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지 취향에 맞지 않는 만화였다.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주종 관계로 묶이는 부류의 만화는 이것 말고도 여럿 있었다. 나는 그 만화들을 제법 재밌게 읽었다. 그러니 소재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이삼과 심부인, 이 둘의 캐릭터성이다.

이삼은 답답하다. 사람이 좋은 걸 넘어서 지나치게 멍청하고 우둔하다. 4권 내내 이삼의 포지션은 바뀐 적이 없다. 심부인에게 농락당하다 콩고물 던져주면 받아먹고서 좋아하는 식이다. 심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언제나 수동적이다.

심부인은 기분 나쁘다. 이삼과의 관계에 있어 절대적 우위에 있으며, 실제로 마음에 안 들거든 목숨마저 앗아갈 수 있을 힘이 있다. 스스로도 그 사실을 잘 인지한 채 이삼을 놀려먹는다. 4권 내내 심부인은 이삼에게 주도권을 내준 적이 없다.

이삼과 심부인의 상하관계는 절대적이다. 바뀔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실제로도 바뀌지 않았다. 4권 내내 같은 패턴으로 진행된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지겨움을 유발한다.

내가 보았던 여타 만화들은 주종 관계일지언정 때때로 그 관계가 역전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요인은 대체로 여주인공의 주인공에 대한 호감이었다.

심부인이 이삼을 어느 정도 호의적으로 여김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호의가 절대적이지는 않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심부인은 이삼을 내치려면 얼마든지 내칠 수 있고,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입장도 아니다.

애초에 심부인이란 이름 자체가 남의 부인이라 붙은 호칭 아닌가. 다른 누군가와 결혼한 시점에서 주인공에 대한 호의를 독자 입장에서는 도저히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노릇이다. 결혼한 시점에서 비처녀 아닌가. 4권에서 애를 가졌다는 소문이 퍼졌을 때 다들 그러려니 하는 걸 보면 심기체 모두 비처녀일 가능성이 높다. 비처녀가 주는 호의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저 지랄맞은 성격만이 남을 뿐이다.

아니,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면 심부인 와꾸가 이쁘게 뽑혔으면 다 무시하고 빨아줄 수 있다. 비처녀든 뭐든 간에 캐릭터로부터 매력을 느끼는 게 제일 중요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심부인은 그림체도 그렇고 캐릭터 디자인도 그렇고 마음에 안 든다. 가끔씩 툭하고 러시어로 부끄러워하는 옆자리의 아랴 양의 아랴 양처럼 생겼어봐라. 진짜 어지간한 개지랄은 다 용서할 수 있다. 진심으로.

생긴 것도 좆같고 성격도 좆같고 주인공 대하는 태도도 별로 마음에 안 든다. 일단 캐릭터가 마음에 안 드니 만화 자체도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게 된다. 만화 자체는 코미디 요리 만화로 그럭저럭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도저히 좋게 평가할 생각이 안 든다. 코미디 만화에서 많이 보이는 기승전결 원패턴 반복도, 개그를 위한 주변인들의 저지능화도 괜히 거슬린다.

그나마 요리 묘사는 그럭저럭 하는 것 같은데 이쪽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잘 모르겠다. 다만 지문뿐만 아니라 대사에도 당시 시대상에 맞지 않는 용어들이 종종 나오는 경우가 있어 거슬린다. 번역 문제인지 원문부터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또한 마이너스 요소였다.

하여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만화였다. 음주가무연구소와 동급 혹은 그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