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담장 너머 버베나 감상이긴 한데 음...........

‘파타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1.24 17:00:49
조회 72 추천 0 댓글 4
														


24b0d121e09c28a8699fe8b115ef046a7b6defcf33

아니내가너무민감해진건지아니면그냥글이실제로더노골적으로된건지

어째 뭔가... 감성적이고 안온하게 솜으로 감싸 놓을수록 그 안에 있는 녹슬고 날카로운 철사 뼈대가 보여요;

감상 쓸 때마다 일반 커뮤에 올리기 좀 그래지네


*


짧은 단편 소설이라 할 말이 그리 많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SF/판타지 측면에서 보면 약간 치사한 글이기도 한데,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면서 죽음과 관련된 기억을 잊지 못하게 되는 "특이체질자"가 되는 것이라든가, 사람이 죽을 때의 충격을 감소시키기 위해 죽음과 관련된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 사이의 무의식적인 구분을 통해 기억을 관리하는 "기억술"이라든가 하는 비현실적인 설정이 글의 주제 및 결말과 부딪히며 거의 녹아내리는 수준이라 표지의 파스텔톤 분홍색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나 싶기도 하다. 기억의 신비스러운 작용과 이를 통제하려는 노력은 어디까지나 주인공과 소녀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 정도의 역할을 하며, 주인공 소년의 성장을 위해 버려지는 로켓 추진용 연료통 생각이 나기도 한다. (마법이 청소년 화자의 성장 과정에서 보조바퀴를 하고 사라지는 동화 같은 판타지 소설이 연상되는 감도 있는데, 그런 소설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좋아하지도 않는다)


내가 로맨스를 좋아하지 않아서 조금 더 거북한 게 있었기도 했겠지만, 그 점에서는 사실 나쁘지 않았다. 소년 소목이 소녀 나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자로서 2차 성징을 경험하지 못한 듯한 요소로 소년의 성장이 멈춰 있다는 설정이 있는데, 그런 외형에 걸맞게 소년의 행동 자체도-제딴에는 불량스럽고 어른스럽게 행동하려 한다만-상당히 어리숙하게 귀여운 느낌이라 이쪽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초반부터 예상됐듯 소년이 소녀의 마음을 알아차릴 쯤 오히려 주인공을 저 퇴폐적인 소녀한테 빼앗긴 기분이 들기도 했는데 진지하게 할 이야기는 아니다) 게다가 안온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인지, 나울이 죽은 시체에게 보이는 기이한 열망이 스리슬쩍 소년에 대한 마음으로 정리되며 융단 아래 깔리는 것도 흥미롭다. 나울이 처음에 시체를 보고 싶어하는 이유로 말했던 '기억술 에세이 쓸 소재' 대신 제시된 '친지의 죽음을 경험하기 전에 미리 경험해보고 싶어서'에 소목이 납득할 이유가 있었을까? 둘 다 굳이 윤리적으로 따지면, 조금 거부감 드는 사유일 텐데.


글의 구조 측면에서 봤을 때 <담장>은 <호밀밭의 파수꾼>과 로맨스 소설 사이를 왕복하는데, 자의든 타의든 잃어버린 기억에 대해서 초연한 태도를 보이고 특이체질자 같은 체제 바깥의 더러운 손을 이중적으로 대하는 기성 세대의 위선성에 거부감을 드러내며 방랑하다가도, 소목은 현실에서든 기억에서든 늘 나울의 치마폭 속으로 돌아온다. 그가 지켜야 하는 순수성이란 그 스스로의 어린 시절과 나울의 어린 시절, 나울이 어머니의 죽음을 목도하기 전의 시절이자 나울이 여자가 되어 돌아오기 전의 순수함이며, 아이에서 남자가 되는 과정과 위선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하나가 되어 서로 구분되지 않는다. 이 점은 상술했듯 나울이 소목이 목도한 시체를 보고 싶어한 이유로 솔직하게 밝히는 것과도 얽혀 있을 텐데, 에세이 따위를 쓰기 위해 사람의 죽음을 이용하는 건 악하지만, 스스로가 미래에 입을 상처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죽음을 이용하는 것은, 삶을 버티기 위한 약간은 위선적이지만 허용할 만한 수준의 행동이라고 이해한다고나 할까. (사실 그리 정상적인 변증법 같지는 않다만......)


