영웅이자, 우리 모두의 자랑입니다. 손님 1께서 등반을 완수하실 수 있도록, 저희 정부는 모든 자원과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며, 그 어떤 어려움도 함께 헤쳐 나갈 것을 굳게 맹세합니다.”
마치 임기가 시작될 때, 국가에 대해 맹세하는 것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엔 그 대상이 국가가 아닌 손님 1, 나 개인에 대한 것이라는 게 다를 뿐이다.
“손님 1께서 이 방송을 보고 계시다면, 여기, 제 개인 전화번호를 공개합니다. 연락만 주십시오! 저희 정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손님 1께서 필요하신 모든 것을 제공하겠습니다. 헬리콥터? 전투기? 위성? 무엇이든 말씀만 하십시오! 손님 1의 뜻이 곧 대한민국의 뜻입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상황에 멍하니 방송을 지켜보는 사이, 어느덧 담화가 마무리되어간다.
“함께 응원합시다! 함께 역사를 씁시다! 대한민국엔 아직 희망이, 손님 1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끝까지 현실감이 들지 않는 담화가 끝나고, 나는 조용히 방금 내가 본 것이 진짜인지 확인한다.
“...그러니까 지금. 뭐든지 도와줄 테니까, 정부에게 접촉해달라는 건가?”
“그렇지. 정부 하는 게 마음에 들진 않지만, 이건 그래도 좀 잘했네.”
“야. 아무리 그래도 정부가 한 사람한테 이렇게까지 고개를 숙이는 게 말이 돼?”
“안 숙이면 어쩌려고? 또 다른 나라에 뺏기려고? 이번에도 뺏기면 그날로 나라 멸망이야, 멸망!”
“아니. 부산에서 뻘짓만 안 했어도 이러진 않아도 되지 않나, 싶어서 말이지.”
“그게 왜 정부 탓이야? 다른 나라에서 개입했단 증거가 수두룩한데.”
“그걸 막는 게 정부가 할 일 아니냐, 이거지. 내 말은.”
“아이고. 이 사람 봐라...”
내가 중얼거린 한 마디.
그것이 신호로 내 옆에서 함께 담화를 시청하고 있던 사람들이 각자의 의견을 나누며 다투기 시작한다.
본의는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싸움의 시초를 제공한 셈이 되어버렸네.
쓴웃음을 지으며 침을 튀겨가며 말싸움하는 사람들 옆에서 조금 물러나 다시금 방금의 담화문을 고찰한다.
부산에서의 대참사 때문에 정부도 엄청 급한가 보네.
정부가 잘나가는 등반자들의 편의를 봐준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이렇게 대놓고 알릴 줄이야.
그것도 내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지 고작 몇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으음, 정부의 저 제안을 받아도 될까?
일단 이렇게 대국민 방송을 하면서까지 날 찾으려는 걸 보면, 날 붙잡으려는 의지는 정말 확고해 보이는데.
하지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그건 정부가 정말 믿을만한지이다.
당장 일주일 전의 부산 대참사를 생각해보면, 과연 정부가 내부 단속을 똑바로 할 수 있을까?
확실한 건 정부가 그리 믿음직스럽진 않단 것이다.
정부가 저런 소리를 했던 게 한두 번이었어야지.
당장 내 부모님만 해도, 정부의 말을 믿고 소멸한 탑에서 흘러나온 몬스터를 막기 위해 나섰었다.
그래서 그 끝이 어땠던가?
말로는 뭐든지 도와주겠다고 해놓고.
상황이 안 좋게 틀어지자마자 용감히 나선 등반자들을 포기하고.
남겨진 이들에 대해서 아무 신경도 쓰지 않았지.
“......”
옛날 일을 생각하니, 조금 기분이 울적해진다.
“자, 자. 다들 퇴근합시다! 어우. 오늘같이 좋은 날에 그런 이야기 하면서 싸우고 싶나. 한 잔이나 하러 갑시다! 승현아. 너도 올 거지?”
“전 오늘은 일찍 들어가 보려고요.”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내일 보자!”
평소라면 민수형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술자리에서도 계속 손님 1 이야기가 나올 텐데.
계속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간 도저히 표정 관리를 못할 것 같다.
“아이고야.”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털썩 침대에 몸을 맡긴다.
이대로 씻지도 않고 쓰러져 잠들고 싶을 정도로 피곤하다,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이 전부 꿈처럼 느껴진다.
내가 겪은 게 꿈이 아니었단 증거를 찾기 위해, 나는 조용히 스마트폰을 켰다.
“응?”
