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돌프・ 얼스터가 사신 각하라고 불리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물론 항상 검은 옷을 두르고 냉혹하고 무자비한 범죄자를 베어내는 모습이 마치 사신처럼 무섭다, 라는 것도 있다. 그러나, 실제의 이유는 그 성장과정 때문이었다.
우선은 랜돌프가 여섯 살일 무렵, 부모님을 불의의 사고로 잃었다. 그 수년후에는 병약했던 형이 병상에서 숨을 거두었다. 16세에는 같은 세대에서 나름대로 집안이 가까웠던 공작 영애가 처형되고, 기구한 운명의 끝으로는 결혼 후 1년도 안되는 사이에 아내가 자살. 여기까지 오면 우연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랮돌프・얼스터에게는 친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사신이 붙어 있음에 틀림 없다---. 그런 소문이 소문을 불러, 그는 사신 각하라는 고맙지도 않은 이명을 받게 된 것이다.
◇◇◇
「 과연, 그래서 스칼렛・ 카스티엘의 누명을 풀어주고 싶다---라고」
몬트로즈 저택의 한 방으로 장소를 이동해 벌어진 랜돌프의 조사는 실로 훌륭했다. 심문만큼의 압력은 없다. 하지만 교묘하게 답을 유도하고, 모순을 지적해서, 동요한 곳을 다그친다.
눈치채면, 콘스탄스는 일련의 전말을 전부 토해내는 처지가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복수라는 뒤숭숭한 두 글자만은 사수했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그 옆에서는 스칼렛이 이마에 손을 대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코니도 그렇게 하고 싶다.
「… 십년전, 인가. 나는 그 때 마침 잠입 조사로 타국에 가 있었으니까. 소식이 닿았을 때는, 확실히 멍청한 최후라고 의외라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멍청이, 라는 말에 추욱 하고 눈을 감고 있던 스칼렛이 흠칫 반응한다.
「 의심할 만큼 흥미가 없었다. 나쁜 짓을 했구나」
슬쩍 내뱉어진 비정한 대사에 스칼렛은 살짝 몸을 띄워---흉악한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를 띄우고 란돌프를 내려다봤다. 아마도,라고코니는 생각했다. 아마 그건, 눈 앞의 인간을 어떻게 울게 해 줄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 표정이다.
「 그래서, 에리스의 성배라는 말에 짐작은?」
이어서 랜돌프가 당연한 듯이 물어 오기 때문에, 코니는 놀라서 되묻고 있었다.
「 자, 잠깐 기다려 주세요」
「 뭐지?」
「 믿어, 주시는 건가요?」
솔직히, 당사자인 자신도 장난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죽은 사람의 영혼이 보이다니, 이런 의심스러운 이야기.
란돌프는 코니 쪽으로 얼굴을 향하고, 조용하게 수긍했다.
「 확실히, 황당무계한 이야기이긴 하다. 실제로 나에게는 망령은 보이지 않으니까」
「 그, 그렇겠죠…」
「 솔직히, 믿는다, 믿지 못한다 라는 결정을 내리기에는 아직 정보가 적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에게 이 상황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전개는, 지금의 너의 이야기가 완전히 거짓말이고, 실은 배후에 누군가의 존재가 있다---는 것이다」
코니가 흠칫 눈을 크게 뜨니, 란돌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어깨를 움츠렸다.
「 물론, 가능성이 있다, 라는 것뿐이지만. 하지만, 지금의 시점에서 너는 아직 관찰 대상이다. 적어도, 그렇지 않다고 확신을 가질 때까지는. 뒤는, 자네가 또 엉뚱한 행동을 일으켰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싶다는 것도 있군. …실제로, 이것은 정식 수사가 아니라, 개인적인 육감 같은 거다. 일도 아닌데 묘령의 아가씨에게 그렇게 몇 번이나 접근할 수는 없겠지. 뭔가 적당한 핑계가 필요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안다. 말하고 싶은 것은, 알겠다. 그렇지만 조금 생각해 주길 바란다. 그 핑계인지 뭔지의 결과가, 왠지 매우 이상하게 되고 있다는 것을.
「 만약 네가, 정말 스칼렛・ 카스티엘의 누명을 풀기 위해 움직인다면 마음대로 하면 좋을 것이다. 물론 범죄 행위는 인정할 수 없지만, 고인이라고는 해도 타인을 돕고 싶다는 뜻은 훌륭하다」
「 그, 그것은, 감사, 합니다…?」
란돌프는 한 박자 뒤에, 또다시 멍하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 무엇에 대한 감사인사지?」
---뭐야 이 데자뷰.
코니는 무심코 어질어질 현기증이 왔다.
「 뭐,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랜돌프・얼스터는, 역시 담담하게 말을 계속했다.
「 네가 이따금 보이는 얼굴은 스칼렛・ 카스티엘을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변함없는 무표정이지만, 어딘가 그리워 한다---라고할 정도는 아니지만, 뭔가를 떠올리고 있는 듯한 말투였다. 아까 랜돌프는 스칼렛에게 흥미가 없다고 말했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적의도 없었다는 것이다.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주위의 인간을 매료해 마지않는 그녀에게 그런 취급이 가능한 사신 각하는, 역시 특이한 사람인 걸까.
「 저기, 그, 각하」
마지막으로 하나만 코니는 질문하기로 했다. 코니에게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즉.
「 제게, 화가 나지는, 않습니까…?」
「 화가 난다니?」
에밀리아・ 카롤링거의 야회에서, 랜돌프는 코니를 규탄했다. 그야말로 변명도 나오지 않았다. 물론 그건 계기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말이 없었다면 코니가 각오를 다지는 것은 좀 더 나중이었을지도 모른다.
「 아아, 그건가」
사신 각하는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 네가 너무나도 빈틈 투성이라, 찌르면 곧바로 꼬리를 내밀 것 같았기 때문에, 무심코」
「 무심코」
「 아아, 무심코」
「… 무심코…?」
코니는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모르겠네.
「 그것보다도, 아직 그 밖에 숨기고 있는 것은 없나?」
뇌리를 스친 것은 릴리의 열쇠의 일이었다. 예배당에서 가져온 것은 릴리・오를라뮌데가 남긴 봉투라고 얘기했다. 안에는 메모가 들어가 있었던 것도. 에리스의 성배, 라는 낙서도 전했다. 랜돌프에게는 짚이는 게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코니가 예의 열쇠의 일도 말하려고 하자, 스칼렛이 절대 영도의 시선으로 이쪽을 바라봤으므로 당황해서 말을 삼켰던 것이다.
말해야 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주저하고 있자, 스칼렛이 입을 열었다.
『---안 돼. 열쇠의 일은 말하면 안 돼. 이 남자가 신용할 수 있는지 어떤지는, 아직 모르는 거니까.』
코니는 조금 주저하면, 시선을 떨어뜨리면서 작게 말했다.
「… 없습니다」
그러자 랜돌프는 또 다시 맥이 빠질만큼 시원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런가」
그리고, 천천히, 이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어딘가 곤란한 듯한, 말할지 안할지 고민하고 있는 듯한, 그런 표정이다.
「… 어쩌면 눈치채지 못했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향후를 위해서, 하나 충고를 해두지」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같은 색의 두 눈동자가 코니를 포착했다.
「 콘스탄스・그레일---아니, 그레일 아가씨」
스칼렛이 머리가 아픈 듯 이마에 손을 댄다. 아, 싫은 예감이 든다. 코니는 생각했다.
랜돌프・얼스터는 진지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 너는 그---조금, 거짓말이, 아주 서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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