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 눈동자.

날카로운 이빨과, 붉게 물든 손톱.

백발과 함께 등 아래로 늘어진 악마의 날개 까지.

그녀,

아니.

그는, 나를 보며 밝게 웃었다.

"우리 일족의 후손이 태어나다니. 경사로군!"

그의 이름은 알펜시아 로얄카운티 파라곤 스카이스테이 아이유쉘 칸타빌 더 테라스.

내가 소속된 혈족의 수장이자, 암흑대륙을 지배하는 흡혈왕의 수하이다.

"아부부."

아직 이빨이 채 나지 않아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우물 거리며 발성하는 것 뿐.

제대로 된 의사 표현은 가능하지 않았다.

"아구! 귀여운 것. 어디 한 번 안아보자!"

흡혈귀란 본디, 자신의 동족에겐 절대 품을 내주지 않는 조심스러운 종족이었지만.

갓 태어난 새끼 뱀파이어에게 까지 경계를 내세울 정도로 주변에 위협적으로 반응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게.

그의 실수였다.

뱀파이어는 흡혈을 통해 위계를 정한다.

노예나 다름 없는 스폰은 온갖 제약에 시달리지만 주인의 피를 빠는 것 만으로도 정통 뱀파이어의 위계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진조의 격은?

그 역시 약탈과 투쟁으로 손에 넣을 수 있다.

이빨도 다 자라지 않은 아기라 하여 이 규칙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

설령 그게 친족이자 흡혈왕의 직속 수하인 할아버지라 할 지라도.

알펜시아 더 테라스가 그를 들어 안아 올리자, 기다렸다는 듯 나는 날카로운 유치를 그의 목에 쑤셔 박았다.

+++

중략

쓰기 귀찮네

글이란건 어렵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