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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판타지에서 신학이란 뭘까 생각하며 쓴 감상문앱에서 작성

‘파타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2 12:27:12
조회 147 추천 0 댓글 13
														

2bbcde32e4c1219960bac1e75b83746f77e1e2e9dcdd63781fa36c81a6152df36621d401e78991a52cf4bd1f8449fc3c4b

이긴 한데 솔직히 뭐 별로 없으니 그냥 첫문단만 봐도 됨
​난 과학에 대해서 이걸 더 생각하고 있던 거긴 한데
​판타지의 신학은... 사실상 과학인듯
​*
​판타지 장르판에서 자주 도는 떡밥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신성력(기적)을 발휘할 수 있는 세상에서 신을 믿지 않는다는 게 가능한가?' 교리와 믿음이 있고 기적이 있으며 이를 진정으로 믿고 따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신이라는 존재가 자신을 창조하지 않았다거나 신과 이 현상이 서로 별개의 것이라고 믿는 것이 정말로 가능한 것인가? 엄밀한 의미에서, 사실 그런 종류의 비판이 과연 가당키나 한 것인가? 이것이 실제로 일으키는 일을 보면서도 굳이 그 둘을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여기까지 나아가는 일이 그리 많지는 않다만, 판타지에서 신에 의존하지 않는 인본주의적 접근이 과연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아마 필연적으로, 신과 기적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클리셰로만 접근하다보니 두 질문 사이에서 서로 접점을 찾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할 테고. 나쁜 건 아니다. 사실 이런 식의 일반적 설정에 대한 메타적 접근이 잘 먹힐 때도 있지만(<디스크월드>, <임기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 등) 대체로는 그저 설정의 얄팍함만을 드러내 비판하는 식이 될 때가 많아서......


다만 이 생각이 판타지와는 거리가 먼 브뤼노 라투르에 대한 책을 읽으며 든 것은 약간 묘한 일이다. 라투르는 과학을 인류학적으로 접근해 어떻게 과학 지식이 만들어지는지를 연구하고, 이를 확장하며 근대 사회라는 신화가 형성되었다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나 현재 우리가 직면한 환경 문제를 어떤 식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를 제안하는 학자다. 서론으로 적어둔 잡설과는 거리가 상당히 먼 편이다. 허나 라투르의 접근법에서 왜 이런 생각이 났는지는 곧 알게 되었는데, 라투르의 박사학위는 신학 전공이고, 과학을 인류학적으로 접근하는 초기의 과학 구성주의적 방법론이 신학의 해석학에서 큰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본인 및 저자의 첨언을 읽은 것이다.


라투르는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어떻게 지식을 생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과학적 사실을 구축하는지를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한다. 이는 과학 지식이 단순히 자연의 진리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들의 사회적 활동과 협상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임을 보여준다. 라투르의 신학 배경은 이러한 접근법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는데, 성경 해석학에서 텍스트의 의미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해석자의 맥락과 상호작용에 따라 구성된다는 관점이 과학 지식의 구성주의적 이해로 이어진 것이다. 근대 신학의 역사를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성경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판타지와 큰 친연성이 있다. 그것이 불신자에게 물질적 증거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애석하게도 그 도구로서의 가치가 불신자에게는 가장 큰 것이기도 하지만. 덕분에 판타지에서 기적을 의심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과학을 의심하는 것과 비슷한 일일지도 모른다.


과학 구성주의에 대한 저작을 보면서 든 생각도 참 애매한데, 심적으로 라투르의 구상이 올바른 방식이라 여기긴 한다. 라투르에 따르면, 과학 모형은 단순히 데이터에 가장 잘 들어맞는 가설을 제시하는 것에 불과하며, 이러한 모형 외부에 결정된 절대적 자연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예를 들어,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이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우리가 관측한 현상을 잘 설명하는 모형이지만, 이것이 곧 자연의 본질을 완벽히 반영한다고 볼 수는 없다. 새로운 데이터가 등장하면 기존의 모형은 수정되거나 대체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과학 지식은 절대적 진리라기보다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구성물로 이해해야 한다. 이를 포함해 보완하는 것이 포퍼의 과학에 대한 정의일 텐데, "반증가능성"이라는 말은 어째 과학보다는 인문 쪽에서 더 경기를 일으키는 어휘가 된듯하다.



