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는 이것으로 끝이다.

PC에서 들어오는 지식도 다 채워 넣었다.

여기서 업데이트가 끊겼으니 이후의 세계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지하 세계는 이대로 쇠퇴하고 끝날 것이다.

지상에 나온 피스 인간들도 문명을 포기하고 서서히 쇠퇴해 가지만, 어떻게든 지금도 살아남고 있다.

나도 그 조각의 후손이다. 단순한 자위기구와 바이브레이터에 푹 빠져서 정령이라고 우러러보며 숭배하던 바보 같은 후손. 그게 나다.

뭐 이런 일이 다 있나. 웃음이 터진다.

아아.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PC 밑의 서랍을 연다. 안의 젤리가 풍화작용으로 사라진다.

생각대로다. 거기에는 장수화 촉진제가 여러 개 남아 있다. 한 개당 약 80년. 운동만 게을리 하지 않으면 계속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게다가 작은 목걸이 하나가 있다.

그것이 음성 컨트롤러다. 이것만 있으면 어떤 변종이라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고 한다.

웃음이 터진다. 멈추지 않는다. 배가 아프다.

모두 다 바보뿐이다.

이렇게 좁은 방에 틀어박혀서 살아있는지 죽은지도 모르는 듯한 생활을 보내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취미에 만족하며 죽은 오타쿠 구인류도.

이기적인 정의와 자기 도취를 숭고한 이념이라고 착각하고 소중한 재산을 애완동물 따위에 공짜로 주고, 자손에게는 노예근성밖에 남기지 않은 지금의 인간도.

그리고 그런 녀석들에게 치켜올려져 지상 주인이라고 들떠있는 정령들도.

어처구니없다. 이런 쓸데없는 녀석들이다.

내가 너희들의 눈을 뜨게 해 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