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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아수라가 (지나치게) 쓴맛을 본 후 각성했다. 왕을 향한 전쟁 종막에 나타난 배덕자는 그들 모두를 불태우면서 가지고 놀았고, 어떤 수단을 활용하여 훨씬 더 절망하도록 만들기 위해 중독도까지 낮추게 해 버렸다. 중독도 때문에 고민하던 이들은 환영하는 눈치였지만-그래도 불꽃에 태워지는 기억은 트라우마가 되어 수일동안 불길만 봐도 도망치게 만들었다.

카이트는 킬 더 킹의 발족과 동시에 그들이 모든 힘을 다해서 레벨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 희미하게 웃었다. 웃을 일이 아니지만 웃어야 했다. 셰이컬은 “중독도도 65%에 불과한데 왜 자꾸 데이터 성격을 덮어씌운 것 같은 표정인거냐?” 하고 반문했지만, 그는 단순히 “그냥, 계획대로잖아.” 하면서 계획된 웃음을 지었을 뿐이다.

카이트 에스페란자 마크툽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흠, 좋은 하늘이군.”

“그래?”

“그래. 오늘은 달이 세 개나 떴잖아. 평소엔 두 개만 뜨는데 말이다. 뱀파이어나 웨어울프 따위는 오늘을 기해서 능력을 얻을 수 있다고 하더군. 100년에 한 번 뜬다던가.”

“그렇군.”

카이트의 무심한 대응에 셰이컬이 볼을 불퉁하게 부풀리며 말했다.

“뭐냐? 저 푸른색 달, 페이건이 좋지 않은 거냐?”

카이트는 고개를 저었다.

“너와 같이 보니까 더 좋은 것 같은데.”

셰이컬의 얼굴이 퐁 소리가 날만큼 급속도로 붉어졌다. 그녀는 일부러 날개를 키워 위에서는 내려다보지 못하도록 만들고서 어험, 하고 헛기침을 했다.

“그렇겠지. 흐음, 같이 보는 달이야 말로 최고의 달구경이라고 하니까 말이야.”

카이트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자리에 주저앉았다. 셰이컬도 그의 손바닥에서 내려와 그의 허리춤까지 올라서 있는 돌덩이 위로 올랐다. 치마를 다듬고 자리에 앉은 그녀는 카이트를 바라보다 흠칫 놀랐다.

“뭐냐? 왜 우는 거야?”

“그냥, 달이 좋아서. 너무 그리워서. 어쩐지 흥취를 돋구잖아.”

카이트는 울면서 웃고 있었다. 셰이컬은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조금 주춤거렸다가, 그냥 피식 웃기로 했다.

“그렇군. 정말 좋은 달이다.”

퀘스트를 끝마친 대가로 22나 되는 레벨이 올랐고, 수백의 아수라에게 절망을 심어줬지만 그 또한 절망을 하나 얻게 되었다.

블랙 로터스.

틀림없이 마왕인 셰이컬과의 인연으로 생겨났다고 생각했던 이 강력한 능력은 사실은 절망의 기사가 가질 능력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것과 동시에.

카이트의 눈은 색감을 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