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더니 말야... 그 왈가닥 영애년이 기껏 부두까지 불러내놓고는 남자한테 고백을 못 하는거 있지?"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팀장님?"

"얘! 어떻게 하기는...! 그 부두에 나무 있지? 그게 썩어서 부러지려고 하길래 내가 부러트려 버렸지! 그래서 둘이 물에 퐁당 빠져버렸는데..."

"빠져버렸는데요?"

"글쎄 이년이 왈가닥 아니랄까봐 지가 헤엄쳐서 남자를 건져내더라고, 하긴 남자놈은 쑥맥 음유시인인데, 헤엄을 칠 줄 알리가 없지. 내가 그건 잘못 생각했지."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그래도 잘 됐지 뭐니? 그 왈가닥년이 남자 건져내가지고, 기절한 남자를 자기 방까지 끌고가서 눕혀놓고 자기도 기진맥진해서 쓰러졌지 뭐니."

"그래서요? 덮쳤나요?"

"그리고나서 정신 차린 남자가..."

벌컥

문이 열리자 왁자지껄하던 천사(天使)들의 수다가 일순 멎는다.

"부...부장님 오셨어요!"

"그럴거 없네. 앉아들 있게."

부장이라 불린 대머리 천사가 좌중을 둘러보자 애정사(愛情使)3팀의 사무실에 긴장이 감돈다.

"애정사 3팀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만 모인 곳이지.2천년동안 3팀이 이어준 커플만 수억 쌍...."

부장의 말에 일동의 얼굴에 안도감이 감돈다. 그러나.

"그런데, 요즘은 실적이 영...시원찮더군?"

안도감도 잠시, 아까보다도 더한 긴장이 들어찬다.

부장이 파일을 하나 꺼내며 말한다.

"새로운 안건일세, 읽어들 보게."

"예..."

파일을 받아 읽기 시작한 팀장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다. 공동묘지의 수호천사 석상에 비견될만 하다.

"부장님 이건...좀..."

어느새 팀장의 뒤로 모여들어 어깨 너머로 읽던 팀원들도 표정이 굳는다.

"그렇네. 이세계 출신의 백수와 왕국의 공주를 이어주는 일일세."

"이건 기획 단계에서 무리인 안건 아닙니까? 이세계인이라면 최소한 치트 몇개는 있어야 하는데.... 심지어 외모도 별볼일 없군요."

"이건 기획실에서 나온 안건이 아닐세."

"그러면... 대체...?"

부장은 손가락을 하나 세워서 위를 가리켰다.

"저기 위에서 내려온 지시사항일세."

"위에서 말입니까? 이 백수가 용사라도 됩니까? 용사라면 저희가 손 쓰지 않아도 저절로 공주와 이어질텐데요?"

"반대일세."

부장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잇는다.

" 그 이세계인이 용사 적성이 있는건 확실하네. 다만, 용사로의 각성 조건이 '공주에게 키스와 고백을 받을 것' 이라더군."

"아....아하...."

팀장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납득한다.

"아무튼, 실패하든 성공하든 자네들 인사고과에 크게 영향을 미칠 안건일세. 성공하길 바라고 있겠네."

"저기 부장니..."

팀장이 무어라 말도 하기 전에 부장은 이미 문을 닫고 나간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