그러자, 파트너 서비스에서 알람이 하나 와 있는 게 보인다.
[짐승]
-안녕~ 잘 들어갔어? 지금 한창 시끄러울 거 같은데, 바빠?
짐승, 그러니까 여우의 메시지다.
맨 처음 나에게 보냈던 메시지와 비교하면, 굉장히 살갑게 변한 문장이다.
처음에 여우가 내게 보낸 메시지를 모두 합쳐도 지금 이 한 문장보다 짧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여우의 메시지를 보고 있으니, 다시금 메시지가 날아온다.
[짐승]
-(눈치 보는 듯한 캐릭터 이모티콘)
계속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던 걸까?
내가 메시지를 확인했단 게 보이자마자 문자를 보낸 수준이다.
“...큭큭.”
내게 먼저 문자를 보내고 눈치를 보는 여우의 모습.
그 모습이 한창 만남 어플로 이리저리 찔러보고 다닐 때의 내 모습 같아 웃음이 나온다.
좀 귀엽게 느껴지네.
그러고 보니 이렇게 만남 앱에서 먼저 선톡을 받는 건 처음이네?
먼저 연락받는다는 건 이런 기분이었구나?
썩 나쁘지 않은, 자연스럽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기분을 느끼며 나는 여우에게 보낼 답장을 작성한다.
선톡 보냈는데 너무 오래 답장이 없으면 얼마나 불안한 지 참 잘 아니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진 말아야지.
[손님 1]
-걍 누워있었어.
[짐승]
-진짜? 엄청 시끄러울 텐데. 주위에서 다 네 이야기만 하고 있지 않아? 나도 처음 초월의 탑 올라가니까, 진짜 한 달 내내 시달렸거든. 좀 괜찮아?
[손님 1]
-좀 시끄럽긴 한데. 그럭저럭? 다른 사람들이 내가 손님 1인지는 몰라서, 인터넷만 난리 난 정도.
[짐승]
-ㅋㅋ. 이제 익숙해질 거야. 초월의 탑을 오르면 모두가 네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할 수밖에 없거든. 그래도 넌 다행인 거야. 내가 등반하던 세상엔 인터넷 같은 것도 없어서, 다 얼굴 보고 호들갑을 떨었다니까?
인터넷이 없었다니, 옷만 봐선 집에 박혀서 나오질 않는 집돌이면서 말이야.
인터넷이 없으면 그대로 죽을 것 같은 스타일이면서 인터넷이 없는 세계 사람이라고?
검을 쓰는 것도 그렇고 약간 삼국시대 쪽 느낌이 나는 세상 출신인 걸까?
[손님 1]
-인터넷이 없었다고?
[짐승]
-응. 내가 초월자 되고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게 인터넷이었다니까? 등반할 땐 루비 써서 몇 분밖에 못 쓰던 걸, 이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온통 내 이야기로 도배된 세상에 영 현실감이 없어졌던 게, 여우와 이야기하며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이다.
탑 1층을 등반한 건 등반한 거고, 이제 앞으로 어쩔지를 생각해야겠지.
[손님 1]
-저기, 혹시 좀 조언해줄 수 있어?
[짐승]
-조언? 뭐를?
[손님 1]
-별일은 아니고. 그냥, 정부가 도와준다고 해서 고민 좀 하고 있었어.
[짐승]
-정부? 너희 세계는 믿을만해?
[손님 1]
-음. 글쎄. 그닥? 그래도 도와준다는데, 거절할 필요까진 없나 싶어서.
뭐, 정부가 미덥지 않은 것과는 별개로 받을 수 있는 도움이 있으면 뭐든 받아야지.
그런 생각으로 여우의 질문에 그렇게 대답했지만, 여우의 조언이 굉장히 의외다.
[짐승]
-글쎄. 원래 제일 조심해야 하는 게 무능한 아군인 거, 알지? 믿지 못할 애들한테 손을 내미는 것만큼 위험한 게 없어.
[손님 1]
-역시 그런가?
[짐승]
-어차피 걔네가 나보다 더 좋은 도움을 줄 수 있을 리도 없잖아? 아까워할 필요 없어.
[손님 1]
-그건, 음. 부정할 수가 없네.
[짐승]
-착각하지 마. 네가 정부에게 도움을 받는 게 아니라, 정부가 네가 도와주는 대가를 내는 거야. 정부가 널 돕는 건 당연한 거라고. 네가 급해질 필요는 하나도 없어. 지금은 일단 상황을 보면서 누구를 믿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구분할 때야.
여우의 말을 듣고 나니 앞으로 내가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 조금은 명확해진 느낌이다.
