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즈텍이 현대인이 보기에 매우 잔인한가 (O)

아즈텍이 당대 스페인인이 보기에도 매우 잔인했는가 (O)

아즈텍이 그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보기에도 터무니없이 잔인했을까 (△)

(사실 X여야 맞지만, 내로남불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에...)

코르테스가 느낀 아즈텍의 그 '잔인성'이, 현대인이 느끼는 '잔인성'과 똑같았을까 (X)

문화사에서 그 당사자들의 입장으로 보라고 하는 건

모든 문화가 윤리적으로 옳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그 옳다 그르다, 불쾌하다 유쾌하다는 평가 자체가

우리가 세상을 살고 있는 그 관점에서 성립된 것이기 때문에

당시인들이 현대인처럼 세상을 바라봤다고 절대로 착각하면 안 된다는, 그런 이야기임.

단적으로 말해서, 만약 아즈텍 애들이 인신공양을 하는 대신에

인구수 유지를 위해서 영아 살해를 하거나, 혹은 단순히 굶겨 죽이고 시체는 평범하게 매장했으면 어떨까?

우리 입장에서는 고작 '좀 덜 잔인하네' 수준으로 시각이 바뀌겠지만

아마 코르테스 입장에서는 '뭐 그냥 평범한 야만인이네' 정도로 아주 나아졌을 가능성이 큼.

생각보다 르네상스기 가톨릭에서는 낙태에 관대했으며, 몇몇 경우는 세례 이전에 영아를 살해하는 것 역시

경우에 따라 허용된다고 인식했다고 하더라고.

이걸 지금의 현대인 시각으로, 현대 가톨릭의 교리체계에서 바라보는 건

심지어 그걸 '혐오스럽다'고 단언한 사람의 시각조차도, 제대로 복원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임.

우리가 코르테스에 갓세계물 주인공을 투사하는 것부터가

이게 좀 심각하게 잘못 이해되고 있다는 반증임.

왜냐하면, 어떤 근세인도, 갓세계에 빙의한 현대인의 심성을 가지지 못했으니까.

아즈텍은 잔인했음, 심지어 동시대인인 코르테스의 입장에서도 잔인했음.

그러나 우리의 '잔인함'의 느낌은, 코르테스가 느꼈던 그 감정과 판단과는 많이 다를 거임.

그 점을 잊어먹으면 내가 코르테스에게 빙의한 것마냥, 과몰입이 진행된다구요.

그 이야기를 하는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