별개로 좀 더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들었던 글인데,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하거나 직접 목도할 때의 '충격'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어릴 때부터 죽음에 대해 그리 감흥이 들지 않는 편이었는데, 상당히 사이가 좋았던 사람이 주변에서 연달아 죽었을 때도, 나중에 추억을 되살릴 때도 그게 크게 슬프지는 않았다. 책에서 묘사되듯 죽음의 충격과 슬픔을 무의식적으로 줄이기 위해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의 해상도를 최대한 떨어뜨리고 이랬었지, 저랬었지 하고 뭉개게 되는 현상을 경험해본 적은 없다. 오히려 지금도 생전의 기억을 떠올릴 때면 약간 부럽기까지 하다. 어쨌든 살아 있는 게 죽은 것보다 그리 좋은 것 같지는 않다. 이미 내가 그 특이체질자가 된 걸지도 모르겠지만, 농담으로 할 이야기는 아니니 이 정도에서 정리하는 게 좋겠다. (하지만 멀리 살고 있을 때보다 오히려 그 이후에 훨씬 친근한 기억으로 애수 없이 되살아나는 건 정말 왜일까?)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인터넷 트랜드를 가장 빠르게 알고 있을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11/25 - -
6834024 토스트토스트 Atomo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25 0
6834023 이거 ㅈㅉㅇㅇ? [4] 강강수할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45 0
6834021 스케쳐스의 유일한 단점 [2] 인포그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26 0
6834020 음악 장르라는게 생각보다 세분화가 엄청돼있네 [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34 0
6834019 의욕소멸했네 [21] 어사일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64 0
6834018 고딩엄빠 7남매 키우는 돼지새끼 ㄹㅇ 존나 놀랍노 [6] 엘레베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97 0
6834017 부끄부끄 표정 야하네 [1] ㄴㅅㅇ(58.122) 11.24 29 0
6834016 여자에 관심있는데 못사귄사람은 자기외모 비하를 하게 되는 느낌 [4] 푸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73 0
6834015 와 근데 실브아 결혼하고 애낳은지 벌써 8개월지났어? [2] see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46 0
6834013 당분간 콜라랑 디름진거 끊고 속에 편한거만 좀 먹어야하나 썬컷0.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22 0
6834012 참기름에 마요네즈 양념장 아무데나 비벼도 좋네 [2] 적근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24 0
6834011 번탈탈출한 브아가 부럽다 김해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21 0
6834010 아니 개추 누르지 말고 빨리 캡쳐해서 이르라고 [3] ㅇㅇ(121.145) 11.24 53 1
6834008 아니 디시 true뜨는거 아예 vpn 써야 해결되네 [3] 자와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29 0
6834007 와이어로 싸우는 미소녀 별명은 "도황"인게 제일 멋진ㄷ [2] 시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41 0
6834006 내지는 스타링크 안테나 코스트코에서 살수도있는데 김해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18 0
6834004 dol 먼가 보지빼고 다 s급찍으니까 생존권챙기긴했는데 see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35 0
6834001 실브아 글보니 친구 아들 돌잔치 간거 생각나네 [5] ㅇㅇ,(58.29) 11.24 72 0
6834000 왜 280달러가 40만원 하는거지 [1] 桜坂・亜衣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46 0
6833998 성녀천박 제발 다음화를 줘 [12] 비류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54 0
6833997 트루먼민트시즈닝육아팸의조언이란거정확하구나 [6] 실브아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83 0
6833995 기분 좋은 일 할래? [3] see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34 0
6833994 케이티 씨발 데이터 존나느리네 [2] 강선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44 0
6833992 절대 bl이되는세계관만화 반대버전은없나 도도가마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20 0
6833991 흠 오늘은 mmd에 꽂힌 성도착증환자인 번좆님 욕이나 할까요 ㅇㅇ(121.145) 11.24 58 2
6833990 전재산을 그냥 비트코인 인컴에 몰빵하고 쌀먹할까 TS망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31 0
6833989 근데 그 선수 xxx 킬러는 리버풀이 솔직히 가장 어이없음... [4] 콥등이0.1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45 0
6833986 나이키 이세끼득 신발 개병신으로 만드네 [10] 강선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84 0
6833985 근데 옛날에 카뱅 주식 이슈 있었는데 이때 폭유밀프모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35 0
6833984 애니BD랑 가수들 음반은 ㄹㅇ 왜사는지 모르겠음... [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51 0
6833983 아니 오즈의마법사가 금본위제에 대한 이야기라니 [2] 호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62 0
6833982 공익 구청 애들 정병인지 사회성 말아먹은건지 좀 병신들 많던데 [3] 갈릭소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80 0
6833981 이거 나임.. ㅇㅇ(218.144) 11.24 19 0
6833980 type90 만화 애니화된거 있나 [9]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48 0
6833979 근데.공익월급증가했는데.국가에서 유지를시킬까 [6] 밤나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63 0
6833978 은발적안 왤케 꼴리지 [2] 미드と애니の노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36 1
6833977 왜 보이지 [2] 판갤러(211.234) 11.24 22 0
6833975 내 취향의 야한게 보고픈데 없어서 갈증나는 이 기분은 뭘까 ㅇㅇ,(58.29) 11.24 23 0
6833974 여자라는거 남자한테 자극이 너무 세긴함 [11] 푸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120 0
6833971 와이어로 싸우는 미소녀 별명이 "지그 재그"면 어떻함 [6] 민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68 0
6833970 편돌이 인수인계 받았던게 기억이 하나가 안나네 뭐지 [8] 화참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57 0
6833969 나도 공익 가고 싶었는데 Lumpenproletaria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19 0
6833967 옵치하는데 ㄹㅇ 여왕벌 모시는 이유 알겠네... [2] ㅇㅇ,(114.205) 11.24 66 0
6833966 뉴스 보니까 바로 맨시티 킬러 xxx 나오네... [5] 유로지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40 0
6833965 트위따 이거 캐디가 좀 맘에 들더라 [1]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39 0
6833964 와이어로싸우는 캐릭 뭔가 의아하네 [9] alembi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54 0
6833963 니라고썰 약간 어마금 생각나네 [2] 은하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32 0
6833962 이건아니잔아진짜 [1] 강강수할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23 0
6833959 옆에서 떠드는데 바로잡아주고 싶구나 [2] alembi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38 0
6833958 너희들도 빨리 이거 봐라 ㄱㄱㄱㄱ [4] 김해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4 50 0
뉴스 임영웅, 트로트 가수 브랜드평판 2024년 11월 빅데이터 1위 차지 디시트렌드 11.24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