[손님 1]
-조언 고마워.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덕분에 명확해진 거 같아.
도움을 받는 게 아니라, 정부에게서 대가를 받아낸다.
물질적인 보상이든, 아니면 다른 형식의 보상이든.
어쩌면, 내가 탑을 공략하는 보상으로 정부에게 내 부모님이 겪은 일을 사과하게끔 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건, 상상하는 것만으로 짜릿한 기분이었다.
[짐승]
-ㅎㅎ 별거 아냐. 아, 맞다. 보상으로 받은 루비, 이미 썼어?
[손님 1]
-루비? 아니, 아직 뭔가 둘러볼 시간이 없어서 아껴놨지. 인터넷에선 장비부터 사라고 하던데.
언젠가 봤던 초보 등반자들을 위한 팁에선 처음엔 스탯을 올리는 것보단 장비를 맞추는 걸 추천했었다.
초반에 조금 올린 스탯보단, 제대로 된 장비가 가져다주는 이점이 더 크다면서 말이다.
그걸 생각하며 여우에게 답하니, 여우는 다급하게 내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짐승]
-장비? 음. 장비부터 맞추는 게 맞는데. 지금 너한텐 별로 도움이 안 될걸? 어차피 싸우는 건 내가 대신 할 테니까. 전투용 장비보단, 좀 다른 걸 추천하고 싶어.
[손님 1]
-다른 거?
[짐승]
-응. 혹시 지금 파트너 서비스에서 상점 켜볼 수 있어? 탑 상점에선 안 파는 물건이어서, 거기서만 구할 수 있을 거야.
파트너 어플에서 상점을 켜보라고?
여우의 말대로 어플을 조작해 상점을 확인하니, 뭔가 심상치 않은 물건들이 잔뜩 보인다.
[오늘의 특가]
-엘릭서x10 500 루비
-자가 세동 키트 3000 루비
-에너지 방패 1500 루비
“이건...?”
엘릭서, 자가 세동 키트, 에너지 방패.
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다.
엘릭서는 말 그대로 엄청난 효과를 자랑하는 포션.
자가 세동 키트는 심정지 시 다시 심장을 뛰게 만드는 장치.
에너지 쉴드는 상당히 강력한 보호막을 만들어내는 장비.
전부, 탑 상점에서 수천, 수만 루비는 써야 얻을 수 있는 상품들이다.
그런 상품들을 이렇게 헐값에 판매한다고?
하긴, 초월자들에게 이런 장비들은 별로 도움이 안 되려나?
이런 게 필요 없을 정도로 강해졌을 테니 말이다.
[짐승]
-상점 켰어?
[손님 1]
-응. 엘릭서도 있고. 뭐가 엄청 많네?
[짐승]
-엘릭서? 그런 소모품은 사지 마. 내가 이따가 선물해줄 테니까. 그것보단 몽환의 가면이라고 있거든? 그거 한 번 검색해 봐.
몽환의 가면?
여우의 말대로 상점에 몽환의 가면을 검색하니, 상품 하나가 나타났다.
[몽환의 가면]
-5000 루비
착용자의 모습을 깨어있는 자들에게서 숨긴다.
5000루비?
내가 가진 루비를 전부 털어 넣어야 하나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이다.
상당히 비싼 가격에 내가 놀라는 사이, 여우가 내게 이 가면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짐승]
-무조건! 무조건 자기 모습을 숨기는 방법이 있어야 해. 안 그러면 진짜 탑을 오르기 힘들 거야.
[손님 1]
-그 정도야?
[짐승]
-응. 초월의 탑을 등반하면 세상의 이목이 쏠리는 것도 있는데, 널 사냥하려는 녀석들도 잔뜩 생기거든.
[손님 1]
-사냥?
[짐승]
-초월의 탑을 오를 용기는 없으면서, 자기는 초월하고 싶은 버러지들. 그런 녀석들을 피할 방법은 꼭 있어야 해. 그것들은 아직 네가 완전히 초월 못한, 지금 너를 노릴 거야.
“......”
초월의 탑을 오르는 사람을 노리는 이들이 있다는 다소 믿기 힘든 이야기.
하지만 이 이야기를 알려주는 사람이 초월자라면, 이야기의 무게가 달라진다.
자신이 경험했던 일을 내게 알려주는 것일 테니 말이다.
[짐승]
-그러니까, 루비 아깝다는 생각은 하지 말고. 어차피 다음 층에서 루비는 잔뜩 벌 수 있으니까. 중요한 건 네 안전이야.
