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사가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세요?"
"사마귀네요."
"네?"
주술사가 볼을 긁적였다.
그녀도 어이가 없는 것이다.
"음... 사마귀인데 농부한테 삽으로 맞아죽었구요..."
"그럼 그 전생은 뭔데요?"
적어도 이 곳까지 온 이상 제대로된 결과라도 듣고 싶다
왕이나 노예나 죄수같은 것 말이다.
그러지 않으면 억울해서 집에 못 갈거 같다.
주술사는 미안한듯이 계속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점을 쳐줬다.
"그 전에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네요. 네."
"네? 과거 아닌가요?"
"아뇨. 전생이 꼭 과거라는 법은 없어요. 미래에서 과거로 환생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일단 보면... 평범하네요. 애 둘 낳고 그대로 살다 죽었구요."
"역시... 뭐 저도 그렇게 특이한 과거일 거라고는 생각 안했어요."
애초에 이런 인생이다.
전생에서 뭔가를 찾으려 할 정도로 따분한 인간은 근본부터 따분한 법.
그런 인간이 전생이라고 해도 대단한 일을 하는 게 더 이상하다.
주술사도 웃으면서 점 결과를 정리한다.
그녀도 꽤 무안한 것이리라.
"그래도 신기하긴 하네요. 이런 경우도 꽤 적거든요. 흠... 실은 저도 전전전전생에는 사마귀였던 모양이라... 어라."
주술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점괘를 치기 시작했다.
곧 얼떨떨한 표정을 짓는 그녀.
뭐가 죄송한 지 고개를 꾸벅 숙인다.
"죄송합니다. 전생에서 당신을 죽인 농부가 저인 모양이에요."
"네? 에 그건 좀... 그러네요."
"그....전생에 죽여버려서 죄송합니다."
"아뇨. 뭐 사과를 들어도 뭐라 반응해야할 지 뭐 파리나 벌레는 저도 곧 잘 죽이니까요. 당신 잘못일 건 없죠."
"확실히 전생에 곤충이었던 분들은 그런 부분에서는 묘하게 이해심이 넘치는 편입니다."
"그런 가요?"
"참고로 전생에 인간이었던 사람은 기본적으로 운이 굉장히 나쁩니다. 대부분의 인간은 엄청나게 이것저것 죽이니까요. 조언하자면 벌레라도 안죽이는 편이 좋습니다. 다음 생에서 불이익이 되니까요."
"어렵네요."
주술사는 아직도 내게 미안한 기색이 있었다.
나는 그런 걸 신경쓰지 않지만
주술사에게는 주술사의 시점이 있는 거겠지.
주술사는 덤이라면서 그 회사원의 일을 점쳐주기 시작했다.
"흠... 아무래도 그 아이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손에서 자란 모양입니다."
심하네.
그렇게 생각했다.
부모님의 손에서 자라지 못하다니.
물론 그렇게 자라나는 아이들 역시 귀중하지만 어른의 시점에서는 상당히 측은해지는 것이다.
주술사는 계속 점을 치다가 이상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실례지만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사토지라시 히노가시라 입니다. 특이한 이름이죠."
"저는 히지리사와 야마노자쿠입니다. 미래에는 사토지라시 아마노자쿠가 되는 모양이에요."
"네?"
주술사는 내 양손을 붙잡더니
"에....저. 잘 부탁드립니다. 서방님."
이라면서 멋쩍게 웃었다.
2
막상 그런 말을 들어도 어떻게 반응해야할 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래서 그 날은 그냥 손을 흔들고 헤어진 뒤 다음주에 만나러 갔다.
그러니 그녀는 그날과 다른 옷을 입고 있는 게 아닌가.
"안녕하신가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흰색의 원피스에 겉옷을 갖춰입은 태였다.
의외라서 놀랐다.
정말 놀랐다.
부족한 말이지만, 나는 지금껏 여자와 교제해온 경험이 없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정보량이 들어오면 뇌가 처리를 못하는 것이다.
"원래대로였다면 저는 다른 시간대에서 당신에게 구해지는 모양입니다."
그녀의 말을 듣고 난 아리송한 기분이 빠졌다.
원래라면 우리 둘은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어떤 사건에 의해 엮여야했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점을 봐달라고 하면서 그녀가 그 사건을 보게 됨으로서 미래가 바뀌어버렸다.
바뀌어버린 미래는 이젠 도달할 수 없다.
그 이전에 도달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그 사건'을 맞닥뜨리지 못했고, 나 역시 그녀에게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해가 뉘엇뉘엇 질 무렵
데이트가 끝난 시점에서 나는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우리가 사랑에 빠진 건 다른 세계선상의 이야기니까 우리와는 관련이 없지 않나요."
그러자 그녀는 조금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그럴 지도요."
"그렇다면 어째서죠?"
주술사는 잠시 머리를 매만지더니 작게 말했다.
"미래의 저는 굉장히 행복해보였습니다. 만약 당신과 함께라면 그렇게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놓칠 수가 없었어요.
만약 당신이 제게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의 폐를 끼치게 되는 군요.
반성하겠습니다. 제게 있어 최고인 인생일지라도 당신에게 있어서는 최악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녀의 말에는 가시가 나 있었다.
안쪽으로 말이다.
자책하려는 건 자유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듣는 사람의 입장을 좀 고려해줬으면 한다.
불편하다.
멋대로 불려져서 멋대로 결혼이니 뭐니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래도 일단 어울려주자며 나온 나는 대체 뭐가 된단 말인가
원하는 대로 해줬는데도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것인가
기분이 나빴다.
억지로 맺어지려 해봤자 이런 것이다.
그래서 싸움이 났다.
그렇게 헤어졌다.
그리고 사고가 났다.
그녀는 죽었다.
나는 결국 죽을 때까지 그녀를 잊지 못했다.
죄책감이 들었다.
여자를 안을 때마다 나에게 화내고 미안해하던 주술사가 생각났다.
딱히 성욕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여자를 안으려하면 뭔가 안쪽에서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평생 독신
괴롭게 고독하게
이게 나에게 내려진 벌이다.
혼자 쓸쓸하게 방에서 죽어가며 나는 중얼거렸다
3
"다음생이 있다면 절대로 그녀를 놓치지 않으리라... 반드시... 라고 말하고 있네요."
"그거 거짓말아니죠?"
"네 진짜입니다."
주술사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손을 맞잡았다.
딱히 나는 그녀가 싫은 것도 아니었다.
"네.. 그러면 잘 부탁드립니다."
"네 서방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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