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꿈으로 인해 채식을 시작하게 된 영혜와 그녀를 바라보는 3가지 다른 시선의 글로 이루어진 연작 소설. 내용 자체야 상당히 유명해진 편이니 각 작품에 대한 이야기만 짧게 쓰고자 합니다.
채식주의자
사회, 규범, 폭력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이를 거부하기 위한 방법으로 먹지 않는다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이미 일상과 모든 세계에 그런 폭력이 너무나도 깊게 녹아들어 있어서 회피할 방법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글. 3개의 글 중에서 가장 평범한 시선을 보여주는 글이기에 가부장적인 아버지, 무관심한 남편, 위하는 척 하지만 체제에 부역하는 어머니 등 알기 쉬운 형태의 폭력이 나타나는 글이라 보기는 쉽지만 너무 단순한 방법의 폭력인만큼 보는데 좀 질리기도 하는듯.
몽고반점
한국 글에서 처제란 말이 나타내는 이미지란 정말 뭘까란 생각을 합니다. 아마 셋 중에 가장 알기 쉽고 익숙한 글이 아닐까 싶은데, 이문열의 '금시조'같은 탐미주의 적인 부분이나 다니자키의 작품 같은 특정 부위에 대한 집착 같은...그런 부분들. 이런 브레이크 없이 달려가는 글들에선 결국 추락을 어떻게 묘사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은데 이 글에선 추락 시 나타나는 묘사는 결국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드러내는 묘사. 그들의 세계에서는 인정받을 수 있어도 결국 외부에 의해 부정되는 다른 방식의 폭력으로만 쓰려고 했던게 아닐까 싶고. 이 글에서의 영혜의 이미지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채식을 넘어선 식물의 이미지로 조금씩 변화하는 데 이런 변화가 이 연작 소설에서의 눈여겨볼만할 점인듯. 상당히 익숙한 소재에 자주 먹던 흐름이라 그런지 나름 재밌게 읽었습니다. 한국 사람에겐 이런게 제일 잘 맞지 않을까요.
나무 불꽃
2번째 글 이후에 정신병동에 갇히게 된 영혜를 누나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연민, 동질감 등을 느끼는 글. 강화된 식물의 이미지가 이상행동, 거식증 등으로 나타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감상에는 나 역시도 이런 길을 밟았을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오는 연민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고른 것은 여기에 가두는 방식의 폭력임을 자각하며 느끼는 죄책감. 이러한 접근을 통해 이해하기 힘들었던 인물인 영혜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나마 확장시키고자 하며 결말에서도 그러한 방향으로 마무리 지어지는 것에서, 소수자나 이해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우리의 일부분을 조금이나마 느끼는 접근이 아닐까 싶은데. 글 자체의 재미는 약간 줄었어도 연작을 마무리하는데에는 괜찮은 글 같다고 생각.
다 읽고 나면 이제 영혜를 중심으로 해서 3개의 글에서 나타나는 접근의 변화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지되는 폭력의 이미지를 좀 정리해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함. 글 자체는 잘 읽을만 하지만 폭력의 방식이 때론 너무 노골적이란 생각도 좀 드는데 이런건 좀 세련될수록 더 잔인하다는 개인적인 생각. 읽을땐 잘 안느꼈는데 다 읽고 정리하는 부분에서 각 글들이 이어지는 부분들이 연작소설이란 장르에 충실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취향적인 부분에선 좀 아닌 부분도 있지만, 이런 방식의 대처도 있을법 하죠...원체 유명했던 글이니 읽은 사람도 꽤나 되겠지만 그냥저냥 읽을만하지 않나. 취향적으론 '소년이 온다'가 좀 더 작가가 쓰는 글이랑 찰떡인 느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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