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고

우리가 인간의 존엄이라고 생각했던 그 어떤 것이건

기꺼이 폐기될 수 있는 것이어야 마땅하다는 건... 그건 맞는데...

모르겠다, 결국 전인류의 생존이네, 대한민국의 존속이네 뭐네 하더라도

내가 머릿속에서 정말 '인류 생존의 가치', '국가의 가치' 같은 걸 제대로 상상할 수 있고

그 사람들 한 명 한 명의 행복, 혹은 인류가 보존됨으로서 생겨날 가치 같은 걸

정말로 믿을 수 있을 만큼, 내가 머리가 좋은 사람은 아니란 말야.

결국 인류 생존의 대의가, 아무리 실제로 '대의'일지언정

실제로 내가 그 인류 생존을 추구할 이유는, 기껏해야 나 자신,

혹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지극히 축소되고 왜곡된 몇몇 인류 소집단을 위해서

그 이상도 이하도 될 수 없을 것이잖음....

결국 내가 수동적으로 그 대의에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그건 본질적으로 내가 이기적인 이유로 누군가의 목숨을 끊는 것과

사실상 동등할 텐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는 내가 당연하다고 믿었던 인간이 아닌,

내가 성장해 왔던 도덕이나 관념에서 벗어난 삶의 형태 속에서

태연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가 않음...

지금의 사회조차도 나한테는 한없이 낯설고, 사람들은 내가 사회를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데

우리가 지금 논의하고 있는 그런 세상이라면, 더더욱 심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차라리 내가 '이기적으로 올바른' 행동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 오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게 나한테는 평안이 아닐까...

모르겠다.

왜 이렇게 무거운 이야기를 디씨에서 해야 하는 건지

조금 억울하기까지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