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무스 퀘스트 시리즈는 클래식하다.

원작이 나온지도 10년이 지난 몬무스계의 고전 중의 고전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게임의 스토리는 늘 클래식하다.

싸우지 않는 용사와 마왕, 음흉한 여신, 사랑이 세상을 구한다는 메시지.

흔하게 볼 수 있는 클리셰 덩어리들이기에 뭔가 변주를 줄 법 한데, 몬무스 퀘스트 시리즈는 그 클리셰를 우직하게 사용한다. 

사실 웬만큼 게임이나 소설 즐긴 사람들은 몬무퀘를 시작하자마자 10분 안에 엔딩이 어떻게 날 지 대충 감이 잡힐 정도로.

그래도 몬무스 퀘스트 시리즈는 재밌다.

10년동안 수련한 묵직한 정권의 맛이랄까?

어떤 전개가 나올 지 알고 있지만, 내가 예상한 장면이 그대로 나오기에 그래서 좋다.

몬무스 퀘스트 패러독스를 끝까지 달리면서 다시금 느꼈다.

이 사람들은 클리셰를 정말 잘 쓴다고.

그건 왕도적인 용사의 모험담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이 사람들은 세카이계까지 클래식적으로 잘 쓴다.

최초엔 단순히 전작을 쯔꾸르로 옮겼을 뿐이라고 생각되던 몬파라는 타르타로스와 소꿉친구 소니아(전작에 등장하지 않던, 존재하지 않는 아이)에 얽힌 이야기들이 풀리면서 세카이계의 흐름에 올라탄다.

보통 이런 식으로 드리프트를 틀어버리면, 제대로 결말을 내지 못하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용사가 마왕을 잡으러 가는 정통적인 이야기에서 갑자기 평행세계니 정보침식이니 하는 이상한 이야기가 섞이면 스토리가 산으로 가는 게 당연하지 않는가?

그렇기에 나는 몬파라 종장을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스토리를 기대하지 않았다.

몬파라 중장이 발매된 지 7년이 지났다.

알다시피, 오래 개발이 지연되는 게임은 똥겜일 확률이 높다.

그것도 중장의 마지막에서 확실하게 세카이계 드리프트를 꺾어버린 이상, 이후 전개를 어떻게 할 지 고민되어서 오래 걸리는 거라고 생각하는 게 정론이니까.

근데 아니었다.

진짜로 그냥 용머리엔진같은 병신같은 툴 가지고 개발하고 있어서 늦었던 거였다.

일러레도 탈주하고.

몬파라 종장은 하늘 위로 치솟은 기대감을 완벽하게 정권 지르기로 받아내서 최고의 결말을 가져다주었다.

아주 정석적인 세카이계 스토리로 말이다.

전작을 기가 막히게 존중하면서 말이다.

그것도 오직 게임만이 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완벽하게 다뤄서.

요즘 이런 메타적 연출이 일종의 클리셰가 되어가는 만큼, 이 서클은 기가 막히게 클리셰를 사용했다.

일종의 회귀물의 맛을 잘 살렸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몬파라 종장이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일단 좆같이 오래 걸렸다는 게 최대 단점이고, 야겜인데 '야'쪽에서 퇴보가 많이 있었다는 게 문제다.

솔직히 몬무스수백종을 만들고도 떡신 아이디어가 남아있다면 그게 더 이상하긴 한데, 떡신은 다 어디서 본 맛이긴 하다.

몇개 괜찮은 것도 있긴 하지만, 젤비이시발련이 탈주하고 난 뒤에 그거 수습하느라 undo가 떡신을 가득 채웠는데 그래서 더 짜증난다.

젤비 스탠딩을 보고 싱글벙글 들어가면 undo의 진짜 나 그림그리기 싫다는거 티내는 스탠딩요소하나도 활용안하는 떡신이 튀어나오는데 진짜 좆같더라.

그리고 난이도도 좆같다.

중장까진 그래도 괜찮다 생각했는데 종장 들어가자마자 인플레가 하늘을 뚫어버린다.

아니 억단위를 넘어서 조단위딜을박는데잡몹이원콤안난다니까?

최종보스 체력이 경 단위를 찍을 정도니 할 말 다했지.

그리고 1~2회차의 루트별 퀄리티도 살짝 아쉽긴 하지만 그건 3회차가 다 만회해주니 괜찮고.

솔직히 앨리스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전작에서 다 했으니, 일리아스의 이야기에 더 포커스되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제일 화나는 건 몬무스들을 그냥 팔레트스왑해서 재탕한건데 그거때문에 마물도감 보기도 좆같다.

근데뭐어쩌겠어젤비도탈주했는데몬무스100마리더제작하라는건말이안되긴하지 ㅇㅇ

그래도 몬파라 종장이 이런저런 짜치는 요소가 있긴 해도, 스토리 하나로 모든 게 괜찮았다.

사랑은 세상을 구한다.

원작에서부터 이어진 몬무퀘의 메시지, 그걸 너무나 잘 나타낸 엔딩.

엔딩을 보니, 확실하게 외칠 수 있다.

몬파라의 이야기는 전작을 잇는 완벽한 후속작의 이야기라고.

완벽하고 최종적인 해피엔딩의 이야기.

그것이 몬파라다.

그래서 난 이 이야기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