개인적인 경험이나 주변을 보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과학 연구라는 것은-비록 쿤과 파이어아벤트 식의 완전한 무작위 수준까진 아니겠지만-어디까지나 자신이 관측한 데이터를 통해 거기에 가장 잘 들어맞는 모형을 만들어내 우리가 조작할 수 있도록 부착한다는 느낌이 강한 듯하다. 수많은, 우리로서는 이름도 잘 알지 못하지만 늘 만들어지는, 수많은 모형들이 있고,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지만 이들 대다수는 설득력을 충분히 얻지 못하고 더 큼지막한 대항마에 의해 조용히 묻힌다. 그리고 데이터와 무관한 절대적 자연이라는 것은 아마 딱히 없을 것이다. 그건 만유인력의 법칙이나 양자역학이 그저 모형일 뿐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런 모형 바깥에서 그 모형에 딱 들어맞도록 존재하고 있었지만 우리가 아직 그 모형을 찾지 못했을 뿐인 하나의 결정된 답으로서의 자연이 딱히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늘 한정적이고, 반례가 늘 등장해 거기에 조금씩 모형을 맞춰나간다. (빈도주의와 베이즈주의 사이의 차이 정도로 봐도 되지 않을까)


이러한 믿음과 별개로 라투르의 접근법은 계속해서 확장되는데, 근대 사회라는 신화를 비판하는 저작에서 그는 17세기 영국의 과학 논쟁이 어떻게 근대성의 신화까지 발전해나갔는지를 그린다. 17세기 영국의 과학자 로버트 보일과 철학자 토머스 홉스는 과학 지식의 생성 과정을 둘러싸고 중요한 논쟁을 벌였다. 보일은 실험실에서의 통제된 실험을 통해 자연의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반면, 홉스는 과학 지식이 엄격한 수학적 논증을 통해 구축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라투르는 이 논쟁을 통해 근대 과학의 두 가지 상반된 인식론적 전통이 형성되었다고 분석한다. 보일의 실험주의는 자연의 절대적 진리를 전제하는 반면, 홉스의 수학적 형식주의는 과학 지식의 사회적 구성을 암시한다. 라투르는 이 논쟁이 과학과 사회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본다.


둘의 차이는, 홉스는 이 모든 것이 그의 모형이 얼마나 유용한지를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 보았지만 보일은 실험실을 경유해 실제 "자연"을 발견해 나갔다-혹은 그렇게 주장했다-는 것이다. 소위 '자연의 책'이라고 불리는 또 다른 성경-정해져 있는 진리-을 자연에서 찾아나가는 일. 과학 지식이 어디까지나 데이터에 맞는 가설을 기입해나가며 다른 경쟁적인 가설과의 영향력 싸움을 거쳐 만들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보일의 접근법은 약간은 허황된 편이라고도 할 수 있다. 홉스의 접근법은 너무 소극적이기도 하겠지만.


이는 더욱 확장되어서, 사회학이라는 것이 실제 사례에는 너무 맞지 않고 실체가 애매한 거대한 담론만을 다루게 되었다며 비판적 거리두기가 아니라 오히려 참여를 통해 그 사회 속 과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사회학에 대한 방법론이나, 환경 문제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그 문제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 및 물질을 파악해 각각의 대변인을 모아 해결을 토의하는 "사물의 의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태주의까지 나아간다. (후자는 가끔 민주주의 관련 서적에서 비슷한 예시를 볼 수 있기는 한데, 솔직하게 말하면 현재의 한정적인 당사자만을 모아도 제대로 의견이 모이지 않는 상황에서 구성원을 더 다양하게 늘리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듯하다) 이런 확장된 접근이 나름대로 흥미롭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초기의 과학 구성주의 및 근대 비판 이상으로 흥미롭지는 않은 듯해서 약간 아쉽기도 하다. 그래서 다음으로 라투르 책을 읽는다면, 아무래도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를 읽지 않을까 싶다.


별개로, 라투르를 소개하는 책을 읽고 있자니 예전에는 간단하게 훑고 넘겼던 90년대 "과학 전쟁"에 좀 더 관심이 생겼다. 파이어아벤트 같은 거의 트롤러에 가까운 학자들이 문제를 불필요할 정도로 과열시켜 실재론과 그 반대파 사이의 싸움이 우리 모두에게 알려질 정도로 뜨거워졌다는 느낌이었는데, 안 그래도 앨런 소칼의 <지적 사기>를 한 번쯤 읽어볼 생각이기도 했어서 관련 논문을 미리 찾아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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