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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너머 버베나 감상이긴 한데 음...........

‘파타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1.24 17:00:49
조회 86 추천 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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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내가너무민감해진건지아니면그냥글이실제로더노골적으로된건지

어째 뭔가... 감성적이고 안온하게 솜으로 감싸 놓을수록 그 안에 있는 녹슬고 날카로운 철사 뼈대가 보여요;

감상 쓸 때마다 일반 커뮤에 올리기 좀 그래지네


*


짧은 단편 소설이라 할 말이 그리 많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SF/판타지 측면에서 보면 약간 치사한 글이기도 한데,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면서 죽음과 관련된 기억을 잊지 못하게 되는 "특이체질자"가 되는 것이라든가, 사람이 죽을 때의 충격을 감소시키기 위해 죽음과 관련된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 사이의 무의식적인 구분을 통해 기억을 관리하는 "기억술"이라든가 하는 비현실적인 설정이 글의 주제 및 결말과 부딪히며 거의 녹아내리는 수준이라 표지의 파스텔톤 분홍색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나 싶기도 하다. 기억의 신비스러운 작용과 이를 통제하려는 노력은 어디까지나 주인공과 소녀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 정도의 역할을 하며, 주인공 소년의 성장을 위해 버려지는 로켓 추진용 연료통 생각이 나기도 한다. (마법이 청소년 화자의 성장 과정에서 보조바퀴를 하고 사라지는 동화 같은 판타지 소설이 연상되는 감도 있는데, 그런 소설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좋아하지도 않는다)


내가 로맨스를 좋아하지 않아서 조금 더 거북한 게 있었기도 했겠지만, 그 점에서는 사실 나쁘지 않았다. 소년 소목이 소녀 나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자로서 2차 성징을 경험하지 못한 듯한 요소로 소년의 성장이 멈춰 있다는 설정이 있는데, 그런 외형에 걸맞게 소년의 행동 자체도-제딴에는 불량스럽고 어른스럽게 행동하려 한다만-상당히 어리숙하게 귀여운 느낌이라 이쪽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초반부터 예상됐듯 소년이 소녀의 마음을 알아차릴 쯤 오히려 주인공을 저 퇴폐적인 소녀한테 빼앗긴 기분이 들기도 했는데 진지하게 할 이야기는 아니다) 게다가 안온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인지, 나울이 죽은 시체에게 보이는 기이한 열망이 스리슬쩍 소년에 대한 마음으로 정리되며 융단 아래 깔리는 것도 흥미롭다. 나울이 처음에 시체를 보고 싶어하는 이유로 말했던 '기억술 에세이 쓸 소재' 대신 제시된 '친지의 죽음을 경험하기 전에 미리 경험해보고 싶어서'에 소목이 납득할 이유가 있었을까? 둘 다 굳이 윤리적으로 따지면, 조금 거부감 드는 사유일 텐데.


글의 구조 측면에서 봤을 때 <담장>은 <호밀밭의 파수꾼>과 로맨스 소설 사이를 왕복하는데, 자의든 타의든 잃어버린 기억에 대해서 초연한 태도를 보이고 특이체질자 같은 체제 바깥의 더러운 손을 이중적으로 대하는 기성 세대의 위선성에 거부감을 드러내며 방랑하다가도, 소목은 현실에서든 기억에서든 늘 나울의 치마폭 속으로 돌아온다. 그가 지켜야 하는 순수성이란 그 스스로의 어린 시절과 나울의 어린 시절, 나울이 어머니의 죽음을 목도하기 전의 시절이자 나울이 여자가 되어 돌아오기 전의 순수함이며, 아이에서 남자가 되는 과정과 위선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하나가 되어 서로 구분되지 않는다. 이 점은 상술했듯 나울이 소목이 목도한 시체를 보고 싶어한 이유로 솔직하게 밝히는 것과도 얽혀 있을 텐데, 에세이 따위를 쓰기 위해 사람의 죽음을 이용하는 건 악하지만, 스스로가 미래에 입을 상처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죽음을 이용하는 것은, 삶을 버티기 위한 약간은 위선적이지만 허용할 만한 수준의 행동이라고 이해한다고나 할까. (사실 그리 정상적인 변증법 같지는 않다만......)


별개로 좀 더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들었던 글인데,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하거나 직접 목도할 때의 '충격'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어릴 때부터 죽음에 대해 그리 감흥이 들지 않는 편이었는데, 상당히 사이가 좋았던 사람이 주변에서 연달아 죽었을 때도, 나중에 추억을 되살릴 때도 그게 크게 슬프지는 않았다. 책에서 묘사되듯 죽음의 충격과 슬픔을 무의식적으로 줄이기 위해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의 해상도를 최대한 떨어뜨리고 이랬었지, 저랬었지 하고 뭉개게 되는 현상을 경험해본 적은 없다. 오히려 지금도 생전의 기억을 떠올릴 때면 약간 부럽기까지 하다. 어쨌든 살아 있는 게 죽은 것보다 그리 좋은 것 같지는 않다. 이미 내가 그 특이체질자가 된 걸지도 모르겠지만, 농담으로 할 이야기는 아니니 이 정도에서 정리하는 게 좋겠다. (하지만 멀리 살고 있을 때보다 오히려 그 이후에 훨씬 친근한 기억으로 애수 없이 되살아나는 건 정말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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