그래, 경험자가 이렇게까지 추천하는데 경험자의 말을 듣는 게 맞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여우의 추천대로 몽환의 가면을 구매했다.
[외형을 골라 주세요]
-A. 무작위
-B. 나비형
-C. 고양이형
.
.
.
뭐야, 외형도 정해야 해?
대충 아무 거나 선택하려다, 혹시 외형에 따라 가면의 능력이 바뀌지 않을까 싶어 여우에게 질문해본다.
[손님 1]
-혹시, 이거 외형 따라서 능력 같은 게 바뀌진 않지?
[짐승]
-ㅋㅋ 그런 물건 아니니까 아무거나 골라.
뭐, 어차피 모습을 가리는 물건인데 외형이 크게 중요하나?
별생각 없이 나는 대충 무작위를 선택했고, 그러자 여우 가면이 하나 내 앞에 나타났다.
“오...”
오, 뭔가 느낌 있는데?
슬쩍 가면을 얼굴에 대 보지만, 무언가 변화하는 게 느껴지진 않는다.
으음,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있어야 효과를 확인할 수 있겠네.
사진으로 찍으면 잘 가려지는지 보이려나?
그렇게 생각한 난 얼굴에 가면을 쓰고 카메라로 내 모습을 촬영했다.
“음...”
사진으로 봐선 효과가 발동되는지 모르겠네.
그냥 평범하게 여우 가면을 쓴 남자만 사진에 보일 뿐이다.
[손님 1]
-샀는데, 이거 잘 작동하는 거 맞아? 뭐 효과가 발동되는지 모르겠는데. (사진)
제대로 효과가 발동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여우에게 방금 찍은 사진을 보내며 질문해본다.
“...?”
그런데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바로 답장하던 여우가 이번엔 어째선 지 한참 답장이 오질 않는다.
그러한 여우의 모습에 의아해하니, 다시금 여우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짐승]
-ㅋㅋ 귀엽네. 뭐 별다른 거 안 해도 그냥 쓰기만 하면 효과가 잘 작동하니까, 걱정하지 마.
[손님 1]
-그래? 그럼 다행이네.
일단 지금 당장 이 가면을 쓸 곳이 떠오르진 않지만, 만약을 위한 보험이라고 생각하자.
[손님 1]
-진짜. 오늘 도와줘서 너무 고마워.
[짐승]
-별거 아냐. 이 정도는 뭐. ㅎ
[손님 1]
-그래도 받기만 해서, 너무 고마워서.
탑을 공략하는 걸 도와준 걸 넘어서, 내게 도움이 되는 조언까지.
말 그대로 할 수 있는 걸 전부 다 도와준 여우에 감사를 표하자, 여우가 조심스럽게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
[짐승]
-그래? 그러면... 딱 하나만 도와줄 수 있어?
[손님 1]
-도와달라고? 뭘?
뭘 도와달라는 거지?
이상한 것만 아니면 웬만한 건 다 도와줄 생각인데,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지?
그렇게 생각하며 여우의 답장을 기다리니.
[짐승]
-그, 만남의 광장에 글 하나만 써줘.
[손님 1]
-만남의 광장?
[짐승]
-살짝 나랑 만났다고 인증해주기만 하면 돼.
이상한데, 뭔가 좀 더 이상한 부탁이 돌아왔다.
그러니까 지금 만남 앱에 글을 써달라는 거야?
[손님 1]
-써줄 수는 있는데. 왜...?
[짐승]
-그게. 살짝 좀, 자랑했더니. 다들 화난 거 같아서...
[손님 1]
-???
도대체 무슨 소리지?
이해할 수 없는 여우의 부탁을 이해하기 위해, 파트너 서비스에 접속해 만남의 광장을 확인해 본다.
그러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내 가 제 일 먼 저 댓 글 달 았 는 데 왜 너 만]
[일단 짐승년부터 차단하고 생각하자 ㅇㅇㅇㅇ]
[아니 누가 봐도 주작인게 당연하잖아 다들 왤케 화남]
[소환 신청은 누구나 할 수 있었는데 왜 안 하고 댓글로 간만 보다가 늦어놓고 화내는 거임?(진짜모름)]
[지금들어왔는데그러니까짐승저새끼가지금인간이랑찐하게데이트즐기고와서여기다가자랑글을썼다는거지????]
[AB-7 구역에서 같이 싸우실 분 구합니다.]
“...?”
뭔가, 심상치 않은 수준으로 분위기가 흉흉해진 게시판의 모습이었다.
뭐야,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야?
흠.
알바를3화에몰아넣고 4화~5화를전부여우에몰빵해서빠르게진도빼기
나쁘지않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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