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피니아 전기는 내 기준으로도 틀딱 작품이니(국내에 첨 들어올 때 이미 일본에선 완결난, 진짜 고전 소설임)

판갤러들 입장에선 무슨 고대의 유물 같은 작품일텐데 아무튼

그런 작품이니 걍 스포도 막 하자면

이 소설은 이계에서 온 주인공(여, 본인은 본래 남자인데 TS가 되었다고 주장)이

반란으로 쫓겨난 왕인 남주를 도와 왕권을 되찾고

남주의 국가인 델피니아를 최강의 국가로 만드는 과정을 다룬 소설임.

제목은 전기고 줄거리만 보면 뭔가 대하역사극 같은 게 펼쳐질 거 같지만

쥔공이 워낙 먼치킨이라 이 소설은 걍 주인공과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보는 재미로 보는 그런 소설임.

아무튼 결말에

주인공은 델피니아의 운명이 걸린 최후의 대전에서 남주를 승리하게 해준 뒤에 자기 세계로 돌아감.

근데 이게 뭔가 너무 급하게, 최종전 직전에 귀환이 결정되는 그런 상황이라

남주와 남주의 절친 딱 두 사람에게만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가게 되거든.

주인공은 아마 이게 영원한 이별일 거다, 다신 만나지 못 할 거다 하고 가는 거고

남주는 그래도 언젠가 다시 만날 거라 믿을 거다. 우린 다시 만날 거다.

하면서 이별하는 게 참 찡했는데

암튼 저렇게 끝나니

뭔가 언젠가 다시 만나지 않을까...

만나면 어떻게 될까...

하는 망상을 진짜 엄청 많이 했었음.

그러다 완결나고 거의 20년이 지난 시점에 후일담을 다룬 외전이 나왔고,

그 외전에서 주인공이 귀환해서 멸망의 위기에 처한 남주의 나라를 구해주는데

아무튼 저 소설에서는 구하고나서 바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남주랑 같이 왕도로 귀환해서 다른 등장인물들 싹 다 만나고 작별인사도 전부 다 제대로 하는데

그렇게 하니까 뭔가

오히려 이렇게 한 번 만났고, 그래서 다시 만날 기회가 더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도

아, 이제 정말 끝이구나.

여기서 결말이구나.

하는 생각이 확 들더라고.

그러니까 뭐랄까...

분명 기분은 더 좋긴 한데

엔딩의 여운 + 얘네가 나중에 다시 만나면 어떻게 될까 하는 끝없는 망상은

후일담을 보기 전이 더 강했다고 해야 하나.

후일담을 보고 나니 뭔가 진짜 끝났구나, 끝나버렸구나 하면서 내 안에서도 델피니아 전기가 진짜 끝나버린 좀 그런 느낌이 들었음.

망상도 딱히 더 하지 않게 되었고.

역시 어느 정도 여운을 남기는 게 이래저래 마음에 더 오래 남는구나 싶기도 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