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구사응와다. 키는 168cm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170이라고 소개하고 다닌다.
중학교, 고등학교 내내 잘생겼다는 말은 빈말로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여자가 고팠다.
너무나도 외로운 삶이다.
여자의 따스한 온기가 없으면 이 외로움을 감당할 수 없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친구에게 카톡을 했다.
"정수야. 여자 소개 좀 시켜줘."
이 정수라는 이름의 친구와 나는 그렇게까지 친한 사이는 아니다. 나는 키가 작고 못생긴 남자고 정수는 비록 외모는 나랑 비슷할 지언정 키는 185cm나 되서 나와는 머리가 한개 차이나는 친구다.
이런 우월한 피지컬을 통해 여자건 남자건 두루두루 친하기 때문이다.
만약 내 키가 정수처럼 180이 넘었다면, 내 사회생활을 하는 친화력도 높아질 수 있었을까?
음침하게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을 험담하지 않고 현실에 집중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아무리 내 빈약한 상상력을 동원해봐도 인싸가 된 나는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나의 카톡을 보더니 나와 카페에서 커피나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하자고 나를 불러냈다.
그는 나를 위아래로 잠깐 훑더니 말했다.
"아는 누나가 남자친구 필요하다고 그러는데, 소개시켜줄까?"
"응."
"알았어. 그럴 줄 알고 여기로 나오라고 연락 했어."
"정말?"
생각해보니 남자 둘이서 어두침침하게 카페에서 커피를 홀짝이는것은 이상했다. 정수는 내게 사진을 하나 보여줬다.
안경을 썼고 화장기가 없는 여성의 사진이 공허한 눈동자를 통해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이게 그 누나야?"
"응."
무언가 말을 꺼내려고 했으나. 마치 입 안에 모래알을 머금은것처럼 목이 탔다. 그래도 이런 여자라도 어디일까? 익숙해지면 괜찮을 것이다.
"지금 오는 길이래."
"그렇구나."
나는 커피 한잔을 마시며, 2살 연상의 누나가 카페로 오기만을 기다렸다. 정수는 어딘가로 손을 들더니 외쳤다.
"어, 누나! 여기야!"
정수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저 누나 그래도 착한 누나야. 잘해봐. 방해꾼은 빠져줄게."
차라리 사진이 외모가 더 낫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생긴 여자였다. 나와 그녀는 어색하게 인사를 나눴고.
그동안 우리는 서로의 얼굴과 키 그리고 몸을 2,3초 사이에 빠르게 스캔했다.
그녀의 얼굴에서도 실망감이 보였다. 그래도 이 외로움을 달래줄 사람이 인생에서 한명 정도는 있어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으로 내 마음을 달랬다.
하지만 가슴 속 깊은 곳에선 무언가 사회 내에서 내 위치를 알게 되는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어딘가가 시렸다.
나는 실시간 베스트 갤러리에서 댓글로 글카스를 올리고 있다. 실베에는 가끔씩 몸매 갤에서 글이 올라오는데.
이 몸매갤은 대부분 노꼴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과한 보정을 한 여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카페에 나온 그녀은 아무리 보정을 해도 못생겼다는것을 숨길 수 없을 듯했다.
가슴은 배와 구분이 가지 않았고 골반은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11자 형태였다.
그녀와의 첫만남은 이런 느낌이었다.
만약에, 물론 그런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 그녀와 내가 결혼을 해서 애를 낳는다면 그 아이는 나랑 그녀의 못생김을 반반 섞은 것처럼 추한 몰골의 생물체가 나올 것만 같았다.
그날 밤에는 그런 악몽을 꿨다.
피임에 실수해서 그녀가 임신을 하는 꿈을 꿨다.
땀에 젖어서 일어난 나는 땀을 닦으며 물을 한잔 마시며 정수가 왜 그렇게 생긴 사람을 내게 소개시켜줬는지 이해가 갔다.
내 수준이 그 정도이니 그 정도의 여자와 만나는 것이다.
현실이란 결국 이렇게 타협해 나가는 것 아니던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외모는 익숙해지고 싶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래도 착한 누나랬으니깐. 착하겠지."
나는 그녀에게 보낸 카톡을 확인했다. 오늘 하루 재밌었다는 카톡에 그녀는 다음에도 또 만나자고 답장을 보낸 것이다.
그래서 이걸 보며 판갤에 글을 올렸다.
"성공한... 판붕이... 오늘 점심....jpg"
댓글
- 반대편에 여자 머임?
- 기만자 ㄷㄷㄷ
- 너 나한테 사과해 디디가 뭘 잘못했다고 자꾸 뭐만 했다라면 디디라는건데?
댓글들이 달리는 것을 보며 이 심숭생숭한 마음이 회복되는 것 같아서 잠자리에 다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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